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해 코스피 등 주요국 증시는 ‘산타랠리’를 누리지 못한 채 한 해 거래를 마감했다. 뉴욕증시에서는 3대 주요지수들이 역대급의 부진을 맛보았다. 나스닥은 33% 이상,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각각 19.4%, 8.8%의 하락을 경험했다. 강력한 긴축정책에서 비롯된 기술주의 약세가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일례로 뉴욕증시의 대장주인 애플 주가는 연고점 대비 29% 하락한 채 작년 거래를 마무리했다. 테슬라와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 플랫폼스의 경우 1년 사이 주가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는 ‘참사’를 당했다.

국내 상황도 만만치 않았다. 코스피는 작년 말 종가가 2236.40까지 내려가는 바람에 연간 하락률이 24.89%에 이르렀다. 코스닥은 679.29로 한 해 거래를 마감하며 하락률 34.3%를 기록했다. 이로써 작년 한 해 동안 두 시장에서는 시총 567조원이 증발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각각 증발한 시총액수는 436조원과 131조원이었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증권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해 국내 증시는 주요국 증시 중에서도 유독 상황이 좋지 않았다. 주요 20개국(G20) 기준으로는 러시아를 제외하곤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긴축 기조에 따른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로 인한 환율 불안정, 경기침체 우려 증대 등 세계공통의 난제가 있었던 데다 반도체 불황의 후유증을 가장 크게 겪어야 했던 게 원인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에 각각 29.37%, 42.75%의 주가 하락을 기록했다.

증시 부진은 새해에도 한 동안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은 편이다. 올해엔 ‘1월효과’마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일 보고서를 통해 “연초 주식시장은 작년 연말의 연장선에서 움직일 전망”이라며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로 2160~2400을 제시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1월효과’를 “투자자들의 희망이 반영된 편견”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주로 시야를 좁히면 분위기를 지난달과 달라지게 할 동인은 더욱 찾아보기 어려워진다. 막연하게 ‘1월효과’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지난해의 연장전이 펼쳐지고 있다는 느낌 또한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분위기를 어둡게 하는 핵심 요소는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일관된 긴축 기조와 그에 따라 커지고 있는 경기침체 우려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침체가 닥치면 소비·투자·고용이 부진해지고 기업은 이익이 줄어 고강도 비용 절감에 나서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이번 주엔 증시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특별한 이벤트도 별로 없다. 그나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사안은 주 후반부에 연이어 있을 미국 민간 고용보고서인 ADP보고서와 노동부 고용보고서 발표다. 미국 내 고물가 흐름이 큰 변화 없이 지루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고용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용 상황 변화는 결국 물가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다.

4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도 눈길을 줄 만한 대상이다. 이를 통해 연준 내부 분위기를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데 도움이 될 위원들의 발언도 연이어 전해진다.

이번 주 공개 발언에 나서는 이들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톰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은 총재 등이다. 특히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5일 발언대에 선다. 매파인 그는 고강도 긴축을 지지하는 입장 표명으로 시장을 긴장시키곤 했다.

한편 새해 첫 거래일인 2일 코스피는 안정적 분위기를 조성하며 새해 출발을 꾀하나 싶었으나 오후 들어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55포인트(0.61%) 오른 2249.95에 개장했으나 상승세를 오후까지 이어가지 못했다. 지수는 결국 전장 대비 10.73포인트(0.48%) 하락한 2225.67로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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