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이 거의 소멸돼 가는 듯 보인다. 기준금리 연내 3회 인하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던 연초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현지 언론보도들에 따르면 요즘엔 연내 1회 인하 전망을 넘어 0회 인하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지만 연준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리려 할지도 모른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조기 피벗 기대를 결정적으로 무력화시킨 것은 25일(이하 현지시간) 미 상무부가 발표한 쇼크 수준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었다. 발표된 1분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가 장기화되고 중동 정세가 더욱 불안정해지며 국제유가가 들썩이는 등 지구촌 경제가 난국으로 치닫고 있다. 홀로 잘 나간다는 미국조차 불확실성에 대한 의문을 거두지 못한 채 고금리 기조를 보다 장기화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세계적 경기 부진은 국가 간 교역량을 줄어들게 함으로써 우리나라처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의 경제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반도체 경기의 별난 부진까지 겹친 탓에 국내 1위 기업 삼성전자는 지난해에 10조원에도 못 미치는 영업이익을 내는 등 금융위기 이후 최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또 동결됐다. 1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올해 세 번째 회의를 열고 내린 결론에 따른 것이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금통위 정례회의 횟수로 10회째, 기간으로는 15개월째 3.50%를 유지하게 됐다.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에 지친 시장 참여자들, 특히 부채 이자에 짓눌려온 경제주체들은 이제나 저제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언감생심’이었다. 소비자물가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최근 들어서는 반짝 상승하기까지 하는 등 울퉁불퉁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는 점이 한은
정부가 정부대출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신혼부부의 소득 합산 기준을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결혼을 하면 1인 가구로 지냈을 당시보다 가구 소득이 늘어 소득기준 제한에 쉽게 걸리고, 결국 각종 특례대출 제도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함이다.미혼 때보다 강화되는 부부 소득 기준은 신혼부부들이 결혼을 하고도 혼인 신고를 늦추고, 나아가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부작용을 낳곤 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런 현상이 일반화되면서 청년층 사이에서는 결혼 자체를 기피하려는 경향까지 나타났다. 이는 다시 출산율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별나게 자주 접하는 이야기 중 하나가 대통령의 격노 소식이다. 대개는 ‘카더라’식 언론 보도에 의한 전언들이다. 그렇지만 전달 매체들의 이름값을 감안하면 아니면 말고식 루머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심심찮은 ‘격노’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이 이렇다 할 부인 입장을 내놓지 않는 점도 그 내용들을 신뢰하게 만들어준다.어떤 때는 대통령실이 언론들의 그런 보도를 기꺼워하는 게 아닌가 여겨지기도 한다. 대통령의 의중을 은연중 특정 그룹이나 인물에게 전달하는 효과를 노리는 듯 보이는 예도 있다는 얘기다.대통령의 격노
22대 총선이 목전에 이르자 여야의 포퓰리즘 경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야당이 노골적인 현금 살포 제안을 내놓자 여당은 질세라 부가가치세 인하 카드를 내밀었다. 여야가 그간 재정 투입과 관련한 선거 공약을 경쟁적으로 쏟아내온 것을 생각하면 양측 간 포퓰리즘 경쟁이 더욱 노골화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모습들이다.특히 비판받아야 하는 쪽은 여당인 국민의힘이다. 여당은 그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포퓰리즘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이 대표는 기초단체장 시절부터 이미 포퓰리스트로 명성을 떨쳐온 정치인이다. 그는 포퓰리즘을 정치적 성장
정부가 농산물 물가잡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효과에 대한 의문은 가시지 않고 있다. 과일·채소류 등을 타기팅해 단기 재정투입으로 이뤄지는 지금의 물가 관리 방식은 효과가 제한적일뿐더러 지속가능하지도 않다는 점이 그 이유다.정부는 22일에도 농산물 납품단가 지원 품목 확대, 할인지원율 한시 상향조정 등의 대책들을 추가로 쏟아냈다. 납품단가 지원 품목 수를 13개에서 21개로 늘리고, 품목별 지원 단가도 최대 2배로 확대키로 한 것이다. 새로운 납품단가 지원 품목으로는 배와 포도·키위·단감·깻잎·상추·양배추·깐마늘 등이 추가됐다.농산
모범적 사례로 꼽혀왔던 유한양행의 윤리적 지배구조에 일대 변화가 생겨났다. 창업자 유일한 박사의 유지에 따라 경영권 세습 없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채 기업의 사회적 역할을 제1의 가치로 삼아왔던 유한양행의 지배구조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역사적 변화는 15일 열린 유한양행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이뤄졌다. 이날 주총에 지배구조 변경을 위한 정관 일부 변경 안건이 상정됐고, 해당 안건은 논란 속에 가결됐다.유한양행의 독특한 지배구조는 당사의 사사(社史)를 넘어 대한민국 기업사(史)에 길이 남을 윤리적 기업의 표본이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유지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기존대로 ‘안정적(Stable)’이라 평가했다. 지금의 신용등급 상태를 당분간 더 이어갈 것이라는 판단 결과를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6일 기획재정부를 통해 확인됐다.저성장 기조 등에 대한 우려가 자주 제기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에 대한 피치의 이번 평가는 비교적 우호적이라 할만하다. 피치는 한국 경제가 올해 2.1% 성장할 것이란 지난해 10월의 전망도 그대로 유지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 증가 등에 힘
정부가 내민 의대생 2000명 증원 카드로 의료계가 벌집 쑤셔놓은 듯 소란스러워졌다. 전공의들이 줄줄이 의료 현장을 이탈했고, 뒤이어 대학병원 내 전문의 집단인 전임의들마저 가운을 벗어던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의대생 증원 문제로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격화되면서 사태는 역대급 의료 대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 와중에 애먼 피해를 입는 쪽은 환자들과 환자 가족들뿐이다.빅5 병원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이후 열흘이 지났지만 양측 모두는 한 발짝도 물러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고,
