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정유진 기자] ‘또간집’이라는 유튜브 예능이 있다. 해당 프로그램의 포맷에는 제작진의 재밌는 고집이 녹아들어 있다. MC가 길거리 인터뷰를 통해 시민들로부터 ‘최소 2회 이상’ 방문한 이력이 있는 맛집만을 추천받아 직접 가본다는 것이다. 그렇다. 맛이란 으레 재방문을 부르는 법이다.

그런데 이제 막 출시된 신제품은 자연히 사전 정보가 극히 제한적이다. 최근 강추위를 예견이라도 한 듯 뜨뜻한 국물이 매력인 라면류 등에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는 중인 식품업계, 그중에서도 농심·더본코리아·삼양식품·오뚜기(가나다 순)에서 나온 신제품을 기자가 직접 맛봤으니 그 맛이 궁금하다면 일독을 권한다. 참고로 기자는 평소 틈새라면, 너구리, 불닭볶음면을 선호하는 맵고 자극적인 입맛의 소유자다. 덧붙여 라면의 가성비와 간편함을 누구보다 사랑한다.

◆ 농심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 

매운맛과 고기·달걀 고명을 강조한 패키지 일부(상), 면발과 고명을 확대한 컷(하) [사진 = 정유진 기자]
매운맛과 고기·달걀 고명을 강조한 패키지 일부(상), 면발과 고명을 확대한 컷(하) [사진 = 정유진 기자]

‘신라면 제페토 큰사발’(이하 큰사발)은 이미 신라면이라는 스테디셀러를 보유한 농심이 기존 신라면 큰사발보다 맵기를 한껏 높여 한정판으로 출시한 컵라면 제품이다. 농심이 라면업계에서 메타버스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브랜드인 만큼, 이번 큰사발 제품도 지난해 10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실제 소비자 의견을 취합한 결과를 제품으로 구현해 이채를 더했다. 일명 소비자 참여형 제품인 셈이다.

스코빌지수만 6000SHU으로 기존 신라면 큰사발의 3배에 달한다는 게 농심 측의 설명인데, 기자 입에도 제법 매워서 눈물·콧물이 찔끔 나올 정도였다. 다만 고기와 달걀 건더기를 풍성하게 넣었다는 광고 문구는 기자가 보기에 반만 맞고 반은 틀리다. 고기 건더기는 제법 실하다고 인정할 만하지만, 달걀 건더기의 경우 육안으로 보기엔 크기가 너무 작아 아쉽다고 하겠다.

◇ 더본코리아·이마트 ‘빽라면’

[사진 = 유튜브 채널 'GOMUL고물' 영상 일부 캡처]
[사진 = 유튜브 채널 'GOMUL고물' 영상 일부 캡처]

이마트와 더본코리아가 손잡고 선보인 '빽라면'은 대중성을 누누이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한 요식업자 백종원 씨의 철칙이 담긴 라면이다. 빽라면 자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라면’을 목표로 최초 기획됐고, 실제 그 맛 또한 라면이란 메뉴의 기본기에 충실한 편이다. 문제는 맛이 너무 무난해서 딱히 비평을 하기도 애매하단 점이다. 빽라면만의 매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랄까?

우선 기자가 빽라면을 끓여보니 외양상 눈에 띄는 건 듬뿍 올려져 있는 샛노란 달걀 플레이크였는데, 라면에 달걀을 넣을지 말지는 사실 사람마다 취향을 타는 부분이다. 플레이크로 일괄 첨가하는 게 과연 옳은지 조금 의문이 들기도 한다. 기자는 달걀을 넣은 라면도 안 넣은 라면도 다 똑같이 좋아해 호불호는 갈리지 않았다.

■ 삼양식품 '쿠티크 에센셜짜장' 

'쿠티크 에센셜짜장'의 패키지(상), 면발 형태와 굵기를 보여주는 컷(하) [사진 = 삼양식품 제공(상), 정유진 기자(하)]
'쿠티크 에센셜짜장'의 패키지(상), 면발 형태와 굵기를 보여주는 컷(하) [사진 = 삼양식품 제공(상), 정유진 기자(하)]

삼양식품은 지난해 12월 건면 브랜드 '쿠티크'를 론칭, “편의점에서 즐기는 프리미엄 누들 라이프를 위해!”라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유명 유튜버들을 대거 등장시킨 광고 영상을 송출한 바 있다. 쿠티크 제품의 패키지 디자인에서 느껴지는 깔끔한 고급스러움이나 광고에 기용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삼양식품 전사적 측면에서 적잖이 공을 들이고 있는 브랜드임을 짐작할 수 있다.

쿠티크가 내세운 첫 타자이기도 한 '쿠티크 에센셜짜장'은 기자가 체험해본 바 단맛과 불맛이 어우러진 소스와 그 소스가 착 배어든 면발, 각종 건더기가 꽤 호감으로 다가왔다. 얇은 면을 보고 지레 식감이 없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조화롭게 제 역할을 충분히 한다. 일각에서는 너무 달다는 의견도 있어 좀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만, 일단 기자는 기분 좋게 먹었다. 사실 하나로는 양이 적다 싶어 하나 더 먹으니, 입 안에 약간의 느끼함이 감돌기도 했다. 실제 짜장면처럼 슬라이스한 양파나 김치류를 곁들여 먹는 게 하나의 팁이 될 수 있겠다. 

또한 브랜드와 제품명이 너무 낯설다고 할지, 입에 잘 붙지를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브랜드 인지도 획득을 위한 노력이 향후 꾸준히 필요할 듯하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본지에 "삼양식품의 강점인 SNS와 연계한 홍보 활동 지속 중"이라며 "출시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지만, 쿠티크만의 ‘삶은 건면’ 요리는 계속해서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 오뚜기 ‘니꾸 우동’

[사진 = 유튜브 채널 '승우아빠 일상채널' 영상 일부 캡처]
[사진 = 유튜브 채널 '승우아빠 일상채널' 영상 일부 캡처]

흔히 우동에 넣는 고명에는 어묵, 튀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일본에는 소나 돼지, 닭 등 다양한 고기를 올린 우동이 존재한다. 지난달 오뚜기가 내놓은 ‘니꾸 우동’의 경우 가쓰오부시 육수에 면 위에는 소불고기를 더했다. 깔끔한 우동 장국에 익숙해져 있어 고기라니 다소 생소했는데, 고기향 물씬 나는 기름진 국물의 든든한 뒷맛이 제법 포만감을 준다. 부드러운 면발도 묵묵히 제품의 완성도를 높인다. 

다만 간편하게 먹기엔 조리법이 은근히 길다. 제품 후면에 따르면 고기 고명은 따로 프라이팬이나 전자레인지에 조리해야 하며 면과 장국은 끓는 물에 넣고 2분 기다린 뒤 그 위에 고기 고명을 올리고 30초 더 끓여야 한다. 건더기는 후첨식으로 먹으면 되는데, 사실 이중 뭐 하나 깜빡하고 넘어가기 딱 좋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복잡한 과정의 요리를 즐기는 이라면 제격일 수 있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올겨울 라면류 신제품의 흐름은 건더기와 스프의 증량·고급화와 더불어 매운맛의 여전한 인기가 눈에 띈다. 단순 인스턴트 식품에 머물렀던 라면이란 음식의 저변이 전 세계적인 K-콘텐츠의 인기, 집밥 증가세에 힘입어 점차 확장되어가고 있는 모양새다. 신제품 출시 초반인 만큼 앞으로 과연 어떤 ‘면’이 소비자의 ‘원픽’이 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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