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해에는 우리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순위가 모두 바뀌었다. 최대 무역흑자국 자리는 베트남이, 최대 무역적자국 자리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새로 차지했다.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기지로 부상한 점과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수입물가가 크게 오른 점이 각각의 순위 변동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2년 연간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은 전년 대비 6.1% 증가한 6839억5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은 전년 대비 18.9% 늘어난 7311억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수입이 더 크게 늘어나는 바람에 연간 무역수지는 472억3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수입액 증가는 주로 에너지 가격 상승에 기인했다.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자원의 가격이 크게 오르는 바람에 수입 단가가 증가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과 함께 곡물가격이 급등한 것도 우리의 수입액 증가를 부추기는 작용을 했다. 반면 수출은 반도체의 세계적 수요 부진 및 중국의 봉쇄 정책에 의한 경제난 등 악재들을 만나 고전을 면치 못했다.

홍콩 빅토리아항. [사진 = AP/연합뉴스]
홍콩 빅토리아항. [사진 = AP/연합뉴스]

지난해 우리나라는 대규모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베트남을 상대로 해서는 가장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한-베트남 수교 30주년이 되었던 해로, 장기간에 걸쳐 누적된 경제교류와 투자 등의 효과가 현실화된 결과라 할 수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베트남은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에서 글로벌 기업의 생산기지로 부상하고 있다”며 “베트남이 우리의 최대 흑자국으로 부상한 것은 우리 기업이 활발히 진출하는 등 긴밀한 경제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결과”라고 평했다.

지난해 우리가 베트남을 상대로 기록한 수출액은 609억7900만 달러였다.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7.5%였다. 수입액은 전년 대비 11.5% 늘어난 267억2300만 달러였다.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절대 수출액이 워낙 컸던 덕분에 베트남과의 무역수지는 342억6000만 달러(약 43조6000억원)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다. 이 같은 흑자규모는 전년(327억6000만 달러)보다 4.6% 증가한 것이었다.

이로써 베트남은 지난해를 기해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수지 흑자국이 되어주었다. 2021년까지 3년 연속 우리의 최대 무역흑자국 지위를 지켰던 나라는 홍콩이었다. 그러나 홍콩은 지난해에 미국(280억4000만 달러)에 이어 3위 무역흑자국으로 밀려났다. 우리가 지난해 홍콩을 상대로 기록한 무역수지 흑자규모는 257억9000만 달러였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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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위는 다소 밀렸지만 홍콩이 장기간 우리의 무역수지 흑자국 상위권을 유지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시장 규모는 작지만 중국으로의 중계무역이 많은 점이 그 원인이다. 지난해 홍콩을 상대로 한 우리의 무역수지가 악화된 것도 중국 경제의 부진과 무관치 않다.

중계무역은 물품을 일단 수입한 뒤 그대로 또는 보세가공을 하여 다른 나라로 다시 파는 것을 지칭하는 용어다. 스스로 수입과 수출의 당사자가 되어 교역을 함으로써 그 차액을 챙기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무역형태다. 단순히 가운데에서 중개역할을 하며 수수료를 챙기는 행위인 중개무역과는 다른 개념이다. 중개무역업자는 수입 또는 수출 당사자가 아니므로 수출입 계약을 직접 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중계무역은 교역상 발생하는 거래 차액을, 중개무역은 중개 수수료를 챙기기 위해 행해지는 교역행위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베트남·미국·홍콩 다음의 우리 무역수지 흑자국 자리는 인도(99억8000만 달러)와 싱가포르(98억6000만 달러)가 차지했다.

우리의 최대 교역 파트너인 중국은 2018년만 해도 흑자국 1위 자리를 지켰으나 2019년 2위, 2020~2021년 3위로 내려가더니 지난해의 경우 그 순위가 2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우리가 중국을 상대로 기록한 무역수지 흑자액은 12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그래픽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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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수입을 망라한 교역량에서 중국 다음에 있는 미국을 상대로 지난해 우리가 기록한 수출액은 처음으로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대미 교역 실적은 수출 1098억2000만 달러, 수입 817억8800만 달러였다.

거대한 신흥시장으로 떠오른 인도를 상대로 거둔 지난해 수출 실적은 전년 대비 21.0% 증가한 188억8000만 달러였다. 이는 인도를 상대로 우리가 거둔 사상 최대 수출실적이다. 이로써 2021까지 5년 동안 5위였던 인도의 무역수지 흑자국 순위도 지난해엔 한 계단 올라섰다.

지난해엔 우리의 무역수지 적자국 순위에서도 판도 변화가 일어났다. 가장 큰 특징은 우리가 에너지를 다량 수입하는 국가들이 순위표 상단을 차지하게 됐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와 호주다. 이들은 지난해 우리의 무역수지 적자국 순위에서 일본을 3위로 밀어내고 1, 2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최대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국인 사우디와 호주를 상대로 각각 367억1000만 달러, 260억9000만 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전세계를 휩쓴 에너지 수급난으로 원유와 천연가스의 국제 거래가격이 급등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었다. 그 바람에 2015년부터 줄곧 우리의 최대 무역수지 적자국이었던 일본의 관련 분야 순위는 지난해에 3위(-240억7000만 달러)로 밀려났다. 그 다음 순위는 카타르(-160억2000만 달러), 독일(-134억5000만 달러)이 차례로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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