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나이스경제 유정환 기자] 어떤 사람은 전자기기를 머리에 뒤집어쓴 채 허공에 손짓하고 있었고, 어떤 이는 오락실에서나 볼 법한 거대 장비에 올라타 있었다. 맥락 없이 바라보면 하나같이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다가가서 보면 그들은 남들이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주시하며 즐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그들은 각자 자신만의 세계에서 무언가에 몰입해 있었다.

지난 4일 찾아간 ‘2022 메타버스 코리아’ 행사장(4~7일, 서울 코엑스)에서 벌어진 모습들이었다. 이번 행사는 ‘KES 2022 한국전자전’과 동시에 개최된 덕분에 한 번의 방문을 통해 메타버스 산업을 비롯한 국내 IT산업 전반을 살펴볼 소중한 기회가 되어주었다. 특히 관심을 끈 것은 역시 메타버스를 체험해볼 기회를 제공한 ‘메타버스 코리아’였다. ‘메타버스 코리아’ 행사가 열린 것은 올해로 두 번째다. 그만큼 역사가 일천한 분야가 메타버스다. 참여 업체수도 아직은 많지 않아 이번 행사엔 27개 부스가 차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거운 관심도를 반영하듯 코엑스B홀은 연후 직후 첫날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찾아와 가상현실을 체험하고 있었다. 청년층이 관람객의 주를 이룬 점도 눈길을 끌었다.

메타버스란 가상 또는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와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가능한 3차원 가상세계를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가상현실(VR)을 뛰어넘는 개념으로 가상현실에서 자신의 아바타를 이용해 현실과 비슷한 활동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오늘날 메타버스 시장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시대적 흐름을 타고 순풍에 돛단 듯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 기반은 5G 상용화로 가상현실·증강현실·혼합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준비됐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세계적으로 비대면이 일상화되면서 메타버스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진 점도 시장을 키우는 요인이 돼주었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띈 것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부스였다.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던 데다 방문객이 체험할 수 있는 훈련 장비를 여럿 비치해둔 것이 발길을 끄는 원인이었다. 붐빌 것을 예상했는지 KAI 측에서도 희망자들의 예약을 받아 체험을 진행했다. 이곳에선 LAH VR CBT, FA-50 VR, KT-1 VR 조종훈련 장비를 체험할 수 있었다. KAI 관계자는 “정비사와 조종사를 위해 프로그램이 구분돼 있고 시동 절차나 장비 구성을 확인하는 훈련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실제 환경과 동일하게 구현한 상태로 초급 정비사, 조종사가 이를 경험한 뒤 실제 정비와 조종 현장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가장 큰 규모의 조종훈련장비 KUH-1 VR을 체험해볼 수 없었던 점이다. 이 장비는 기자가 방문한 날엔 이용이 제한돼 있었다.

FA-50 VR 조종훈련 장비의 경우 기자가 공군에서 무기정비병으로 복무했던 시기에 담당했던 전투기 기종이 FA-50였던 터라 더욱 반가웠다. 시야가 360도 구현돼 탑승석에서 전투기 양쪽에 장착된 공대공 미사일 AIM-9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밖에 LAH VR CBT를 통해서는 가상공간에서 항공기 엔진 시동절차, 구성품 작동원리 등을 학습할 수 있었다. KT-1 VR 조종훈련 장비의 경우 체험자의 조종에 따라 움직임이 바로 장비에 반영되도록 설계돼 있었다. 그런 만큼 체험자가 자연스레 가상현실에 몰입하는 것이 가능했다.

건설 IT기업 케이씨아이엠(KCIM)이 마련한 부스에서도 희귀한 체험 기회를 누렸다. 해당 부스에선 HoloLens2라는 증강현실 디바이스 기반의 혼합현실을 사용해 가상의 빌딩을 만들고 물건을 조립하거나 홀로그램을 통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실제로 가상공간에 들어가 체험해보니 허공을 만지는데도 실물을 터치하는 느낌이 손끝에 전달됐다. 방식은 간단했지만 환상적이라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경험이었다. 그래픽 구현이 잘돼 있어 게임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됐다.

