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14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 가운데 눈길을 끈 부분은 청년층(15~29세)과 40대에서만 취업자가 감소했다는 것이었다. 이들 외 다른 연령대에서는 일제히 취업자 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층과 40대는 미래와 현재의 주력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들 연령대의 취업동향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62만6000명 증가해 2842만1000명을 헤아렸다. 수치 자체로는 나쁘다고 할 수 없는 수준이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폭인 만큼 지난해의 취업 부진이 가져다준 기저효과도 반영된 결과이지만, 같은 달 기준으로도 1999년(121만7000명) 이후 가장 많은 증가폭에 해당한다.

증가폭은 21개월째 플러스를 기록했다. 다만, 증가폭은 최근 들어 다달이 감소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증가폭 감소는 6개월째 지속됐다. 증가폭은 지난 5월 93만5000명을 찍은 이후 6월 84만1000명, 7월 82만6000명, 8월 80만7000명, 9월 70만7000명, 10월 67만7000명 등으로 집계됐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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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그래왔듯이 올해 11월 증가분의 대부분을 차지한 연령층은 60세 이상이었다. 이들 연령대가 전체 증가분에서 차지한 비중은 76.5%나 됐다. 전체 증가분 62만6000명 중 47만9000명이 60세 이상 고령자들이었다. 50대(9만2000명)와 30대(6만6000명)에서도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늘었지만 증가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반면 청년층과 40대에서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각각 5000명, 6000명 감소했다. 특히 청년층 취업자 감소는 21개월 만에 처음 나타난 현상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청년층 취업자는 작년 2월(-14만2000명) 이후 줄곧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왔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지난달 청년층과 40대 취업 상황이 유독 나빴다는 인식을 갖기 쉬워진다. 하지만 여기엔 고려해야 할 변수가 하나 숨어 있다. 인구 감소가 그것이다. 청년층과 40대 인구가 1년 전에 비해 각각 21만, 9만5000명 감소한 것이 늘어난 취업자 수의 절대치를 줄이는데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청년층에서도 특히 인구 감소가 심하게 나타난 구간은 20대였다. 11월 기준으로 지난 1년간 줄어든 20대 인구수는 17만1000명에 달했다. 청년 인구 감소는 저출산 기조의 후유증이라 특단의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도 타 연령대보다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 청년층 인구는 848만9000명, 이들 중 취업중인 사람 수는 391만5000명이었다. 취업자 수를 인구수로 나눈 고용률은 46.1%였다. 전년 동기에 비해 1.0%포인트 증가한 결과치다. 결국 지난달 청년층의 취업 상황은 실질적으로는 1년 전보다 낳아졌음을 알 수 있다.

40대도 비슷한 경우에 해당한다. 취업자 증가폭만 놓고 보면 상황이 악화된 것 같지만 고용률을 따져보면 그 반대의 인식을 갖게 된다. 올해 11월 40대 인구는 1년 전의 814만3000명보다 9만5000명 줄어든 804만8000명이었다. 이 중 취업 중인 사람은 631만6000명이었다. 지난달 40대 고용률은 78.5%다. 이는 1년 전보다 0.9%포인트 증가한 값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이상에서 보듯 취업자 증가폭은 인구 변화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따라서 연령대별 취업동향을 정확히 이해하려면 고용률을 살펴봐야 한다. 연령대별 고용률은 해당 연령층의 인구수에서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을 의미한다. 전연령대를 대상으로 고용률을 계산할 때는 15세 이상 인구를 분모로 삼는다. 실업률 계산이 경제활동인구를 분모로 삼는 것과 차이가 있다.

청년층 못지않게 40대 취업동향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는 그들이 현재 우리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이의 비중이 40대에서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다. 즉, 정규직이면서 취업시간대별로는 주 36시간 이상, 종사상지위별로는 상용, 산업별로는 제조업 종사자로 분류되는 이들이 비교적 많다는 것이다. 결국 40대 취업자 감소는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을 가능성을 말해준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한편 11월 취업자 수 증가 현황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숙박·음식점업(23만1000명)과 보건복지업(14만9000명) 등에서 취업자가 많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숙박·음식점업에서의 취업자 증가폭은 11월 기준으로는 역대 최다로 기록됐다. 방역 완화 속에 대면 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영업이 다시 활기를 띤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분야에서의 취업자 수는 7개월 연속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취업자 증가는 제조업(10만1000명)에서도 실현됐다. 그러나 증가폭은 전월(20만1000명)보다 작아졌다. 이들 분야와 달리 도소매업(-7만8000명)과 금융보험업(-2만7000명), 운수·창고업(-1만2000명) 등에서는 취업자 수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고용상황은 내년에 더 나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경기 둔화 및 침체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그 연장선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낮아져 1%대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올해 비교적 큰 취업자 증가폭을 보인데 따른 역기저효과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내년 취업자 증가폭이 월평균 8만~9만명 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 황인웅 인력정책과장도 비슷한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내년엔 기저효과와 경기 둔화, 인구 변화 등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그것은 올해의 이례적 호조세가 장기 추세로 복귀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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