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안 그래도 조심성 많아진 증시에 불확실성을 키울 일이 하나 추가됐다.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고용보고서 내용이 그것이었다.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1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수는 전달보다 51만7000개나 증가했다.

이는 2022년의 월평균 증가폭(40만1000명)은 물론 시장 예상치(18만7000명)를 크게 뛰어넘는 것이었다. 탄탄한 고용 시장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본능을 자극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고용 호조가 경기둔화 우려를 비웃는 현상인데다 향후 물가를 자극할 여지를 안고 있다는 점이 그 이유다.

지난 1일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이란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상승폭이 점차 줄어드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이 단어를 반복해 구사한 점에 주목하며 연준의 기나긴 긴축 강화 행보가 조만간 끝날 가능성을 점치기 시작했다. 연준이 한 번 더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취한 뒤 기준금리를 더 이상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기대가 실현된다면 연준 기준금리는 4.75~5.00% 수준을 유지하다가 언젠가 꺾이는 추이를 나타내게 된다.

미 고용지표 발표 하루 전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해 3.00%로 결정한 것도 국내 주식 투자자들에겐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ECB의 긴축 강화 기조는 달러화 약세를 촉진해 결과적으로 원/달러 환율을 안정시키는 한편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고용지표가 발표되면서 시장은 혼란스러운 모습을 내보이고 있다. 고용지표에 담긴 메시지를 두고 엇갈리는 해석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고용지표 호조는 연준이 당분간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하지 않을 것이란 기존 전망에 다시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 노동통계국의 1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시장에서는 연준이 3월에 이어 5월에도 기준금리를 한 차례씩 소폭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해졌다. 고용지표 발표 직후 집계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의하면 연준이 5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확률은 전날의 30%에서 48%로 올라갔다.

이는 연준의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지난해 12월 수준으로 되돌아갔음을 의미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중요한 점은 고용지표에 대한 연준의 해석이다. 이번 고용지표에 담긴 메시지를 연준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살펴볼 기회는 조만간 마련된다. 무대는 파월 의장이 공개 연설에 나설 7일의 워싱턴D.C. 이코노믹클럽 행사다.

마이클 바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역시 8일 공개연설을 할 예정이어서 이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들의 발언을 통해 현재의 고용 상황에 대한 연준 내부의 분위기를 짐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시장은 다음달 3일 나올 미 노동부 고용통계국의 2월 고용보고서를 손꼽아 기다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번 FOMC 회의(3월 21~22일)에서 연준 위원들 또한 2월과 3월 고용보고서를 함께 살펴보며 통화정책 운용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6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8.58포인트(0.75%) 떨어진 2461.82로 출발한 뒤 낙폭을 회복하지 못한 채 하루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는 전장 대비 42.21포인트(1.70%) 하락한 2438.19였다.

저작권자 © 나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