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책금리 인상 목표를 전보다 높여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 바람에 지구촌이 새로운 긴장 모드에 휩싸였다. 연준의 금리 목표가 4%대 중·후반까지 올라가리라는 것은 국제적으로 유능한 경제전문가란 평을 들어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22일(한국시간)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하면서 사실상 추후 금리를 4.6%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연준의 의지는 점도표를 통해 확인됐다. 물론 점도표 상의 전망치는 목표치라 단정할 수도, 절대불변의 것이라 할 수도 없다. 시시각각 다양한 변수가 출몰하거나 변수별 영향력이 증감하면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점도표상 금리 수준은 단순한 전망을 넘어 ‘그 시점에 가면 기준금리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위원들의 인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중요성을 지닌다. 점도표가 사실상 연준의 금리 목표를 수치로 보여주고 있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연준의 금리 목표가 갖는 의미는 결코 과소평가될 수 없다. 전제 조건에 변화가 없는 한 그 경로대로 정책금리가 움직일 것이라고 보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합리적 판단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강경 기조는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한 경고에도 아랑곳없이 한동안 이어질 것이 확실시된다. 일차적으로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좀체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 현실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미국 고용시장이 탄탄한 흐름을 보이는 점도 연준의 강경 기조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소한 미국 경제가 요란한 경착륙을 겪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이 연준 내부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다.

미국의 고금리가 강(强)달러 현상을 심화시키고 그 여파로 세계경제가 발작 증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연준의 시급한 고려 사항은 아닌 듯 여겨진다. 제3자 입장에서 볼 때 야속하기로 치면 연준의 지금 행태는 ‘너 죽고 나 살자’는 식으로 비쳐지는 측면도 있다.

연준의 긴축 의지가 기대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자 각국 중앙은행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다투고 있다. 당장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그러지 않아도 하락한 자국 화폐의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기준금리 인상 도미노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전제가 바뀌었음을 설명하면서 금리 인상 기조의 강화를 예고했다.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린다는 게 한은의 기조”라고 했던 이전 발언과 달리 금리 인상폭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이로써 올해 연말 한은 기준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는 기존 3.00%에서 많게는 3%대 후반으로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가계와 기업의 이자 부담 및 향후의 자금조달 비용이 그만큼 증가하게 됨을 의미한다. 그렇지 않아도 살림살이가 빠듯해진 가계와 기업으로서는 소비와 투자를 줄이는 것 외엔 도리가 없어 보인다. 기업의 투자 위축은 고용 감소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고용 감소는 산업생산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 다른 경제주체인 정부라 해서 이런 분위기와 무관할 순 없다. 소비와 투자 및 산업생산이 줄어드는 것에 비례해 정부도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건 정한 이치다. 따라서 정부도 재정을 보다 짜임새 있게 운용하면서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펼쳐야 한다. 부담 경감의 수단엔 감세 및 납세 유예, 부채 상환 유예 등의 정책이 포함될 수도 있다.

이럴 때일수록 특히 국가재정을 최대한 아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가재정은 심각한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무역수지에 이어 이미 상품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조만간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것이 예상될 만큼 우리 경제는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주된 이유는 대외 환경 변화다. 이유가 무엇이든 경상수지 적자는 우리의 수입 여력을 감소시킴으로써 수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지닌다.

우리의 경상수지는 그간 흑자를 유지해왔으나 8월부터 적자로 돌아설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처럼 재정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통칭하는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진 현실을 감안해서라도 정부는 재정의 효율적 운용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시의성 있는 정책을 개발해 기업 활동을 위한 지원을 적절히 펼치는 것도 정부가 이행해야 할 과제다. 동시에 기업가들의 의견을 경청해 기업 활동을 옥죄는 규제를 과감히 풀어주는 일 또한 시급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주 52시간제나 중대재해처벌법 등 노동 관련 규제를 유연하게 운용하는 것도 고려해 볼 일이다. 필요하다면 법 개정도 논의해봐야 할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치권은 지금도 기존 규제에 더해 신규 규제를 양산하거나 정부 재정에 부담을 보태는 일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 보인다. 야당들이 추진 중인 친노조 편향의 ‘노란 봉투법’ 입법이나 기초연금 인상 정책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경제적 위기 상황에서 벌어지는 이 같은 움직임들은 우리로 하여금 정치가 무엇을,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를 되묻게 해주고 있다.

대표 필자 편집인 박해옥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