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세계 증시가 끈질긴 고물가 행진에 장기간 시달리고 있다. 특히 미국 내 물가 흐름에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완화에 대한 일말의 기대조차 품을 수 없는 게 지금 국내외 증시가 처한 현실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꺾이지 않는 물가이지만 여전히 그 흐름에 관심을 쏟고 있다. 분위기 전환 기미라도 보이지 않을까 하는 심정에서다.

이번 주에도 투자자들의 관심은 10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내용에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CPI지수가 고점을 확실히 지났다는 확신이 서야 연준으로서도 긴축 속도 조절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의 기대는 10월 CPI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돼 연준이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부터 긴축 속도 조절을 본격화하리라는데 맞추어져 있다.

[사진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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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그 같은 기대가 충족될 가능성은 그리 커보이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10월 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7.9%를 기록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9월(8.2%)에 비하면 상승률이 다소 둔화됐을 것이란 얘기다. 근원CPI는 1년 전보다 6.5% 상승했을 것으로 예견됐다. 근원CPI 상승률 전망치 역시 전달 결과치(6.6%)보다는 다소 줄어들었다.

전달 대비 CPI와 근원CPI는 각각 0.6%, 0.5%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CPI는 전달(0.4%)보다 상승폭이 커졌고, 근원CPI는 상승폭이 0.1%포인트 감소했을 것이란 의미다.

WSJ의 전망을 종합하자면 미국의 10월 CPI는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지난 주 연준이 재차 강조한 물가 목표치 2%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점만 재확인해줄 수도 있다. 8%대에서 7%대로 상승폭이 감소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려는 목소리도 나올 수 있지만, 그 폭이 0.3%포인트에 불과하고, 근원CPI 상승폭의 감소는 그보다 적은 0.1%포인트에 불과하다는 점이 아쉬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월별 CPI는 지난 3월(8.5%) 8%대로 올라선 뒤 6월 9.1%를 기록했고, 이후 9월까지 8%대를 유지해왔다. 그리고 10월에 7.9%를 기록한다면 수치상으론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지난 6월 정점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6월 이후의 흐름이 워낙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서 섣불리 물가 정점론을 거론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물가 정점론에 대한 의문 증대는 긴축 속도 조절론을 무력화시키는 배경이 되고 있다. 더구나 지난주엔 FOMC 회의 직후 발표된 연준의 성명과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이 엇박자를 내는 바람에 뉴욕증시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당시 파월 의장은 성명에 없던 최종금리(Terminal Rate)에 대한 발언을 해 시장을 긴장시켰다. 최종금리 수준이 당초 전망치보다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이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의 내년 상반기 최종금리 수준이 5%대 중간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대두됐다. 그 결과 지난주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한 채 한 주를 마감했다. 나스닥과 S&P500, 다우지수의 주간 하락률은 각각 5.65%, 3.35%, 1.40%에 이르렀다.

[사진 =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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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지수가 3.53% 상승한 채 한 주 거래를 마쳤다. 직접적 원인은 외국인들의 적극적 매수 가담이었고, 그 배경을 이룬 것은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에 대한 기대 확산이었다. 중국의 코로나 예방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는 중국과 홍콩, 한국 등 아시아 증시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현재 시장에서는 중국이 경제적 이유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조만간 완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중국 방역 당국은 지난 5일 브리핑을 통해 감염병 예방 정책 기조가 그대로 유지될 것임을 분명히 함으로써 섣부른 기대에 경고를 보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대로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조만간 완화된다면 중국 내 소비와 투자가 다시 활성화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이번 주 증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다른 변수들도 즐비하게 널려 있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물꼬 트인 연준 위원들의 발언이다. 이번 주엔 지난 주 FOMC를 전후해 설정됐던 블랙아웃(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 금지) 기간이 해제됨에 따라 위원들의 발언이 줄지어 나오게 된다.

지난 주 투자자들은 연준 성명과 파월 의장의 회견 발언의 결이 다르게 나타남에 따라 혼란을 겪었었다. 그 배경을 둘러싼 의문은 이번 주 펼쳐질 연준 위원들의 활발한 공개 발언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들의 발언이 아직 완전히 꺼지지 않은 속도 조절론의 불씨를 되살릴지 여부도 관심사라 할 수 있다.

연준 위원들의 공개 발언은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로레타 메스터 총재, 보스턴 연은의 수전 콜린스 총재, 리치먼드 연은의 토머스 바킨 총재 등의 연설을 시작으로 7일부터 줄줄이 이어진다.

8일 실시되는 미국의 중간선거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과에 대한 분석은 엇갈린다. 일례로 야당인 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있는 반면, 오히려 주가에 긍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후자의 분석은 거대 야당이 행정부의 섣부른 경기부양책을 저지함으로써 물가불안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과 연결돼 있다.

통상 중간선거 직후엔 한동안 주가가 오르는 경향이 나타났었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들도 있다. 그로 인해 이번 중간 선거 이후에도 주가가 몇 달간 상승할 것이란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편 7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11.79포인트(0.50%) 오른 2360.22로 출발한 뒤 미세한 오르내림 속에 상승폭을 키워가더니 전 거래일 대비 23.36포인트(0.99%) 상승한 2371.79까지 치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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