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조근우 기자] 또 다른 세상, 메타버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 등을 뜻하는 영어 단어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 세계를 칭한다.

3차원 가상 세계라고 하면 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현재 우리 삶에도 존재한다. 인지과학자 김상균 교수(경희대)는 메타버스를 △증강현실 △라이프로깅 △거울세계 △가상세계 4가지 형태로 분류한다. 증강현실은 현실에 판타지가 섞인 것으로, 포켓몬 고 같은 AR게임이 대표적이다. 라이프로깅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삶을 디지털에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거울세계는 현실세계에 ‘배달의 민족’이나 ‘카카오 T’처럼 효율이 더해진 형태를 칭한다. 가상세계는 소통과 놀이가 가능한 형태로, 게임 형태를 띤다. 일반적으로 가상세계를 메타버스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삶의 활동이 확장된 디지털 환경도 일종의 메타버스라는 것이다.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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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단연 돋보이는 기업은 게임사다. 주식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메타버스 기업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게임사 ‘로블록스’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뿐 아니라 국내 게임사들도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메타버스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지난 1월 NTP(Netmarble Together with Press)에서 “비대면의 일상화로 가상현실이 될지 안 될지 가늠하는 시기가 아니라, 이제는 진출해야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게임은 메타버스 구현의 토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국내 게임사들은 어떻게 메타버스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이미지 = 컴투스 제공]
[이미지 = 컴투스 제공]

◇ 컴투스의 컴투버스, 또 다른 세상을 만들다

“메타버스는 공간의 개념이 아니고 시점이다. 피지컬 세상의 삶보다 디지털의 삶이 더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일터, 친구, 게임, 자산 그리고 개인의 아이덴티티까지 디지털 세상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의 경험들이 디지털에서 구현되어야 하며, 각각의 경험들이 물리적 세상처럼 끊임없이 이어져야 한다.”

컴투버스에 관한 박관우 컴투스 CMVO(최고메타버스책임자)의 설명이다. 컴투스는 이 같은 철학을 기반으로 메타버스를 만들어 가고 있다. 컴투스가 만들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Com2Verse)’는 블록체인 경제 시스템과 그룹 산하 콘텐츠 밸류체인 기업들의 서비스 및 콘텐츠 등이 총집합 된 거대한 미러 월드 형태로 구축되고 있다.

가상 오피스 환경을 제공하는 ‘오피스 월드’를 비롯해 제품 구매, 의료, 금융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커머셜 월드’, 게임, 음악, 영화, 공연 등 여가를 즐길 수 있는 ‘테마파크 월드’, 소통의 공간인 ‘커뮤니티 월드’로 조성된다. 즉 게임처럼 가상의 공간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현실 세계와 같은 실제 삶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구현된다.

실제로 가장 먼저 선보이는 ‘오피스 월드’에는 올해 하반기 약 2500명 규모의 컴투스 그룹사가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후 대규모 기업 입주를 통해 하나의 공간에서 사회, 문화, 경제가 가능한 메타버스 도시를 만든다.

최근에는 하나금융그룹, 교원그룹, 교보문고, 코엑스아쿠아리움, 닥터나우 등 많은 기업들이 컴투스와 MOU를 맺고 컴투버스 내 메타버스 사업을 준비 중이다.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이미지 = 엔씨소프트 제공]

◇ 엔씨소프트 유니버스,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UNIVERSE)’는 엔씨소프트(대표 김택진, 엔씨)의 글로벌 팬덤 플랫폼이다. 유니버스 이용자는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아티스트와의 소통을 경험하고, 모든 팬덤 활동을 기록하고 보상까지 획득할 수 있다.

유니버스는 오리지널 콘텐츠 ‘유니버스 오리지널(UNIVERSE Originals)’이 매일 업데이트되는 ‘미디어(MEDIA)’, 아티스트와 1:1로 소통하는 ‘프라이빗(PRIVATE)’, 팬과 아티스트가 일상을 공유하는 ‘FNS(Fan Network Service)’, 온·오프라인의 팬덤 활동을 기록하고 보상해주는 ‘컬렉션(COLLECTION)’,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캐릭터를 꾸미고, MV도 제작하는 ‘스튜디오(STUDIO)’, 팬과 아티스트가 만나는 유니버스만의 온·오프라인 행사 ‘팬 파티 & 라이브콜(FAN PARTY & LIVE CALL)’을 통해 전 세계 K-POP 팬들과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현재 유니버스는 아티스트 33팀, 프로그램(MBC ‘아이돌 라디오 시즌2’, JTBC ‘싱어게인2’ 등) 3개와 글로벌 브랜드 펩시까지 총 37개의 플래닛을 운영하고 있다.

