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각종 악재들이 누적되면서 증시가 불확실성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 입장에서 보자면 △인플레이션 조기 해소에 대한 기대 약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 지속 △연준의 금리 인상 목표점과 긴축 종료시점에 대한 컨센서스 부재 △영국발 금융불안 확산 우려 등등 곳곳에 악재가 널려 있는 형국이다. 본격화된 중국의 공산당 대회가 증시의 불안감을 키울 새로운 불씨를 던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난 주 코스피지수는 조심스러운 행보 끝에 0.91%의 주간 낙폭을 기록했다. 그 결과 주가지수는 2212.55를 기록하며 한 주 거래를 마감했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피가 당분간 2100~2300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각에선 2000선에서 저항선을 형성할 것이란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당분간 지수 상승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앞으로도 등락이야 이어지겠지만 지수가 상승하더라도 기술적 반등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전망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최대 악재는 꺾일 줄 모르는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2% 상승률을 기록한 것이 특히 부정적 영향을 키웠다. 8월 CPI 상승률(8.3%)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고물가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심화됐다. 근원 CPI가 6.6%로 전달보다 오히려 0.3%포인트나 높아진 점도 충격적인 대목이었다. 기조 물가의 상승폭 확대는 물가 정점론에 대한 일말의 기대마저 무너뜨리는 작용을 했다.

악재는 또 있었다. 미국 미시건대가 14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한 미국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과 5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각각 5.1%(종전 4.7%)와 2.9%(종전 2.7%)로 올라간 것이 투자 심리에 또 한 번 찬물을 끼얹었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 밖으로 길게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과 예상은 연준의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물가 상승이 기약 없이 지속됨에 따라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목표점이 어디일지, 긴축 행보 종료 시점이 언제일지 종잡기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증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영국의 금융불안 또한 새로운 악재로 등장했다. 소득세 세율 인하를 추진했다가 비판 여론에 밀려 취소한 영국 정부는 이번엔 법인세율 인상 계획(19→25%)을 없던 일로 하려다 또 한 번 물의를 빚었다. 결국 법인세 인상을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입장을 바꿨지만 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로 5년 간격으로 열리는 당대회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기조 변화 메시지가 나올 수 있을지, 미·중 간 갈등이나 대만 문제에 대해 입장 변화가 시사될지 등도 관심을 모은다. 특히 경제와 관련해 지도부가 강력한 경기 부양 의지를 드러내줄지가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당장 주목해야 할 것은 연준의 추가적인 금리인상 폭이다. 다음달 1~2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시장에서는 0.75%포인트 인상설이 힘을 얻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확률은 96.3%에 달했다. 9월 CPI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타난 점이 그 같은 결과를 낳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고물가의 예상 밖 장기화로 인해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가 어느 높이까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에 대한 해답을 찾아낼 단서를 엿볼 수 있는 사안 중 하나가 다음달 FOMC 회의를 앞두고 전개될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다. 이번 주는 FOMC 회의를 일주일여 앞두고부터 통화정책 관련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의 직전 기간에 해당한다. 따라서 연준 위원들의 발언에 대한 관심도가 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주 공개 발언에 나서는 연준 위원 중엔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포함돼 있다. 그의 발언대 등장은 19일로 예정돼 있다.

FOMC 회의를 앞두고 19일 공개되는 연준의 베이지북(경제동향 보고서) 내용도 눈여겨볼 대상이다. 10여개 연은의 자료를 취합해 엮는 베이지북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때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이번 주 증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다른 요소로는 주요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뉴욕증시에 상장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연이어 쏟아져 나온다. 이번 주 실적을 발표할 기업들엔 테슬라와 넷플릭스,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찰스 슈왑, IBM,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이 포함돼 있다.

금융정보업체인 레피니티브는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들의 경우 3분기 실적이 3.6% 증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이전의 시장 전망에 비해서는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한편 1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25.38포인트(1.15%) 내린 2187.17에 개장한 뒤 조금씩 상승하는 흐름을 이어갔다. 그 결과 전장 종가에 비해 7.16포인트(0.32%) 상승한 2219.71에서 거래가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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