특히 케이씨아이엠의 혼합현실 기술 ‘XRlize’는 건설 산업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였다. 건물의 완공 후 모습을 미리 확인할 수 있고, 주변의 물리적 환경과 공간 관계를 해석하는데도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땐 타인과 기기를 통한 소통이 가능하고 문제 부분을 파악하고 교체하는데도 활용될 수 있다.

KTds는 메타버스 솔루션을 제시하는 IT서비스 전문기업답게 메타버스 업계의 전반적인 흐름과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KTds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기존 웹 2.0 시대엔 SNS 기반으로 플랫폼에 영상이나 이미지를 올리고 커뮤니케이션을 구축하는 정도만 가능했다. 그러나 웹3.0 시대로 넘어오면서 자신이 올린 이미지와 영상의 소유권을 NFT 형식으로 스스로 갖게 됨으로써 저작물들이 산업적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그 기술력은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있다. KTds의 솔루션은 AI-빅데이터 기반으로 개인의 취향을 파악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는 개인화 마케팅 서비스부터 단순·반복적인 업무를 컴퓨터가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ANTBOT 프로그램까지 다양하게 개발돼 있었다. 기자가 ANTBOT의 상용화가 가능한 단계에 왔는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경리나 회계·엑셀 업무 등의 자동화가 이루어져 이미 KT 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자동화 시스템과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해 메타버스 내에서 가상 오피스 형태로 업무를 진행할 때 문서 저장, 자동화 ANTBOT를 연계해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메타버스 서비스 환경을 구축하고 KT 자체 개발 솔루션이 융합을 이뤄서 경제활동, 게이미피케이션 활동, 가상오피스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또 게임회사의 경우 메타버스를 설계할 때 게임적인 요소를 많이 투입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통신사를 비롯한 IT기업들은 업무에 적용할 수 있고 일상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마케팅·영업 등 비즈니스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번 행사에서는 문화예술 특화 메타버스 WILLLD(윌드)를 운영하는 ‘스마트큐브’, 고위험구역에서 사용 가능한 안전관리 메타버스 매직-X의 ‘MIT’, 원격협업 메타버스 개발업체인 ‘워크플레이스’, 인공지능 VR 방송국 ‘아이스튜디오’, 버추얼 휴먼과 아바타를 접할 수 있는 메타버스 코리아 특별관 ‘메타레나’ 등이 저마다 기술력을 자랑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니 ‘전 산업과 상생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이라는 ‘메타버스 코리아’의 카피문구가 새삼 실감나게 다가왔다. 모든 기술이나 발명품이 그렇듯 메타버스도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지닌 기술이다. 요즘 메타버스 기술의 활용이 늘면서 부정적인 면이 부각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가상 부동산 플랫폼에서 투기와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개인정보 도용 및 가상세계 속에서의 성범죄 등등이 부정적 단면에 해당한다. 이는 안전장치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 일변도로만 나갈 경우 메타버스 기술 및 산업의 발전이 한계에 부딪힐 수 있음을 경고해주는 사례들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위의 부정적 측면들이 메타버스가 인류에게 가져다줄 이익을 상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메타버스 코리아’는 메타버스가 보장해줄 건강한 미래상을 제시한 것만으로도 큰 의미와 성과를 남긴 행사란 평을 들을만했다. 미래산업을 이끌 청년들에게 메타버스 산업과 관련해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다는 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 코엑스 1층의 메타버스 코리아 행사장 입구.
서울 코엑스 1층의 메타버스 코리아 행사장 입구.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KAI 부스의 조종훈련 장비.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한 KAI 부스의 조종훈련 장비.
KAI 부스에서 조종훈련 장비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KAI 부스에서 조종훈련 장비를 체험하고 있는 관람객.
관람객이 케이씨아이엠 부스에서 혼합현실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건물을 짓고 있다.
관람객이 케이씨아이엠 부스에서 혼합현실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건물을 짓고 있다.
KTds 부스 전면.
KTds 부스 전면.
메타레나 부스의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메타레나 부스의 버추얼 휴먼(가상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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