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의 고용 호조가 증시엔 독이 됐다. 미 노동부가 4월 고용보고서를 발표한 지난 6일 뉴욕증시에서는 3대 주요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전장 대비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0.30%,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57%, 나스닥지수는 1.40% 내려갔다. 다우는 6주 연속,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나란히 5주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4월 비농업부문 고용은 전달보다 42만8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웃도는 것으로서 미국 경제의 앞날을 밝게 하는 것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예상한 증가폭은 40만이었다. 4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6%로 집계됐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처럼 양호한 고용지표를 오히려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고용이 좋아지면 현재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된 인플레이션이 더욱 심화될 여지가 생기고, 그 결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가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것이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쇼핑몰 . [사진  EPA/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의 한 쇼핑몰 . [사진 EPA/연합뉴스]

지금 시점에서는 고용보다 물가 흐름을 더 면밀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물가 상승이 지속적이고 가파르게 진행될 것이란 판단이 설 경우 연준으로서는 긴축의 고삐를 더 세게 죄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이르렀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곧 앞으로는 물가가 점차 하락할지 모른다는 기대와 맞물려 있다.

WSJ 집계에 의하면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8.1%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달의 8.5%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전달의 1.2%보다 크게 낮은 0.2%일 것으로 전망됐다.

4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3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6.5%였다. 4월 CPI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치만으로는 아직 고점을 판단하기 이른 측면이 있다. 하지만 공식 발표 내용상 CPI 상승률이 전달에 비해 분명히 낮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고점 도래에 대한 기대가 커질 수 있다. 이는 연준으로 하여금 긴축 강화 속도를 다소 완화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를 낼 가능성이 있다. 4월 CPI는 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다.

이번 주엔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 줄줄이 이어진다. 지난 3~4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전후해 설정됐던 블랙아웃 기간이 끝나는데 따른 것이다. 위원들의 발언 내용에 따라 시장은 또 한 번 출렁일지 모른다. 지난 번 통화정책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의장은 연준이 향후에도 연이어 빅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함)을 밟을 가능성을 흘렸다. 연준은 다음 달부터 양적긴축(대차대조표 축소, 자산 매각)이 점진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동시에 시사했다.

연준 위원들의 연설은 9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은행 총재를 필두로 12일까지 매일 행해진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0.75%포인트 금리 인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지만 다른 위원들은 색다른 발언을 내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 여파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AFP/연합뉴스]

 

국내적 요인으로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거론된다. 연준의 긴축 강화 흐름에 맞춰 한은에 가해지는 금리 인상 압박도 강해지고 있어서이다. 그렇다고 해서 금리 인상을 뒷받침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은 입장에서는 여전히 금리 인상이 초래할 내수 위축 및 성장 정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달 26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또 한 번의 금리 인상 문제를 논의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수입물가와 내수의 역성장 기조 등 현상을 고려할 때 통화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라 분석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는 50.54포인트(1.87%) 하락했다. 최근의 저조한 흐름 탓에 코스피는 지난달 22일(2704.71) 이후 줄곧 2600대에 머물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시장 급등락 과정이 불가피해 코스피도 2600선 초반에서 지지력을 시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9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0.19포인트(0.39%) 낮은 2634.32에서 출발한 뒤 점차 하락폭을 키워가더니 결국 2610.81포인트에서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하락폭은 33.70포인트(1.27%)였다. 이날의 코스피 하락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중국의 봉쇄 강화, 선진국들의 러시아산 원유수입 금지 결정 등과 연관된 것으로 분석됐다. 러시아산 원유 수입 금지는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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