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 한주 동안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관계자들의 통화정책 관련 견해차가 전에 없이 자주 노출됐다. 그간 연준이 긴축 일변도의 정책을 펴오면서 비교적 일사불란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비둘기파와 매파 간 견해차는 특히 연준의 최종금리(Terminal Rate)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나타났다. 이들의 직·간접적인 표현을 바탕으로 시장은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이 최저 5%, 최고 7%에 이를 가능성을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그간 형성된 시장의 대체적 기대치는 5%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최종금리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상향조정되는 바람에 한·미 양국 증시는 보다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였다. 지난 한 주 동안 뉴욕증시와 국내 증시에서는 지수가 전주 종가보다 소폭 하락하는 양상이 동시에 벌어졌다.

지난 주 초만 해도 시장은 일부 연준 관계자들의 온건한 발언에 고무되는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를 데운 이는 연준의 2인자로 불리는 레이얼 브레이너드 부의장이었다. 그는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비슷한 견해를 밝히며 비둘기파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하지만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공개 발언에 나서면서 분위기는 한 순간에 돌변했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17일 행한 연설에서 ‘충분히 제약적인(Sufficiently Restrictive) 기준금리 영역’에 대해 언급했다. 그가 자료를 통해 제시한 충분히 제약적인 금리 영역은 최하 5.00%였다. 여기서 말하는 ‘충분히 제약적 금리 영역’이란 경기 둔화를 유발할 수 있는 금리 구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는 이 자료를 통해 미국의 현행 기준금리가 아직 그 범위 안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통해 공개한 최소한의 제약적 금리 수준 상단은 그간 형성돼온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았다. 시장이 특히 주목한 것은 PPT 자료에 나와 있던 제약적 금리수준 영역의 최고 한도였다. 수치의 상단은 7%를 살짝 넘어서는 정도였다. 이날 발표 내용은 가장 매파적인 시각에서 보자면 7%선까지는 기준금리를 올려도 경기에 큰 지장을 주지 않을 수 있음을 강조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것이었다.

따라서 불러드 총재가 7%를 직접 언급한 것은 아니었지만 시장에서는 그가 7%를 ‘충분히 제약적인’ 기준금리의 상단으로 제시했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가 방송 출연에서 한 발언도 시장의 긴장감을 높이는데 일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때 0.75%포인트 인상방안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앞선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발언 이후 시장에 형성돼 있던 12월 빅스텝 (0.50%포인트 인상)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연준 관계자들의 견해차 노출은 블랙아웃(공개발언 금지 기간)이 다시 시작되는 새달 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기준금리 상단이 4.00%에 이르면서 미국 내 소비자물가가 꺾일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데다 경기침체 우려가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그 같은 전망의 배경이다. 이번 주 공개 발언에 나설 인물 중엔 불러드 총재가 또 포함돼 있다. 그의 이번 주 공개발언 예정 일자는 22일이다.

연준 내 의견이 이처럼 분분한 탓에 오는 23일 공개되는 11월 FOMC 회의 의사록은 어느 때보다 큰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열린 FOMC 회의에서 연준은 네 번 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기로 결정했었다.

[사진 = AFP/연합뉴스]
[사진 = AFP/연합뉴스]

증시 투자자들은 이번 주 중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회의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0.25%포인트 인상에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7.7%로 집계되면서 물가정점론에 무게가 실렸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물가정점론 확산이 연준의 긴축 고삐 완화를 자극할 것이라는 기대가 그 배경에 깔려 있다.

하지만 미국 내 물가가 추세적 하락 국면에 진입했는지를 두고는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소비자물가가 뚜렷한 하락 없이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점도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향후 미국과의 정책금리 차이가 지금의 1.00%포인트(상단 기준)보다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한은으로서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한은 금통위 정례회의가 없는 다음 달에도 연준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추가 인상 문제를 논의한다.

한편 이번 주엔 뉴욕증시 개장 시간이 상당폭 줄어든다. 24일은 추수감사절이어서 금융시장 전체가 하루 휴장하고, 그 다음날엔 추수감사절 다음날이라는 이유로 오후 1시 조기 폐장이 실시된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