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의 수렁에 빠져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꼽힌다. 러시아는 전광석화처럼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했지만 예상 외의 저항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등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그 여파로 그러지 않아도 장기간의 저금리로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주요국들의 물가는 날개를 단 듯 치솟기 시작했다.

문제는 지금 상승중인 물가가 경기 과열의 산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지 공급 측면의 문제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그 여파로 각국의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롯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기도 전에 물가 상승이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레 제기되는 것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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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을 말한다. 상정 가능한 경제상황 중 가장 나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운용을 통해 경기를 조절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제유가다. 7일(이하 현지시간) 국제유가는 배럴당 140달러를 넘보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브렌트유는 한때 18%나 급등하며 배럴당 139.13달러까지 상승했고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배럴당 가격도 130달러대에 진입했다. 둘 모두 1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것이다.

고유가 행진은 각국의 물가상승 압력을 더 한층 키워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물가는 이미 4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7.5%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는 10일 발표될 미국의 2월 CPI는 이보다 더 높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격인 생산자물가가 지난 1월 9.7%나 상승했다는 게 그 배경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 2월 CPI가 1년 전보다 7.8%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곧 발표될 2월 CPI가 시장 전망치보다 높게 나타난다면 미국 및 국내 증시는 또 한 번 긴장감에 휩싸일 수 있다. 곧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기 때문이다. 2월 CPI는 발표 시기로 볼 때 오는 15~16일 열리는 FOMC 회의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앞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2일 미 의회 증언을 통해 이번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동시에 자신은 0.2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으로 인해 연준이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올릴지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됐다. 하지만 고물가 상황이 예상 외로 심각한 양상을 띠게 되면 ‘빅 스텝’에 의한 기준금리 상승이 단행될 가능성이 되살아 날 수도 있다. 이는 시장이 곧 발표될 미국의 2월 CPI를 주목하는 직접적인 이유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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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에 대한 점증하는 우려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 금과 함께 대표적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막판 1.73% 수준으로 내려갔다. 일주일 전까지 2%를 상회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국채 금리의 하락은 곧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의 이 같은 추이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금처럼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이어간다면 시장은 긴장감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지금의 기준금리 수준이 적절한 수준보다 낮다는 인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런 인식을 드러내려 한 듯 그는 지난 주 의회 증언 과정에서 “너무 낮은 금리는 더 이상 경제에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 확전 양상을 띠게 되면 연준이 긴축 속도를 다소 조절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도 있다.

한편 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33.26포인트(1.23%)나 내린 2680.17에서 출발한 뒤 낙폭을 더욱 키우는 흐름을 보였다. 지수는 결국 전장 대비 62.12포인트(2.29%) 하락한 2651.31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날의 코스피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시의 3대지수가 일제히 하락마감한 데 이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달러를 넘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욱 약화되는 양상을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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