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한·미 증시가 지난 한 주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코스피가 5.74%,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최대 8%대의 상승랠리를 펼쳐보였다. 두 나라 모두에서 주 막판 상승세가 특히 두드러졌다. 결정적 원인은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마침내 하락 기조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인식이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7.7%였다.

시장은 미국의 CPI 상승률이 올해 2월(7.9%) 이후 처음으로 7%대로 내려왔다는 점에 반색했다. 나아가 상승률 수치가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 근원CPI 상승률이 동반 하락(9월 6.6%→10월 6.3%)했다는 점 등이 시장에 온기를 보탰다.

물가 상승세가 꺾였다는 인식의 확산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행보가 더뎌질 것이라는 기대로 연결됐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시나리오가 다음달 0.50%포인트, 내년 1월과 3월 각각 0.25%포인트 인상일 것이라는 기대가 퍼져나갔다. 이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연준의 터미널 레이트(최종 기준금리) 상단은 5.00%에 이른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연준의 최종금리가 4.75%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압박 또한 다소나마 약화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고 있다. 한은은 오는 24일 올해 마지막으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진행한다.

최근 수일간 상승랠리가 연이어 펼쳐진 여파로 차익실현 매물이 늘어나면서 지수 상승 흐름의 속도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도 심심찮게 제기된다. 세계 3대 가상화폐 거래소로 성장했던 FTX가 파산 신청을 한 것 또한 증시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파장이 가상화폐 시장에 연쇄적으로 미치고, 금융시장 전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두고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연상시킨다는 목소리들도 적지 않게 들리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대체적인 시장 분위기는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실제로 연준의 긴축 기조 완화에 대한 기대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돌발 악재가 나타나지 않는 한 낙관적 분위기는 다음 달 발표될 미국의 11월 CPI 발표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10월 CPI에 이어 11월 CPI까지 유의미한 하락 흐름을 보여준다면 곧 이어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진다. 미국 노동통계국의 11월 CPI 발표는 다음달 13일 오전(한국시간으로는 13일 밤) 이뤄진다. 이 발표 직후 연준은 이틀간의 FOMC 회의에 돌입한다. 이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폭을 0.50%포인트로 결정한다면 시장에서는 긴축 속도 조절론에 대한 확신이 고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까지 투자자들이 관심을 집중할 대상은 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이다. 위원들의 발언을 통해 연준 내부의 분위기 흐름 및 변화 등을 가늠해볼 수 있어서이다. 이번 주에만 해도 주 첫날부터 위원들의 공개발언이 줄줄이 나온다. 14일엔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과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연설에 나선다. 매파 성향으로 잘 알려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17일 연설대에 오른다. 이들 외에도 다수 위원들이 공개연설에 나서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이번 주엔 연설 일정을 갖고 있지 않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대 관심사는 미국 내 물가동향에 대한 위원들의 평가다. 지난주에도 연준 위원들은 최근의 물가 흐름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긴축 지속 의지만은 굽히려 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10월 CPI와 근원CPI가 유의미한 정도의 하락폭을 보인 이후 이들의 입장에도 일부 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 안정세를 반영하듯 지난 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들이 4거래일에 걸쳐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의 매수 강화는 중국 시진핑 주석 3연임을 계기로 미·중 관계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그 여파로 투자자들이 신흥국 증시에서 대(對)중국 투자 비중을 줄여가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14일 코스피지수는 전장보다 2.02포인트 오른 2485.18에서 거래를 시작한 뒤 등락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진폭은 그리 크지 않았고 결국 전장 대비 8.51포인트(0.34%) 하락한 2474.65선에서 하루 거래를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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