미국의 정보기술(IT) 공룡인 인텔이 또 다른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반도체 공정 미세화 전쟁의 한복판에 뛰어들었다. 파운드리(주문형 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대만 TSMC와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1.8nm(나노미터: 1nm는 10억분의 1미터) 반도체 양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다이렉트 커넥트’ 행사를 열고 그 같은 방침을 천명했다.인텔의 선언은 안 그래도 파운드리 시장의 압도적 선두 주자인 TSMC와 힘겨운 경쟁을 벌여오던 삼
16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두고 정부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자료 발표 당일 기획재정부 김병환 차관이 보인 반응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주었다.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자리TF 회의’에서 1월 고용동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양호한 모습”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올해 고용시장도 안정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등의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낙관론의 근거는 상용직 취업자 비중이 58.4%로 늘어 1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 36시간 이상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 등이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기본 시리즈’ 최신판을 추가로 내놓았다. 이름하여 ‘출생기본소득’이다. 이행 방식으로 ‘분할목돈지원’이란 생소한 개념을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 31일 뒤늦게 진행된 신년기자회견을 통해서였다.경기도지사 시절부터 시작된 이 대표 특유의 ‘기본 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 것은 이전의 어느 것보다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문 내용을 토대로 제시안의 대강을 유추해보자면, 태어난 아이를 대상으로 최소한 대학졸업 때까지는 국가가 기본 양육비와 교육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대회가 열리기 직전의 일이었다. 당시 한국조직위원회(KOWOC)는 뜻하지 않은 난제를 만나 골치를 썩이고 있었다. 서구를 중심으로 일었던 개 식용 반대 캠페인이 그것이었다. 캠페인을 주도한 이는 프랑스의 유명 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였고, 타깃은 야만스러운(?) 한국인이었다. 그녀는 한·일월드컵대회 개최 수 년 전부터 국내외 유관 기관에 항의 서한을 보내는 등의 방법으로 활발히 개 식용 반대 운동을 벌였다.사실 그 당시만 해도 국내 반응은 견뎌낼 만한 정도였다. 한국조직위 입장에서 신경 쓰이는 것은 해외 반응이
설마 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시에 개정되지 않는 바람에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5∼49인)에까지 법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 판이다. 해당 소상공인들로서는 날벼락을 맞는다고 볼 수 있다. 그들 소상공인은 그간 공포와 불안에 떨면서도 설마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었다. 그런 기대는 정부와 정치권이 80만 소상공인들을 존폐의 기로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란 상식적 판단에서 비롯됐었다. 그들이 운영하는 영세 사업장에 800만 근로자가 생계를 의탁하고 있다는 점도 그런 상식을 뒷받침해주었다.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저출생 해소책을 나란히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 소멸론을 야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만큼 양대 정당이 총선 공약으로 관련 대책을 내놓은 점은 평가할 만하다. 거의 비방전만을 일삼아온 두 정당이 본격적인 정책 대결에 나선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만시지탄의 감이 있긴 하지만 내용도 비교적 충실한 편이다. 양당 모두 제각각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책을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해당 사안을 무겁게 다루겠
논란 많은 비트코인이 세계 자본시장의 안방 격인 미국 뉴욕증시에 진입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데 따른 것이다. 승인을 얻은데 성공한 관련 ETF는 11개에 이른다. 이로써 비트코인 가치의 등락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는 ETF들의 지분이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이 일은 세계 자본시장 질서에 일대 변혁을 가져다줄 사건에 해당한다. 이번 조치가 뉴욕증시에서의 비트코인 직거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가 새해맞이를 하고 나서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연말에 새해 정책방향이 미리 제시됐던 전례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경제사령탑 교체로 다소 어수선하게 연말연시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새해를 코앞에 두고 임명된 새 경제사령탑의 의지를 반영하느라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올해 경제정책방향은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 출범과 함께 제시됐다는 점에서 예년 것보다 큰 관심을 모았다. 기본적인 정책방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갑진년 새해에 품은 소망들 중엔 예년과 다른 것이 하나 있다. 일차적 소망이야 으레 그렇듯 잘 먹고 건강하게 잘 사는 것이지만, 이번엔 그 못지않게 절실한 게 하나 더 생겨났다. 정치인들로부터 막말과 거짓말 좀 안 듣고 사는 게 그것이다.최근 수년간 정치인들, 특히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뿜어낸 언어공해로 인해 느낀 불쾌감을 생각하면 늘 분노가 치민다. 대표적인 예가 ‘짤짤이(사실은 XX이)’나 ‘암컷’, ‘금수’, ‘발목때기를 분질러놔야’,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인 줄 알더라’ 등등이다. 대법원 확정 판결로 추잡한 범죄 혐
대법원이 최근 연장근로시간 한도 위반 여부를 다투는 재판에서 주 단위 계산이 맞다며 사용자 측에 유리한 결정을 내리자 노동계가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다. 대법원이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노동계는 이번 결정이 법정 노동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정한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대법원이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도 함께 펼치고 있다.경영계는 대법원 결정을 반겼다. 정부도 대법원 판결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드러냈다. 지난 7일 있었던 대법원 판결 내용을 뒤늦게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