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위원들의 입에 쏠리는 눈길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지난주 21일(이하 현지시간)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세 번 연속 0.75%포인트 올리는 결정을 내렸다. 그 결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3.00~3.25%로 올라갔고, 그 여파로 국내를 포함한 세계 금융시장이 한 바탕 홍역을 치르고 있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달러 대비 환율이 급상승하는 한편 시장금리도 가파르게 올라가는 등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는 2300선이 무너졌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00선을 넘어선 뒤에도 상승세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금융시장이 출렁이자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이 긴급 통화정책 회의를 서둘러 소집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이후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10개 이상의 국가에서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 경쟁을 벌인 것이 조바심을 키웠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는 다음달 12일로 예정돼 있다.

연준의 긴축 기조 강화 흐름은 지난주 점도표를 통해 가시화됐다. 점도표에 의하면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미국의 기준금리가 4.25~4.50%(중간값 4.4%)로, 내년엔 4.50~4.75%까지 올라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는 곧 연준이 오는 11월과 12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번갈아 0.75%포인트와 0.50%포인트 올릴 것이란 전망을 구체화시켰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이제 시장은 이번 주에 줄줄이 연설에 나설 연준 위원들이 무슨 말을 쏟아낼지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주 FOMC 회의를 앞두고 한동안 연준 위원들에게 내려져 있던 발언 금지령이 해제된 것이 그 배경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이들의 발언에서 혹시나 연준 내부 분위기 변화의 단서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발언은 주 첫날부터 연이어 나온다. 26일 발언에 나서는 이들은 라파엘 보스틱 보스턴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로리 로건 댈러스 연은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그 다음날 프랑스중앙은행 콘퍼런스에 참석해 토론을 벌인다.

매파로 잘 알려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오는 29일 연설대에 오른다. 이들의 발언에 따라 시장에서는 다시 한 번 희비가 갈릴 가능성이 있다.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또 하나의 사안은 오는 30일 공개될 미국의 8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다. PCE 물가는 일반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도 연준이 더 선호하는 물가지표다. 다루는 범위가 훨씬 넓다는 게 그 이유다. 연준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기조적 흐름을 잘 보여주는 근원PCE 물가다.

현지 언론이 전하는 전문가들의 전망은 부정적이다. 대체적 전망은 8월 근원PCE 가격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전달보다 올라갔을 것이라는데 모아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한 전문가들의 전망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높은 4.7%였다.

앞서 발표된 미국의 8월 CPI 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전달보다 0.2%포인트 내려간 8.3%였다. 하지만 근원CPI 상승률은 전달(5.9%)보다 오히려 높은 6.3%를 기록했었다. CPI와 근원CPI 상승률 모두 시장의 기대치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같은 날 미시간대학이 발표하는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도 관심을 끄는 사안이다. 대중의 물가심리를 반영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향후의 인플레이션 전개 흐름을 예측하게 해준다는 점에 중요성을 지닌다. 한 달 전 발표된 미시간대의 1년 기대인플레율과 5년 기대인플레율은 각각 4.8%와 2.9%로 집계됐었다. 둘 모두 그 전달 집계치보다는 낮아진 것이어서 발표 당시 시장을 다소 안정시키는 작용을 했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물가에도 예상했던 것 이상의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국회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면서 국내 소비자물가가 상당 기간 5~6%대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 탓에 이날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은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