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고용동향’을 두고 정부가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자료 발표 당일 기획재정부 김병환 차관이 보인 반응이 정부의 입장을 대변해 주었다.

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일자리TF 회의’에서 1월 고용동향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양호한 모습”이란 평가를 내놓았다. 이어 “올해 고용시장도 안정적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등의 낙관적인 견해를 밝혔다.

낙관론의 근거는 상용직 취업자 비중이 58.4%로 늘어 1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점, 36시간 이상 일자리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 등이었다. 1년 이상 근로가 보장된 안정적 일자리 비중이 1년 전보다 커졌고, 전일제 일자리 수도 함께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해 내린 결론이었던 것 같다. 나름 객관적 분석을 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HD현대중공업. [사진 = HD현대중공업 제공]
HD현대중공업. [사진 = HD현대중공업 제공]

실제로 이날 발표된 고용지표에 특별히 나빠졌다고 볼 여지는 없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 나타난 수치로는 그랬다. 그런 만큼 정부 당국자의 긍정적 평가를 나무랄 수만은 없을 것 같다.

1년 전보다 나아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들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취업자 증가폭이다. 이 수치는 38만명을 나타냈다. 10개월 만의 최대치다. 수치 자체로는 긍정적이라 할 만하다.

고용동향의 내실 유무를 따질 때 흔히 거론되는 고용률도 나쁘지 않았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이 1년 사이 0.9%포인트 개선돼 68.7%를 기록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도 1년 전보다 0.7%포인트 상승해 61.0%로 올라갔다. 이는 1982년 7월 월간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고용률은 전체 취업자 증감 수치 자료가 지닌 맹점을 보완해주는 고용지표로서 특별한 가치를 지닌다. 예를 들어 1월 고용동향 자료엔 40대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4만2000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마치 40대 취업이 전보다 어려워진 것으로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착시현상이라 할 수 있다. 40대 인구가 1년 만에 13만5000명 줄어든 사실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서 취업자 수 증감과 함께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자료가 고용률이다. 고용률은 취업자 수를 인구수로 나눈 값을 지칭한다. 이렇게 계산된 지난달의 40대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높아진 78.2%다. 1년 전에 비해 40대 취업자 수는 크게 줄었지만 고용률은 오히려 유의미한 증가폭을 기록한 셈이다.

지난달에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2만명 늘어난 점도 고무적이다. 제조업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대표적 업종으로 분류된다. 대체로 장기 근속을 보장하는 데다 보수도 상대적으로 높은 분야가 제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더 면밀히 지난달 고용동향 자료들을 들여다보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끼게 된다. 앞서 언급한 제조업 부문의 고용동향만 보더라도 그렇다. 수치상 제조업 취업자 수는 2개월 연속 증가하는 모양새를 나타냈다. 각각의 증가폭은 작년 12월 1만명, 지난달 2만명 등이다.

문제는 지난달의 제조업 취업자 증가(2만명)가 순전히 기저효과 덕분이었다는 데서 찾아진다. 비교 시점인 지난해 1월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 동기 대비 3만5000명이나 줄어 443만2000명으로 내려앉은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그 결과 올해 1월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취업자 절대수인데, 지난달의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년 전인 22년 1월(446만7000명)보다도 9만명이나 적었다.

전체 취업자 증가폭 38만명 중 60세 이상 증가분이 35만이나 된다는 점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사실이다. 고령자 일자리 증가는 그 자체로 좋은 일이지만 청년층을 포함하는 기타 연령대의 일자리 증가폭이 3만에 그쳤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달 채용시장이 공공기관 공채 등으로 활발한 분위기를 보였던 점까지 감안하면 이번에 나타난 고용지표들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는 더욱 줄어든다. 그런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와 가시지 않는 고물가, 그로 인한 소비 부진, 국제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인한 건설경기 침체 등등 고용시장 하방 리스크는 여전히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고용지표가 표면상 일부 개선되는 기미를 보인다 해서 낙관론을 펼치기엔 아직 이르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긴장의 끈을 조인 채 위험 요인들을 미리미리 제거하는 일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규제를 완화해야 경제에 활력이 생긴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경제가 활력을 되찾아야 고용시장도 비로소 안정을 회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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