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코스피가 2500선 붕괴를 위협받을 만큼 불안한 모습을 연출하며 한 주를 시작했다. 코스피는 지난 한 주 동안에도 74.78포인트(2.80%) 하락을 경험했다. 부진 흐름은 주 첫날인 13일 낙폭을 더 키우며 그대로 이어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5.66포인트(1.76%)나 내린 2550.21에 개장했고, 거의 온종일 3% 내외의 전장 대비 하락폭을 유지했다.

지난주 주가는 뉴욕증시에서도 보기 드문 하락세를 연출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58%,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와 나스닥지수는 나란히 5%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코스피 하락을 이끈 쪽은 이번에도 외국인이었다. 이달 들어 지난주까지 이미 2조원 넘게 주식을 팔아치운 외국인은 13일 매도세를 한층 강화했다. 이들의 주식 매도를 부추긴 가장 큰 요인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8.6%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근원 CPI 상승률도 6%나 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특히 미국의 생활필수품 물가는 대부분 두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예상 외의 물가 상승률에 시장 분위기는 급격히 식어들었다. 물가 정점론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가을 무렵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 인상 행보를 잠시 멈출 것이란 기대 또한 소멸된데 따른 것이었다.

연준의 가을 행보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5월 소비자물가 발표 전까지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연준이 6, 7월에 연이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올림)을 취한 뒤 9월엔 잠시 호홉 고르기를 시도할 것이라 예상했었다.

그러나 물가 상승세가 예상 외로 강하다는 사실이 지표로 확인되면서 분위기가 졸지에 반전됐다. 오는 14~15일 열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고삐 풀린 물가를 잡기 위해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함)을 취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나아가 7월과 9월 회의에서도 금리인상 행진이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바클레이스 투자은행 등은 연준이 이번 주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하지만 중론은 여전히 0.5%포인트 인상 쪽에 모아져 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 등은 0.5%포인트 인상론을 지지하고 있다.

다만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6, 7, 9월에 연속해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씩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연준은 네 차례 연속 빅 스텝을 취하게 된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5월엔 빅 스텝을 취했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물가의 고공행진은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높일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40여년 만에 처음 겪는 물가 상승세에 소비가 위축되고, 그 결과 미국경제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 또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5월 물가지수가 발표되자 원/달러환율도 큰 폭으로 올라갔다. 이 역시 연준이 긴축 고삐를 더 강하게 조일 것이란 전망과 연결돼 있다. 원화 가치 하락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본 이탈을 자극하는 요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금의 증시 분위기는 이번 주 FOMC 회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연준의 성명이나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에 따라 투자 분위기가 더 냉각될 수도 있다.

주목할 점은 파월 의장이 9월 FOMC 회의와 관련해 오는 15일 내놓을 메시지다. 연준이 9월과 그 이후에도 빅 스텝 이상의 행보를 이어갈 가능성을 시사한다면 시장은 또 한 차례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같은 날 연준이 내놓을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도 관심을 둘만한 요소다. 전망자료들에 포함될 점도표 또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점도표는 연준 위원 각자가 예상하는 장래의 미국 기준금리 수준을 나타내는 도표다. 이번 것이 지난 3월 발표된 점도표보다 높은 기준금리 전망을 담고 있다면 시장의 실망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13일 코스피는 종일 3% 내외의 하락폭을 보일 만큼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다. 전장보다 45.66포인트(1.76%) 하락한 채 거래를 시작한 코스피는 이후 낙폭을 키우더니 수차례 2500선마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기대 붕괴, 경기침체 이슈의 재부상 등으로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날 코스피는 결국 전장보다 91.36포인트(3.52%) 하락한 2504.51로 장을 마감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