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최진우 기자] 우리 경제가 글로벌 경기둔화의 여파 속에 성장동력을 조금씩 소진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우리 경제가 올해엔 당초 예상대로 2.6% 성장을 이루겠지만,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치(2.1%)를 하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장세 둔화 전망은 소비를 포함하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을 보이고 있는데 기인한다. 수출의 경우 지난달까지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데서 알 수 있듯이 장기간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고환율과 에너지 가격 상승에 의한 수입액 증가가 무역수지 악화의 핵심 원인이라지만 수출 역시 대중(對中) 교역실적 악화 및 IT경기 하강 등의 영향으로 둔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수출과 함께 경제 성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는 그나마 지난 3분기 중 거리두기 해제의 영향으로 ‘펜트업 수요’가 이어지면서 회복세를 지속했었다. 그러나 4분기에 접어들면서 펜트업 수요가 해소되는 바람에 소비마저 부진해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펜트업 수요(Pent-up Demand)는 보복수요 또는 지연수요란 말로 대체되기도 한다. 펜트업 수요란 경기 침체기에 억눌려 있다가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분수가 뿜어 오르듯 되살아나는 수요를 지칭한다. 국내 언론들은 ‘소비’란 단어 앞에도 이 말을 붙여 ‘보복소비’ 또는 ‘지연소비’라는 용어를 사용하곤 한다. 펜트업 수요는 경기 침체기에 미래소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응력을 키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야외 및 대면 활동이 증가한 덕분에 지난 3분기엔 억눌려 있던 소비가 되살아나는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차차 그 효과가 약해지고 있다는 게 한국은행의 진단이다.

20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 보고서(‘향후 재화, 서비스, 해외소비의 회복경로 점검’)에 따르면 빠른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나라의 민간소비 증가세는 고물가와 금리 상승, 그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임금 상승속도 둔화에 의한 실질구매력 저하, 부동산 자산가치 하락 등도 향후 소비 회복세를 제약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축적된 초과저축의 일부가 소비재원으로 활용되면서 소득 충격을 완화할 가능성을 거론했다.

인천공항 청사 내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인천공항 청사 내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금리 상승 및 소비심리 부진의 영향은 선택적 소비의 성격이 강한 내구재 등에 더 많이 미칠 것으로 분석됐다.

서비스 소비 또한 회복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그 원인으로 펜트업 수요의 점진적 해소를 지목했다. 이는 곧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지난 3분기 중엔 대면 활동이 활발해졌고, 그 결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수요가 크게 증가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반면 해외소비는 펜트업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되면서 빠르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됐다. 팬데믹 기간 중 나타났던 각국의 입국 규제와 항공사들의 해외노선 축소 등이 원상 회복되면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크게 되살아날 것이란 의미다.

보고서는 향후 민간소비 회복을 저해할 요인으로 세계 경기 둔화와 금리 상승 등을 꼽았다. 이들 요인에 의해 민간소비 회복경로에 하방압력이 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보고서는 또 기준금리 상승이 이자수지 적자폭과 채무 부담을 키워 소비 여력을 급격히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올라 3.00%가 되면 이자수지는 4000억~3조2000억원 악화되고, 민간소비 증가율은 0.01~0.06%포인트 감소된다. 기준금리 1.00%포인트 인상 때엔 그 폭이 각각 8000억~6조3000억원, 0.02~0.13%포인트로 커진다.

보고서는 “금리 상승이 경기 부진과 자산가격 급락, 고용사정 악화 등으로 이어진다면 민간소비에 대한 영향은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