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이번 주 국내 증시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 있게 지켜보아야 할 것은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주중인 13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되는 CPI에 따라 뉴욕증시 및 국내증시가 또 한 차례 요동칠 수 있다.

미국과 국내 증시는 공히 경기침체 및 중앙은행의 긴축 강화에 대한 우려, 기업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 저하 등으로 활기를 잃어가고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발등의 불로 인식되는 것이 중앙은행들의 긴축 강화 행보다.

이달 한·미 중앙은행들은 각각 13일과 26~27일 정례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의 대체적 전망은 한국은행이 사상 처음으로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을,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연이어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취할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이런 조치들은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투자 매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미국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있는 월마트 매장. [사진 = 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 비엔나에 있는 월마트 매장. [사진 = 연합뉴스]

시장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국내 투자자들의 우려를 키워왔던 한·미 간 금리 역전이 현실화된다. 상단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가 각각 2.25%, 2.50%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한·미 간 금리 역전은 당장 국내 금융시장 불안을 야기하진 않는다 할지라도 원/달러 환율을 더욱 자극하며 두고두고 주식에 대한 투자심리를 흔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축 강화로 인한 위험자산 회피심리 확산, 자본 유출이란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이처럼 증시의 키워드가 된 미국의 기준금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가 이번 주 발표되는 미국의 CPI다. 이 수치를 통해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음이 확인될 경우 연준의 긴축 고삐는 더욱 단단히 조여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연준은 경기 침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가 잡기에 나서려는 의지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에 얼마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지는 지난달 공개된 통화정책 회의 의사록을 통해 확인됐다.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는 인플레이션이란 단어가 90차례나 언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경기 후퇴란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블룸버그는 미국의 6월 CPI가 1년 전보다 9% 상승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미국의 전년 동월 대비 5월 CPI 상승률은 41년래 최고치인 8.6%였다. 이는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로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의 물가 추이를 볼 때 연준이 이번에 인플레 기대심리 억제를 위해서라도 기준금리를 큰 폭으로 올릴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미 금리 선물시장에서 트레이더들은 연준이 이번 달 중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100%로 예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심지어 1.0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전망하는 의견까지 등장했다.

미국의 고용 호조도 연준의 긴축 의지를 강화하는 명분이 되어주고 있다. 미국 노동부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6월 비농업 부문의 고용 증가폭은 37만2000명이었다. 시장 예상치 25만명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다. 실업률은 반세기 만의 최저 수준에 근접한 3.6%였다. 사실상 완전고용 상황에 도달해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미국의 고용 호조를 이유로 경기침체 임박설을 부인하는 이들도 나타나고 있다. ‘맨큐의 경제학’으로 유명한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가 대표적 인물이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된다면 연준은 보다 자신감 있게 긴축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듯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용보고서 내용을 거론하며 연준의 7월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달에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오는 14일 공개될 연준의 경제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에도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베이지북 내용들은 연준의 금리정책 운용시 판단자료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하루 앞선 13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의도 증시 흐름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서 한은이 사상 처음으로 0.50%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지가 주요 관심사다.

지난주 뉴욕증시는 혼조세로 마감됐다. 지난 8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46.40포인트(0.15%) 하락한 반면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13.96포인트(0.12%) 상승했다. 뉴욕증시 전반의 흐름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3.96포인트(0.12%) 하락했다.

혼조세는 11일 국내증시에서도 답습됐다. 지난 한 주 종가 기준으로 50포인트 가까이 반등한 코스피는 이날 하루 종일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였다. 이날 코스피 증시는 전장보다 6.82포인트(0.29%) 오른 2357.43에 개장한 뒤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10.34포인트(0.44%) 떨어진 2340.27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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