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국내 증시에서의 ‘셀 코리아’(외국인들의 자산 매각) 흐름이 보다 뚜렷해졌다. 원/달러 환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준이 긴축 행보를 재촉하고 있는 점이 그 배경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주 후반에 들면서 1240원을 넘보더니 1250원선을 넘나드는 단계로 들어섰다.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 행진은 최근 들어 다소 약화됐지만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 상승흐름을 억제하는 작용을 했다. 그 바람에 코스피 주간 상승률은 0.32%에 그쳤다. 코스피의 부진은 같은 기간 뉴욕증시에서 주요지수들이 일제히 하락한 것과 무관치 않았다. 지난 주 S&P500지수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각각 2.75%, 1.86% 하락했다. 나스닥의 하락세는 더욱 뚜렷해 하락률이 3.83%나 됐다.

투자심리 위축 속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는 점차 빨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결정적 메시지를 제공한 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실시된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토론에서 곧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안을 상정하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다음 FOMC 회의는 오는 5월 3~4일 열린다. 파월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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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발언을 두고 시장에서는 연준이 ‘빅 스텝’을 연이어 취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연준이 두 번 또는 세 번에 걸쳐 연속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이상씩 올릴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연이은 세 번의 ‘빅 스텝’ 중 한 번은 0.75%포인트 인상일지 모른다는 분석까지 나오기 시작했다. 4월을 건너뛴 FOMC 회의는 5. 6. 7월에 연속해서 열린다.

이로 인해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미국의 긴축 속도 증가 분위기는 원/달러 환율을 더 끌어올리는 작용을 하며 ‘셀 코리아’ 분위기를 또 한 번 띄우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연준의 긴축 강화 움직임이 구체화되자 미 국채금리도 상승 압박을 강하게 받고 있다. 24일 현재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아직 3%를 하회하고 있다.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지선인 3%를 넘기면 주식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미 국채가 위험회피 수단으로 작용하면서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일정 부분 억제될 수 있지만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은 기업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늘려준다. 주식 투자자들에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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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긴축 강화 정도를 가늠해볼 위원들의 발언은 당분간 들을 수 없다. 올해 네 번째 FOMC 회의를 앞두고 지난 주말부터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연준 위원들의 금리정책 관련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은 FOMC 회의가 열리기 전 주 주말부터 시작돼 2주 가까이 지속된다.

따라서 이번 주처럼 FOMC 회의 직전에 전개되는 주간에는 증시 투자자들의 관심이 기타 변수에 더 크게 쏠리기 마련이다. 이번 주의 경우 대표적 이벤트로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들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번 주 동안 현대자동차와 기아, LG전자를 시작으로 주요기업들이 줄줄이 실적발표에 나선다. 특히 관심을 끄는 기업은 SK하이닉스와 에쓰오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이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지난주 넷플릭스의 부진한 실적으로 실망감이 조성된 와중에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메타, 애플, 아마존 등의 실적발표에 미리부터 시선이 쏠리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기타 변수로는 26일과 28일 각각 발표되는 한국과 미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꼽힌다. 현재 한·미 두 나라의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에 대한 기대는 그리 높지 않다. 전년도 4분기 성장률에 못 미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1분기 성장률이 전분기(6.9%, 이하 전기 대비 연율)보다 크게 낮은 0.8%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도한 내용이다.

29일 발표될 미국의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연준이 특히 관심을 갖는 지표라는 점이 그 이유다. 3월의 근원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로는 5.3% 상승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월의 전월 및 전년 동기 대비 근원 PCE 지수 상승률은 각각 0.4%, 5.4%였다.

이번 발표로 미국내 물가가 고점을 지나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연준의 긴축 압력은 다소 약화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한편 25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28.04포인트(1.04%) 하락한 2676.67에 개장한 뒤 점차 하락폭을 키워갔다. 결국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47.58포인트(1.76%) 내린 2657.13으로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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