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채 답답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가가 상승 기지개를 켤 기미만 보이면 금리에 민감한 기술주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다량 매물로 나오는 것도 박스권 장세를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외국인들이 매수 우위를 보이며 코스피 지수를 떠받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은 이달 상순 중에만 3조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는 달러화 약세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증가와 관련이 있다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현재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 증대와 연준의 긴축 기조 장기화 전망 속에서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 경제의 경착륙 위험성 약화에 안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그 여파로 나타날 고금리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한 마트에서 물건값을 확인하고 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 = AP/연합뉴스]
미국의 한 마트에서 물건값을 확인하고 있는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 = AP/연합뉴스]

연준의 긴축 장기화 우려는 미국의 안정된 고용시장 상황과도 연결돼 있다. 근래 들어 미 고용시장은 지표상으로 완전고용을 넘어 초과고용 상황이라는 평이 나올 만큼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가는 지루하게 느껴질 만큼 완만한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이달 초 통화정책 회의를 마친 뒤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폭 축소)을 누차 거론했지만 인플레 완화 속도는 마냥 더디기만 하다.

그런 와중에 미시간대학은 지난 10일(이하 현지시간) 미국의 1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4.2%(중간값 기준)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전월 발표치보다 오히려 0.3%포인트 높아졌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5년 기대인플레율은 2.9%로 석 달째 같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인들의 물가 하락에 대한 기대가 아직은 본격적으로 형성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 자료였다.

지난 7일 워싱턴의 이코노믹클럽 행사에서 파월 의장이 한 발언 내용 역시 고물가 기조의 장기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디스인플레이션이 시작됐으나 그 과정은 매우 길게 이어질 것”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물가 흐름에 대한 소비자 심리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국 노동부는 14일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한다. 증시 차원에서 볼 때 포인트는 지수가 예상 범위에서 벗어날지 여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값은 전년 동기 대비 6.2% 상승이다. 전월에 집계된 상승률은 6.5%였다. 에너지와 식료품 제외지수(근원지수) 상승률 전망치 또한 전월보다 0.3%포인트 낮아져 5.4%로 집계됐다.

예상대로 지수가 나온다면 파월 의장의 ‘디스인플레’ 관련 발언과 궤를 같이한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인플레 완화가 꽤나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는 연준의 전망과도 부합하게 된다.

CPI 발표 이틀 뒤 나오는 미국의 1월 생산자물가지수(PPI) 또한 관심을 둘 만한 대상이다. 이 지수는 CPI의 선행지표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차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리기까지 많은 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이번 주에도 다수의 연준 위원들이 공개발언에 나선다. 그 중엔 대표적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연설(16일)이 포함돼 있다. 그에 앞서서는 미셸 보우만 연준 이사(13일)와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차례로 공개 발언에 나선다.

한편 13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7.77포인트(0.31%) 낮은 2461.96에 거래를 시작한 뒤 하락분을 만회하지 못한 채 장을 마감했다. 종가는 전장 대비 17.03포인트(0.69%) 하락한 2452.7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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