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증시가 단기 변동성 확대에 잠시 호흡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는 비교적 긍정적인 중기 전망 속에서도 1.44% 하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번 주도 다소 불안한 행보 속에 첫날 거래를 시작했다. 코스피의 선행적 흐름이라 할 뉴욕증시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혼조세를 보이며 장을 마감했다. 지난 8일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40% 상승했을 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0.27%, 1.34% 하락했다.

오는 5월 3~4일(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 것이란 우려가 확산된 데 따른 결과다.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분간은 더 지속될 것이란 전망과 무관치 않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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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대되면서 5월 FOMC회의에서 위원들이 ‘빅 스텝’(한 번에 0.50%포인트 이상 금리를 올리는 일)을 취하는 동시에 당월부터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에 돌입한다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심심찮게 거론된다.

금리 인하 또는 인상 결정을 앞둔 시점에 선제적으로 금리 조절을 주장하곤 했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3.5%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0.25~0.50%인 미국 기준금리를 연내에 3.5%까지 올리려면 연말까지 남은 6차례의 FOMC 회의에서 매번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올려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5월부터 양적긴축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이사는 오는 5월부터 양적긴축이 시작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FOMC 당연직 위원인 브레이너드 이사는 현재 연준 부의장에 내정돼 의회 인준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제롬 파월 의장의 연임이 확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연준 의장 물망에 올랐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다음 달부터 매달 1000억 달러(약 123조원)에 육박하는 정도의 양적긴축을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가 올라가는 것과 별개로 연준이 자산 매각을 통해 매달 그 정도의 달러화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두 가지 카드가 동시에 효력을 발휘해 시중 유동성이 급격히 축소되면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 선호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의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흐름은 이미 시장금리 인상 행진을 통해 가시화되고 있다.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주 2.7%를 넘어서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주 동안 기록된 금리 상승폭은 0.30%포인트였다.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기업들의 미래 기대수익에 악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최근 뉴욕증시에서 기술주로 대표되는 성장주가 지수 하락을 주도한 것도 그와 무관치 않다.

양적긴축의 긍정적 측면을 주목하는 시각도 나타나고 있다. 대신증권 문남중 연구원은 양적긴축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지만 금리인상 강도를 약화시키면서 장단기 금리차 역전에 대한 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는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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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리 상승 흐름과 관련, 문 연구원은 “미국 경기의 침체에 대한 우려를 낮추는 역할도 한다”고 진단했다. 장단기 금리의 역전은 경기침체의 사전 신호로 인식되는 게 보통인데, 지금처럼 장기금리가 올라가면 금리 역전현상이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준의 동향 외에 이번 주 증시가 관심을 갖고 지켜볼 또 하나 중요한 사안은 14일 발표될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지금의 심상찮은 인플레이션 흐름은 연준으로 하여금 긴축 강도를 높이도록 압박하는 작용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CPI의 1년 전 대비 상승률은 8.4%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시장의 컨센서스는 전달의 상승률 7.9%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다. 연준이 특히 주목하는 3월의 근원 CPI 상승률은 6.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의 전년 동기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6.4%였다.

국내 변수로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14일)가 주목된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릴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리 동결을 점치는 이들 일부는 한은 총재 공석 상태를 그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1분기 실적 발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1분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로 57조10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2월 말 전망치보다 2.4% 상향조정된 수치다.

한편 11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2.85포인트 낮은 2687.54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일시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결국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장 대비 7.29포인트(0.27%) 하락한 2693.1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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