[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통계청의 취업자 통계가 실상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오래 전부터 통계방식의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져왔다. 통계방식에 내포된 한계를 정부가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 고용 상황이 질적으로 나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통계수치를 보기 좋게 포장할 수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실제로 취업자 증감 통계는 고용 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정책이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요는 60세 이상 고령자들을 상대로 알바성 일자리를 대거 늘린 뒤 이를 통계자료로 활용한다는 것이 비판의 포인트다. 고령자 일자리만 양산되는 사이 경제의 허리에 해당하는 30대와 40대 일자리, 그리고 가장 안정적이고 선호도도 높은 제조업 일자리는 크게 감소하는 추이를 보였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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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가 유독 고령자 대상 단기 일자리 늘리기에 치중해온 바람에 고용통계 관련 수치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21년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취업자 수는 2727만3000명으로 현 정부 출범 시점인 2017년에 비해 54만8000명(2.1%) 증가했다. 2020년 초부터 만 2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이 전국을 휩쓴 점을 감안하면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성적이다.

하지만 세간에서 느끼는 체감 고용상황이 통계 수치와 딴판이라는 게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4~5년 전보다 일자리가 크게 줄어 취업문이 바늘구멍처럼 작아졌다고 느끼는 이들이 태반이다.

통계수치와 체감 고용상황의 차이를 만드는 주범은 취업자 통계방식의 허점이다. 대표적으로 거론되는 것이 주당 1시간만 일을 해도 취업자로 카운트하는 현행 통계방식이다. 현재 통계청은 조사 주간에 한 시간 이상 보수를 받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을 공식 취업자로 분류한 뒤 취업 관련 통계를 낸다.

물론 우리만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국제노동기구(ILO)가 허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한계에 대해서는 늘 논란이 있어왔다. 상존해온 문제점이 최근 들어 더 자주 거론되는 것은 현 정부가 유별나게 단기 일자리 창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현실과 연결돼 있다. 단기적이고 단발적인 일자리의 대표적 사례는 새똥 닦기, 공원 지킴이, 빈 강의실 불끄기, 쓰레기 줍기 등등이다.

정부가 이런 일자리 창출에 치중하다 보니 일자리 통계가 주는 착시 현상은 전보다 더 심해졌다. 현 정부 하에서 ‘통계 분식’이니 ‘통계 마사지’니 하는 말이 특히 많이 나온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최근 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이 같은 통계 방식의 문제점을 보정할 대안으로 전일제 환산(FTE) 취업자 통계치를 제시했다. FTE 취업자 통계는 최근 들어 선진국들이 기존 통계의 오류를 보정할 목적으로 새롭게 적용하고 있는 방식이다. 이는 한 주 동안 40시간 일을 한 경우에 한해 취업자 1명으로 카운트하는 방식이다. 특정인이 혼자서 한주에 80시간을 일했다면 사람은 한 명이지만 취업자 수는 2명으로 집계된다. 어떤 이가 주당 20시간을 일한 것으로 조사된다면 이때 집계되는 취업자 수는 0.5명이 된다.

한경연이 성신여대 경제학과 박기성 교수팀에 의뢰해 FTE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국내 취업자 수는 통계청 집계치(2727만3000명)보다 훨씬 적은 2651만2000명에 불과했다. 반면 2017년에는 FTE 방식의 취업자 수(2860명)가 통계청의 취업자 집계치(약 2672만명)보다 오히려 많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기준 FTE 통계치와 통계청 통계치 역시 2726만명 대 2529만명으로 FTE 통계수치가 더 큰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문재인 정부 들어 단기 알바성 일자리가 기형적으로 많이 늘어났음을 보여준다. 주 5일제 근무가 정착된 점도 이런 통계결과를 낳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조사 결과와 관련, 박 교수는 “(현 정부 하에서) 취업자 수는 늘었지만 일하는 시간의 총량은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고용상황이 질적으로 후퇴하면서 통계거품이 커졌다”고 말했다. 그 원인으로는 정부가 단시간 공공 일자리 창출에 의존해온 점을 지적했다.

한편 통계청은 16일 ‘1월 고용동향’을 통해 지난달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100만명 넘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695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13만5000명 늘어났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여기엔 작년 1월 당시 취업자 수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98만명 이상 감소했던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번 발표는 기저효과를 배제하더라도 1월 취업자가 20만명 이상 증가했음을 보여주었다.

1월 취업자 수 증가는 수출이 호조를 보인 것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30대와 40대의 취업자 수가 소폭이나마 증가했고, 인구 구조변화 요인을 반영한 고용률까지 각각 1%대 상승률을 기록한 점은 평가할 만한 부분이다. 실업률이 4.1%로 1.6%포인트 떨어진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전체 고용률(59.6%)과 15~29세 청년고용률(45.7%)이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점에서 결코 좋은 성적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이날도 예외 없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부의 일자리정책 성적을 자찬하고 나섰다.

홍 부총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1월 취업자 수가 21년 10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소개한 뒤 “양적·질적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기저효과를 감안하더라도 100만명 이상 취업자가 증가한 데 대해 남다른 감회가 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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