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18일 저출생 해소책을 나란히 발표했다. 저출생 문제가 국가 소멸론을 야기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 만큼 양대 정당이 총선 공약으로 관련 대책을 내놓은 점은 평가할 만하다. 거의 비방전만을 일삼아온 두 정당이 본격적인 정책 대결에 나선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긴 하지만 내용도 비교적 충실한 편이다. 양당 모두 제각각 저출생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국민의힘은 저출생 대책을 총선 1호 공약으로 제시함으로써 해당 사안을 무겁게 다루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정책명은 ‘일·가족 모두 행복’이다. 주요 내용은 출산시 아빠 1개월 유급휴가 의무화, 육아휴직 신청시 휴가 자동 개시, 육아휴직 급여상한 1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인상, 대체인력 채용시 인센티브 지급, 동료 업무 대행수당 신설, 가족친화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면 등등이다. 저출생 대책의 체계적 수립 및 이행을 위해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관련 업무를 흡수·통합해 부총리급이 통할하는 인구부(人口部)를 신설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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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 마련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는데 그 답은 저출생대응특별회계 신설이었다.

민주당이 제시한 ‘저출생 종합대책’에는 보다 획기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대표적인 것이 2자녀 출산시 24평, 3자녀 출산시엔 33평의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주거 불안이 결혼과 출산을 억제하는 주요인이란 점에 착안한 방안으로 이해된다. 주거지원 대상 신혼부부의 범위를 넓힌 점도 눈에 띈다. 현행 7년차가 10년차로 확대된 점이 그것이다.

민주당의 대책에는 파격적인 지원금 대책도 포함돼 있다. 모든 신혼부부들에게 10년 만기로 1억원을 대출해준 뒤 출생 자녀수에 따라 지원 내용을 달리한다는 게 골자다. 세부 내용은 1자녀의 경우 무이자로 전환, 2자녀는 원금 50% 감면, 3자녀의 경우 전액 탕감 등이다. 여기에 더해 8~17세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의 아동수당 지급 방안도 제시됐다.

정책의 효율적 입안과 실행을 위해 가칭 ‘인구위기대응부’를 신설한다는 내용도 민주당 저출생 대책의 중요한 일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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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연간 출생아 수 20만명대, 합계출산율 0.7명대(2022년 기준)라는 충격적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대로 간다면 우리나라 전체가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는 가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가 소멸론’을 뒷받침하듯 국내 곳곳에서는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면서 지역 소멸론이 현실화되어가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저출생 대응은 우리에겐 이미 발등의 불이 된 과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숱한 돈과 노력을 동원해 각종 정책을 만들고 실행해왔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이는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뒤 특단의 대책을 제시하지 않고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새로운 교훈이 되어주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민주당의 ‘화끈한’ 저출생 대책이 크게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돈이다. 민주당의 정책은 화끈한 만큼 요구되는 재정 규모도 매우 크다. 국민의힘 정책 실행에 소요되는 비용의 10배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얼추 계산된 금액이 연간 28조원이다. 따라서 치밀한 재원 마련 대책이 동반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자칫 총선용으로 내지른 포퓰리즘 공약으로 취급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획기적 저출생 대책을 발표하면서도 재원 마련을 위한 이렇다 할 대안은 제시하자 않았다. 굳이 찾자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는 주장을 내놓은 것 등이 고작이다.

제안이 신뢰를 얻으려면 한정된 재원 범위 안에서 무엇을 줄이거나 빼고 무엇을 보태거나 새로 넣을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 현재 민주당이나 여당이 쏟아내고 있는 각종 복지정책이나 정부의 각종 감세방안들도 마찬가지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지난해 60조원 정도에 이어 올해에도 90조원 남짓의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감세 기조 탓에 세수 부족 사태가 심화되면서 건전재정은 구두선이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지고 보면 그 원인은 대안 없는 재정 지출과 감세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 말이 포퓰리즘이다.

아무리 나라 곳간이 위태로워졌다 할지라도, 꼭 필요하다면 빚을 내서라도 돈을 쓰는 게 맞다. 저출생 대책을 위한 돈이 그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다른 지출을 줄이는 게 정답이다. 민주당이나 정부·여당이나 그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포퓰리즘 시비를 털어내고 정책 입안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하는 게 옳은 길이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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