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다음 번 발걸음이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될 것이란 인식이 시장 분위기를 지배했다. 잭슨홀 미팅에서 나온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이 원인이었다. 지난 26일(이하 현지시간) 연설에 나선 파월 의장은 매파적 발언들을 쏟아냈다. 시장을 달래기 위해 조심조심하는 듯했던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이 나온 당일 뉴욕증시에서는 3대 지수가 모두 3% 이상 하락했다. 그 바람에 3대 지수의 주간 하락폭은 일제히 4%대로 확대됐다.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또 한 차례 이례적으로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 있다”, “한 번의 물가지표 개선으로는 부족하다”, “금리 인상을 멈출 때가 아니다” 등등의 강경 발언을 줄지어 했다. 당분간은 “제약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뜻을 내비치며 긴축을 조기에 완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점도 분명히 밝혔다. 긴축에 대한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미리 누그러뜨리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내용들이었다.

잭슨홀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연합뉴스]
잭슨홀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데이터를 거론함으로써 일부 여지는 남겨두었다. 그러나 이 말도 9월(20~2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얼마나 올릴지에 대해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할 수 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운용의 역사적 사례까지 들먹이며 물가 억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로써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확신이 들더라도 연준이 당분간 고강도 긴축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분석들이 제기됐다.

파월 의장이 당초 예상됐던 시간의 절반도 채우지 않으며 연설을 짧게 진행한 것을 두고도 특별한 해석이 제기됐다. 연설 시간을 대폭 줄인 사실 자체가 매파적 메시지를 뚜렷이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보는 시각들이 나타난 것이다. 파월 의장은 10분도 안 돼 끝마친 이번 연설에서 인플레이션이란 단어를 40번 넘게 사용했다.

파월 의장의 연설 이후 연준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게 됐다. 연준은 앞선 두 차례 FOMC 회의에서 연속으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었다.

중요한 것은 파월 의장의 발언이 아니라 이제부터 나올 지표들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눈여겨 볼 데이터는 이번 주 후반 연달아 공개되는 미국의 8월 고용 관련 보고서다. 31일 나오는 민간 보고서인 ADP보고서와 그 이틀 뒤 발표되는 미 정부의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자 수가 그것들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전문가들의 8월 비농업부문 신규고용자 수 예상치는 32만5000명이다. 전달의 신규 고용자 수는 52만8000명이었다. 함께 발표되는 8월 실업률은 전달과 같은 3.5%일 것으로 예상됐다.

증시 투자자들은 8월 고용상황이 예상과 어떻게 다를지를 지켜보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갈 수밖에 없게 됐다. 만약 고용이 예상보다 크게 좋아진다면 증시 투자자들은 오히려 실망감에 휩싸일 수 있다. 연준이 고용 위축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 물가잡기에 마음껏 전념할 기틀이 마련됐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어서이다.

하지만 예상치에 부합하는 결과가 발표된다면 투자자들은 다음 번에 나올 또 하나의 주요 지표로 관심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 대상은 9월 FOMC 회의 일주일을 앞두고 발표될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CPI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못지않게 연준이 신경을 쓰는 지표다. 특히 이번에 발표되는 8월 CPI는 미국의 물가 고점이 어디인지를 보다 명료하게 보여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국내에서는 다음달 1일 발표되는 수출입동향(통관 기준)이 눈길을 끌 요소다. 우리의 무역수지는 8월 들어서도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20일까지의 무역수지만 해도 이미 102억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5개월 연속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게 열린 셈이다.

지속적인 무역수지 적자는 가뜩이나 높아진 원/달러 환율을 또 한 번 자극하는 악재가 될 수 있다. 높아지는 환율은 다시 수입물가와 국내물가를 연쇄적으로 상승시켜 한국은행으로 하여금 긴축의 고삐를 더욱 조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29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48.97포인트(1.97%) 내린 2432.06으로 시작한 뒤 종일 만회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결국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54.14포인트(2.18%) 하락한 2426.89에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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