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주 한·미 양국의 증시는 일제히 오름세로 마감됐다. 코스피지수가 2.50%(55.28포인트)의 주간 상승률을 보였고, 뉴욕증시 3대 지수도 2~5%대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그 배경엔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인상 속도 조절론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이 워낙 유동적이어서 상승세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특히 이번 주엔 굵직한 이벤트가 많아 변동성이 여느 때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새달 2일 오후(이하 현지시간)에 끝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회의다. 오는 4일 발표될 미국 노동부의 10월 고용보고서와 계속되는 3분기 실적 발표도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요소들이다.

국내발 변수로는 기업 실적발표와 함께 1일 관세청이 발표할 10월 수출입동향을 꼽을 수 있다. 수출입동향에 대한 관전 포인트는 무역수지 연속 적자 행진이 7개월째 이어질지 여부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앞서 발표된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49억5400만 달러 적자였다. 이로써 7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실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나라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7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한 일이 없었다. 이달 20일 기준 올해 누적적자 규모는 338억43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번 주 최대 이벤트는 FOMC 회의다. 일차적 관심사는 한국시간으로 오는 3일 새벽 3시쯤 발표될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폭이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일단 0.75%포인트(자이언트 스텝)에 맞춰져 있다. 대체적 전망이 일치하다 보니 시장의 눈길은 이미 12월 금리 인상폭으로 넘어가 있다. 12월 FOMC 회의에서 금리 인상폭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연준의 긴축 속도에 변화가 생길지를 가늠해볼 수 있어서이다.

속도 조절 가능성을 시사해줄 단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발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금리 인상 발표 직후 진행될 기자회견에서 파월 의장이 향후의 통화정책 방향을 제시할 가능성은 비교적 큰 편이다. 지금이 연내 목표금리 수준에 대해 모종의 메시지를 확인해줄 적절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연준의 올해 마지막 FOMC 회의는 12월 13~14일로 잡혀 있다.

지난 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이 11월 FOMC 회의에서 12월 금리 인상폭의 축소 문제를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번 FOMC 회의를 앞두고 설정된 블랙아웃(공개 발언 금지) 기간 직전에 속도 조절론을 언급했었다. 이젠 금리 인상폭의 단계적 축소를 논의할 때가 됐다는 것이 그의 지난 21일 발언 요지였다.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이번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12월 회의에서는 0.50%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 툴에 의하면 연준이 12월에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55%였다.

[사진 = EPA/연합뉴스]
[사진 = EPA/연합뉴스]

새달 초 FOMC 회의 이후의 일이긴 하지만 미국의 10월 고용동향도 눈여겨보아야 할 대상이다. 고용 상황 변화는 연준의 긴축 속도에 영향을 미칠 또 하나의 변수다. 연준은 지금까지 미국의 고용이 나쁘지 않다는 점에 고무돼 있었던 게 사실이다. 이는 긴축 강화의 빌미 중 하나로 작용했다. 이번에 발표될 고용 동향은 연준의 향후 긴축 속도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WSJ 보도에 의하면 현지 분석가들은 미국의 10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이 22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달 고용 증가폭은 26만3000명이었다. 10월 실업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한 3.6%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고물가가 속도 조절론에 찬물을 끼얹을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28일 발표된 미국의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6.2%(전월 대비 0.3%) 상승했다. 9월 근원PCE 물가는 1년 전보다 5.1%(전월 대비 0.5%)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주목할 점은 근원PCE 상승폭이 전달(4.9%)보다 오히려 커졌다는 사실이다.

이는 미국의 물가 흐름이 아직 고점을 지나지 않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PCE 물가지수는 연준이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더 큰 비중을 두고 관찰하는 지표다. PCE지수가 대상 범위가 넓어 보다 정확히 물가 흐름을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주엔 뉴욕증시 상장사 중 AMD와 화이자, 모더나, 스타벅스 등이 실적을 내놓는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와 SK이노베이션 등이 이번 주 중 3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국내 증시에서는 레고랜드발 금융시장 불안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어 보다 조심스러운 행보가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엔 외국인과 기관이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개인의 시장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여전히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개인의 증시 이탈 흐름은 투자예탁금 감소세를 통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27일 투자예탁금 평균액수는 49조7178억원이었다. 이 금액이 50조원 아래로 내려가기는 2년 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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