엔씨 관계자는 “유니버스는 엔씨가 종합엔터테이먼트 회사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과정 중 하나”라며 “게임사가 만든 플랫폼답게 게임성이 가미돼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 넥슨 제공]
[이미지 = 넥슨 제공]

◇ 넥슨의 페이스플레이와 프로젝트 MOD, 두 개의 놀이터

넥슨은 메타버스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을 통해 ‘디지털 놀이터’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FACEPLAY’의 경우 영상 카메라를 이용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함께 즐길 수 있다. 화상회의 툴인 ‘줌(Zoom)’이 여러 사람이 온라인상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면 ‘FACEPLAY’는 오프라인으로 실제 모여서 레크리에이션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온라인상에 구현하는 ‘디지털 놀이’를 제공했다. 또한 다양한 연출 기법을 도입해 이용자가 한편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듯한 경험을 선사한다.

‘PROJECT MOD’는 샌드박스 형식으로 창작의 재미를 제공한다. 샌드박스라는 단어 그대로 ‘모래 상자’, ‘모래 놀이터’ 정도가 된다. 이는 어린아이들이 모래 놀이를 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장르를 말한다. 그렇기에 제작의 자유도가 높아 유저마다 독특한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다. 또 넥슨 인기 IP의 그래픽 자산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넥슨은 ‘PROJECT MOD’에 ‘메이플스토리’ IP를 우선 적용해 개발 중이다. 이용자는 ‘메이플스토리’의 방대한 리소스와 아바타를 기반으로 다양한 창작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직접 만든 리소스인 UGC(User Generated Content)까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넥슨 관계자는 “정형화된 게임 제작 문법을 답습하는 것이 아닌 ‘FACEPLAY’와 ‘PROJECT MOD’ 같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유저에게 즐거움을 보답하는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지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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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 우리는 이미 뇌가 만든 메타버스에 살고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현실은 세상의 진짜 모습이 아닙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인풋이 아니라, 우리 뇌의 해석을 거친 결과물, 즉 아웃풋입니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가 자신의 저서 ‘메타버스 사피엔스’에서 한 말이다.

우리가 현실이라고 부르는 세상이 이미 대부분 뇌를 통해 구성됐다는 말이다.

사실 우리는 그 무엇도 실체를 직접 보지 못한다. 눈에 들어온 빛이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되고, 뇌는 이 신호를 해석해 사물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즉, 우리는 이미 뇌가 만든 메타버스 속에 살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대부분 사람들이 세계를 비슷하게 인식한다. 하지만 만일 뇌의 정보처리영역에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현실을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동작맹’이라는 장애가 있다. 이 장애를 가진 사람은 동작을 이어서 보지 못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비장애인 세상이 영화라면, 이들의 세상은 만화처럼 하나로 연결되지 않은 채 따로따로 보이는 것이다.

뇌는 눈의 신호를 100퍼센트 신뢰하지도 않는다. 오류가 있다고 판단하면 감각 정보를 수정하고 보완해서 최종 결론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착시가 발생하기도 한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뜨거운 논쟁이 붙은 드레스 색 논쟁이 대표적인 예다. 같은 드레스가 누군가에게는 파란색에 검정색 무늬가 들어간 드레스로, 누군가에게는 흰색에 금색 무늬가 들어간 드레스로 비쳐줬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도 “인류가 가상 세계가 아닌 진짜 현실에서 살 확률은 10억분의 1에 불과하다”며 이미 현실이 메타버스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꿈꾸는 동안 아무리 이상한 꿈을 꾸더라도 의심하지 않는다. 날개달린 호랑이가 우리를 쫒아오면 공포를 느끼고 도망치기도 하고, 다리 다섯 달린 괴물과 혈투를 벌이기도 한다.

즉, 믿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세상을 창조할 수 있으며, 믿는 동안 무엇이든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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