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해맞이를 하고 나서야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연말에 새해 정책방향이 미리 제시됐던 전례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경제사령탑 교체로 다소 어수선하게 연말연시를 보낼 수밖에 없었던 저간의 사정이 반영된 결과가 아닌가 싶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새해를 코앞에 두고 임명된 새 경제사령탑의 의지를 반영하느라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 출범과 함께 제시됐다는 점에서 예년 것보다 큰 관심을 모았다. 기본적인 정책방향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최상목 새 부총리는 역동경제를 구호로 내세우며 진작부터 시선을 끌었다.

예상대로 4일 발표된 올해 경제정책방향은 역동경제를 주제어로 삼고 있었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강조한 민생을 가미해 민생경제 개념이 어우러진 것으로 보인다. 그밖의 주제어로는 잠재위험 관리와 미래세대가 꼽혔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정책방향의 골자는 △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해 한시적으로 세액공제를 확대하고 △인구감소지역에 주택을 추가 구입하면 보유주택 수에 반영하지 않기로 하는 한편 △비수도권의 개발부담금 전액, 학교용지부담금 50%를 감면한다는 것 등이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과 농지·산지 등에 대한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한다는 내용도 발표 내용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활력 있는 민생경제’를 추구해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관리방안과 다주택자 중과유예 1년 추가연장 등의 조치도 포함돼 있었다.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는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업성이 있으면서도 일시적 자금난에 시달리는 사업장에 한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개입해 정상화를 주도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이날 발표된 내용 중에서도 특히 눈길이 가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제시된 ‘세컨드 홈 활성화’ 방안이다. 주 내용은 인구감소지역 내에서 주택 1채를 추가로 매입하면 보유주택 수에 반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1주택자가 인구감소지역의 주택 1채를 더 보유하더라도 1가구 1주택자가 누리는 세제상의 혜택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의미다. 재산세를 예로 들자면 기존 보유주택에 적용되던 특례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는 ‘세컨드 홈’ 보유 사례가 늘어나면 인구감소지역 내 생활인구가 늘고, 그 영향으로 지역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있다. 생활인구는 정주인구와는 다른 개념으로 관광이나 통근, 통학 등의 목적으로 월 1회, 하루 3시간 이상 체류하는 인구를 의미한다.

해외 사례가 적지 않다지만 ‘세컨드 홈’은 우리에게는 친숙하지 않은 개념이다. 다가구 보유에 대한 부정적 통념 탓에 그랬던 측면도 있었다. 그래서 더 눈길을 끄는 게 이 방안이 아닌가 싶다. 통념을 깬 참신성이 돋보인다는 얘기다.

우리 사회가 이제 막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를 목격하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시의성을 갖춘 방안이라 할 수도 있겠다. 그들 은퇴세대가 ‘세컨드 홈’을 마련할 핵심 주체로 자리매김할 공산이 크다는 점이 그 논거다. 그들 중 상당수가 대도시와 한적한 인구감소지역을 오가며 은퇴 후 생활을 영위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정 정도 기여하는 효과를 내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 방안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이 방안 역시 치밀하고도 과감한 조치가 있어야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첫째가 ‘세컨드 홈’ 대상 지역을 명확히 하되 지나치게 외진 곳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곳은 부산 동구와 인천 강화군, 강원 양양군, 충북 괴산군 등 89곳이다.

둘째는 ‘세컨드 홈’의 질에 대해 지나친 규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취득가액을 너무 낮게 제한할 경우 ‘세컨드 홈’으로서의 기능성을 약화시켜 결국 소기의 정책효과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세컨드 홈’이 활성화될 기반을 어느 정도 마련해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추후 대상지와 적용 주택가액을 결정해 발표할 때 적절한 사회기반 시설 지원 방안을 함께 공개할 필요가 있다는 뜻이다.

끝으로 ‘세컨드 홈’이 부동산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세컨드 홈’ 구입 자격과 목적, 사후 운용 실태 등을 면밀히 따져볼 수 있도록 원칙을 수립하는 것이 그 대안일 것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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