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수 예측을 엉터리로 해온 사실이 확인됐다. 국민들이 경제난 속에서 고혈을 짜내가며 세금을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 당국은 나라살림을 짜임새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설계·운영해왔다는 것이다.

15일 감사원이 공개한 감사 보고서 ‘세입예산 추계 운영실태’는 그동안 정부 당국의 나라살림 운영이 얼마나 부실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보고서 내용은 우리 재정 당국의 살림살이가 일개인의 구멍가게 운영보다도 부실했다는 인식을 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예산 및 재정 당국의 세수추계 오류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일이긴 하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오류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큰 논란이 일곤 했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세수추계 오류에 의해 초래된 과도한 초과세수였다. 재정 당국이 국세 수입을 큰 폭으로 과소추계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과 같은 말이다.

초과세수가 발생하자 지난 정권에서는 문제를 개선하려 하기보다 초과된 세수를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빌미로 삼으려 하는 기류까지 나타났었다. 기왕 발생한 초과세수라면 국가채무 상환에 우선 사용해야 했건만 그 또한 후순위의 일이었다. 코로나19 같은 변수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매년 역대급 규모의 본예산을 편성하면서도 끝없이 재정에 대한 갈증을 드러낸 것이 근본원인이었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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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추계는 재정 당국이 한 회계연도의 세입규모를 예측하는 일이다. 이를 토대로 당해연도에 집행할 예산안을 짜고 필요한 만큼 국채 발행 규모 등을 결정해 나라살림을 계획적으로 꾸려가게 된다.

국채 발행은 통상 세입보다 세출이 많을 때에 이뤄진다. 문제는 결산이 이뤄지기 전 국채 발행이 결정된다는데 있다. 그런 까닭에 실제로는 국세가 예상보다 많이 걷힌 해에도 과소추계를 하는 바람에 불필요하게 국채를 발행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쓸데없이 이자 비용을 낭비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우리 정부가 엉터리 세수추계를 반복하는 우를 범해왔음이 이번 감사원 감사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최근 수년간 세수추계 오류는 매년 크고 작은 범위 안에서 있어왔다. 중요한 것은 오류의 크기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요국들에 비해 오류가 지나치게 크다는 게 문제로 지적돼왔다.

2016~2021년도 국세수입 본예산 및 결산자료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2019년과 그 이듬해(각 오차율 0.5%, 2.2%)를 제외하고는 세수 오차율이 10%를 넘보거나 20%대를 넘기는 현상이 벌어졌다. 2016~2018년도의 오차율은 차례로 8.8%, 9.5%, 9.5%를 기록했다. 해당 기간엔 매년 19조~25조원 규모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엔 초과세수 규모가 61조3000억원, 오차율이 21.7%에 이를 만큼 세수추계가 부정확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의 초과세수 규모는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이처럼 과도하게 세수추계 오차가 발생한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이번에 공개된 감사보고서는 기획재정부의 부실한 세수추계 실태를 소상히 기술하고 있다. 보고서엔 혀를 내두르게 할 만큼 한심한 내용들도 담겨 있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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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기재부가 세수추계 작업을 벌이면서 기준 지수를 잘못 사용한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심지어 누진구조를 지닌 세목에서 과세표준만을 참고하고 과표구간 이동에 따른 세율 변화는 고려하지 않은 오류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를테면 종합부동산세 세수를 예상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효과만 반영하고 누진세율 변화에 따른 세수 증가분은 고려 대상에서 배제하는 실수가 있었던 것이다.

양도소득세와 증여세, 상속세 계산에서도 오류가 있었다. 각 세목의 독립변수가 상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간과함으로써 예측능력을 스스로 낮춘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각 세목의 독립변수를 올바르게 사용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기재부가 세수추계의 구체적 계산방식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로 인해 잘못된 계산방식이 제대로 수정되지 않은 채 반복 적용됐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었다.

기재부 내부에서의 소통 부족 문제도 보고서를 통해 노정됐다. 기재부 내 국고국과 세제실 사이에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아 국채가 과다 발행되는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초과세수로 통합계정 잔액이 높은 수준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국채가 불필요하게 발행돼 이자 지출에 의한 재정 낭비가 초래됐다는 얘기였다.

감사원은 기재부가 자금운용 계획을 통합계정 잔고 상황에 맞추어 적시에 변경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면서 “작년 7~9월 22조원 규모의 국채만 추가 발행하지 않았더라도 1415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등의 세수추계 오류는 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이전 정권의 증세정책과도 관련이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에 드러난 세수추계 과정상의 각종 오류들 중에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 만큼 어이없는 것들이 많았다. 국민들의 혈세를 다루는 자세가 이처럼 안이하다면 국가가 국민들에게 납세의무를 강조할 명분이 약해질 수 있다. 특히 큰 폭의 초과세수는 국가가 세금을 마구 부과한다는 인식을 납세자들에게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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