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통계청이 31일 ‘7월 산업활동동향’을 발표하자 언론들이 앞다퉈 ‘트리플 감소’가 재현됐다고 보도했다. 생산과 소비·투자가 전달에 비해 일제히 감소했다는 점을 한 마디로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트리플 감소’는 지난 4월에도 나타났었다.

트리플 감소는 생산은 물론 소비·투자를 아우르는 내수가 동시에 줄었음을 의미하는 표현인 만큼 경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는 의미로 쓰이곤 한다. 특히 메시지의 전달 강도를 높이기 좋아하는 언론의 속성 탓에 기사 제목으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됐다.

이 표현은 그야말로 언론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서는 그 같은 표현이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언론 보도가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통계청 발표 자료엔 분명히 생산동향·소비동향·투자동향을 나타내는 지수들이 모두 하강한 것으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7월 생산동향을 말해주는 전(全)산업생산은 0.1%, 소비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는 0.3%, 투자동향을 대변하는 설비투자와 건설기성(시공 실적치)은 각각 3.2%, 2.5% 감소했다. 실제로 3대 동향을 대변해주는 지수들이 일제히 전달보다 하락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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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계청은 물론 우리 경제 전반을 통할하는 기획재정부는 7월 중 진정한 트리플 감소가 실현됐는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있다. 그 근거는 현행 통계청 분류상 소비동향을 대변하는 소매판매액이 소비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 자료에 등장하는 소비동향은 앞서 언급한 대로 소매판매액을 기준으로 표시된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소매판매액이 재화만을 대상으로 집계된 수치라는 데 있다. 즉, A라는 사람이 음식 재료를 사다가 집에서 조리해 먹으면 재료를 구매한 만큼 소매판매액으로 집계되지만 같은 종류의 음식을 집밖에서 사먹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때 A가 식당에서 지출한 음식값은 소매판매액이 아니라 서비스업생산으로 잡히게 된다. 다시 말해 생산동향을 구성하는 요소로 바뀌게 된다는 뜻이다.

이번 통계청 자료에서 생산동향 구성요소로 발표된 서비스업생산은 전달보다 0.3%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있다. 생산 분야로 분류돼 있지만 서비스업생산은 곧 소비자들의 서비스 구매와 같은 결과치라 할 수 있다.

종합하면 7월 중 국내 소비자들은 재화 구매는 전달보다 0.3% 줄였지만 서비스 구매는 0.3% 늘렸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자료는 소비자들이 7월 들어 소비를 줄였다고 단언하는 것이 옳지 않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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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짚고 넘어갈 점은 서비스 소비와 재화 소비 중 어느 쪽이 소비지표를 작성하는데 있어서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느냐이다. 이에 대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재화가 43%, 서비스가 56% 정도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통계청 산업활동동향 발표 자료상의) 소매판매가 소비 전체 데이터를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설명을 근거로 추산하자면 7월 중 재화와 서비스를 합친 실제 소비금액은 전달보다 늘어났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런 점을 고려한 듯 기재부 이승한 경제분석과장도 소비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입장을 조심스레 밝혔다. 이 과장은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면서 소비패턴이 재화에서 서비스로 일부 전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체 소비의 회복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다만 회복 흐름이 다소 주춤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부정과 긍정 요인이 복합적으로 상존하는 등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이승한 과장은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성장 둔화, 금리 인상 행진 등 대외 측면의 어려움들을 거론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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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7월 전산업생산(계절조정, 농림어업 제외) 지수는 117.9(2015년=100)를 기록, 전달보다 0.1% 줄었다. 전산업생산은 4월(-0.9%) 이후 증가세(5월 0.7%, 6월 0.8%)로 돌아섰다가 7월 들어 다시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두 달 연속 증가에 따른 반락으로 보아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전산업생산 감소를 주도한 것은 반도체(-3.4%)였다. 통계청은 반도체 수요가 주춤해지면서 스마트폰 등 전방산업의 수요도 감소했다고 밝혔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계절조정)는 117.9로 전달보다 0.3% 줄었다. 소매판매 감소는 3월(-0.7%), 4월(-0.3%), 5월(-0.1%), 6월(-1.0%)에 이어 다섯 달째 지속됐다. 소매판매가 다섯 달 연속 줄어들기는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와 기계류 투자 모두가 줄어드는 바람에 전달보다 3.2% 감소했고 건설기성은 토목공사 실적 감소로 2.5% 줄어들었다.

경기동향 구성 요소 중 현재경기를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101.8로 전달보다 0.5포인트 올랐다. 반면 향후 경기를 예측하게 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9.4로 0.3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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