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뷰 = 김기영 기자]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주식 투자자들의 심리를 또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최종금리 중간값을 5.1%로 제시하면서 내년 말까지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 즉 금리 인하 시도는 없을 것이란 신호를 내보낸 것이 그 이유다. 더구나 연준은 지난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면서 내년도 미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1.2%에서 0.5%로 낮춰 다시 제시했다. 당초 예상보다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더 커졌음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고금리 장기화 예고와 성장률 전망치 하향조정은 인플레이션-경기침체 동반 진행에 대한 우려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인플레 속 경기침체는 곧 스태그플레이션을 의미한다.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최종 기준금리가 기존 예상보다 0.5%포인트 정도 더 높아진 상태에서 1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연준의 메시지에 증시는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들은 FOMC 회의가 끝난 지난 14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그 결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지수, 나스닥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각각 1.66%, 2.08%, 2.72% 하락했다. 하락세는 지난 14~16일 더욱 두드러졌다. 그 영향으로 지난주 코스피지수도 전주 대비 1.22% 하락한 채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는 국채금리 동향에서도 엿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예를 들어 이달 들어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3.4%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이 또한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다.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는 동안 국채금리가 동반 하락하는 것은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채 금리가 내려가고 있다는 것은 국채 가격이 올라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는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질 때 가격 상승 현상을 보여왔다.

장단기 채권금리 역전 현상이 심화된 점도 미국 경기침체 우려의 한 단면이다. 지난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준금리 인상 브리핑 직후 2년물과 10년물 미 국채금리 격차(역전값)는 73bp(1bp = 0.01%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었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의 가장 큰 요인인 미국 물가는 지루할 만큼 긴 기간에 걸쳐 고공 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연준은 미국 물가가 내년에도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 주 FOMC 회의가 끝난 뒤 연준은 내년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을 기존 전망치보다 0.3%포인트 높은 3.1%로 다시 제시했다. 이는 연준의 애초 기대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높고 길게 이어질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경우 상승률이 11월에 7.1%를 기록하는 등 조금씩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10월에 8개월 만에 처음으로 7%대(7.7%)로 내려간 뒤 11월엔 6%대를 넘보는 수준으로 더 하락한 것이다. 소비자물가의 완만한 하락세는 고물가 장기화 전망을 낳고, 이는 다시 연준의 강경 긴축기조 유지의 명분이 되어주고 있다.

서울 명동의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19일 서울 명동의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오는 23일엔 1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발표된다. PCE 지수는 연준이 PCI보다 더 선호하는 물가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보도한 11월 근원PCE 물가의 상승률 전망치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4,7%였다. 10월 근원PCE 상승률은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5.0%였다.

실제 지수가 이 정도 하락한 것으로 나온다면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PCI 물가 추이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하락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든 시장 예상에서 크게 벗어난다면 주식시장은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문제가 어떻게 결론지어질지도 투자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다. 새해가 임박한 가운데 금투세 도입을 2년 더 유예하자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해부터는 5000만원 이상 주식 양도차익 발생시 누구나 금투세를 납부해야 한다.

한편 19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9.24포인트(0.39%) 내린 2350.78로 거래를 시작한 뒤 종일 시가를 밑돌았다. 종가는 전장 대비 7.85포인트(0.33%) 하락한 2352.17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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