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이번 주 증시의 최대 변수는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나올 위원들의 발언도 주목해야 할 대상이다. 물가동향 등을 토대로 한 FOMC 위원들의 입장이 어떤 흐름을 나타낼지를 살펴볼 수 있어서이다.

현재 시장의 관심은 9월 FOMC 회의(20~21일, 이하 현지시간)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얼마나 끌어올릴지에 집중돼 있다. 그간 시장에서는 연준이 긴축 속도를 다소 완화시킬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 있었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 노동부의 고용지표 발표 이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예상 외로 고용상황이 좋은 것으로 드러나자 연준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털고 물가 잡기에 전념할 기반이 마련됐다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연준은 그동안 고용 상황이 나쁘지 않다는 점을 거론하며 미국 경기가 침체 국면으로 접어들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유지해왔다.

미국의 상점에 나붙은 구인 광고. [사진 = 신화/연합뉴스]
미국의 상점에 나붙은 구인 광고. [사진 = 신화/연합뉴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의 7월 고용(비농업 부문)이 52만8000명 증가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25만8000명)는 물론 전달의 증가폭(39만8000명)을 크게 웃도는 것이었다. 고용상황이 악화되기는커녕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였다.

7월 실업률은 3.5%로 집계됐다. 이로써 고용상황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음이 통계로써 확인됐다. 이 정도의 실업률은 미국의 복지수준 등을 감안할 때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가 구현됐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7월 실업률은 반세기만의 최저 수준에 해당한다.

고용상황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증시에서는 연준이 거리낌 없이 기준금리 인상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치솟는 물가에 보다 과감한 대응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인식이 강해진 탓이다. 따라서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9월 FOMC 회의에서 또 한 번 ‘자이언트 스텝’(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림)을 밟을 것이란 전망이 강화됐다.

경기침체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연준이 이제부터 특히 관심 있게 지켜볼 사안은 물가 흐름일 수밖에 없다. 다른 큰 변수가 돌발하지 않는 한 거의 전적으로 7월 CPI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연준의 긴축 강도가 정해질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미국의 물가 추이와 관련해서는 정점 통과론이 일찌감치 제기됐다. 이 점이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전망한 미국의 7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8.7%다. 전달의 CPI 상승률은 9.1%였다. 하지만 근원 CPI 상승률 전망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높은 6.1%로 제시됐다. 물가 상승세가 뚜렷이 꺾였다고 보기 힘들다는 전망이 여전함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사진 = AP/연합뉴스]
[사진 = AP/연합뉴스]

만약 이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CPI 상승률이 집계된다면 투자 분위기는 크게 위축될 수 있다. 7월 CPI는 10일 발표된다. 하루 뒤 발표되는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소비자물가지수의 선행지표로서 관심을 둘 만한 사안이다.

다음번 FOMC 회의까지 제법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그 사이에 공개될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주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연말이면 미국 기준금리가 3.75~4.00%가 될 것이란 예상을 내놓았다. 지금보다 기준금리가 1.50%포인트 인상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다음달 0.75%포인트 인상 전망이 짙어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연준이 남아 있는 연내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 번은 ‘빅 스텝’을 취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9월 이후 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는 11월과 12월에 각각 열린다.

지난 한 달간 코스피는 200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대내외 변수가 많아 이런 기류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는 관측이 많다. 주요 대외 요건에 큰 변화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적으로는 경기침체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KDI 경제동향’ 8월호를 통해 “경기 하방요인이 고조되는 모습”이란 진단을 제시했다. 소비심리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고 주요국 경기 둔화로 제조업을 중심으로 경기하방 요인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KDI의 8월 평가는 “회복세 제약”이라던 전달의 그것보다 부정적으로 바뀌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한편 8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9.63포인트(0.39%) 낮은 2481.17로 거래를 시작한 뒤 소폭의 오르내림을 반복했다. 종가는 전장 대비 2.30포인트(0.09%) 상승한 2493.10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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