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세계증시가 또 한 번의 고비를 눈앞에 두게 됐다. 증시의 최대 변수로 자리잡은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 이벤트가 그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이번 통화정책 회의는 다음달 1~2일(이하 현지시간)에 걸쳐 열린다.

이번 주엔 연준 내부 기류를 가늠해볼 위원들의 공개 발언을 들을 수 없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전후해 설정한 블랙아웃 기간이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탓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각종 지표들의 추이를 관찰하면서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행보와 관련해 속도 조절론이 조심스레 대두되고 있다. 중도파로 분류되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지난 21일 한 발언이 속도 조절론을 촉발시켰다.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 = 연합뉴스]

FOMC 회의 투표권자인 그는 블랙아웃 개시 하루 전인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섰다. 이 자리에서 그는 연준의 최종금리가 4.50~5.00%에 이를 가능성에 대해 “매우 합리적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이 (금리 인상폭의) 단계적 축소에 대해 이야기를 시작할 때”라며 “영원히 75(75bp, 0.75%포인트)일 것이라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이미 3회 연속으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연준이 이번엔 그 보폭을 유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를 시장에 심어주었다. 그 영향으로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2%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덕분에 뉴욕증시의 주요지수 주간 상승률은 지난 6월 말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수별 주간 상승률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 4.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4.7%, 나스닥지수 5.2% 등이었다.

뉴욕증시의 주간 상승폭 확대는 달러화 강세가 주춤해질 기미를 보인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준금리 인상 속도 조절론에 더해 채권금리가 잠시 안정적 모습을 보인 것도 주식 투자자들에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속도 조절론이 유효하다 할지라도 연준의 기준금리는 연내에 1.25%포인트 추가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린 뒤 12월 마지막 회의 땐 인상폭 축소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전망대로 간다면 미국의 기준금리는 올해 말 4.25~4.50%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엔 미국의 기준금리가 여기서 조금 더 올라 상단 기준으로 5.00%에 이를 것이란 게 대체적 전망이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00%에 머물러 있다.

이번 주 증시가 관심을 기울일 다른 변수는 본격화된 기업들의 실적 발표다. 당장 3분기 실적을 내놓을 기업 중 특히 눈길을 모을 대상은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기술산업 관련 상장사들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 소프트가 25일, 메타 플랫폼스가 26일, 애플과 아마존이 27일 차례로 실적을 내놓는다. 이번 주엔 또 S&P500지수를 구성하는 150여개 기업이 실적 공개에 나선다.

앞서 발표된 뉴욕증시 상장사들의 실적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전반적 실적은 수년래 평균에 못 미쳤지만 전망치에 어느 정도 부합했고, 예상 실적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된 만큼 앞으로도 투자자들에게 별다른 충격은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타 변수로는 27일 공개될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 등을 꼽을 수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3분기 GDP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이 플러스를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두 개 분기 동안 이어진 역성장에서 모처럼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란 얘기다. 미국 경제는 지난 1, 2분기에서 모두 역성장을 기록함으로써 침체기 진입에 대한 우려를 낳았었다. 그러나 시장의 예상대로 3분기 성장률이 플러스로 집계된다면 빠른 긴축 행보에 대한 연준의 부담이 전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ECB는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7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두자릿수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24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35.14포인트(1.59%) 오른 2248.26에 개장해 상승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조금씩 상승폭을 줄인 결과 지난주 대비 23.04포인트(1.04%) 높은 2236.16에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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