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 주 증시는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의 영향으로 다소 불안정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1월 CPI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이 시장 예상보다 높은 6.4%를 기록한 것이 원인이었다. 상승률은 전달보다 0.1%포인트 떨어졌지만 그 폭이 워낙 작았고, 전월 대비 기준으로는 상승폭이 12월(0.1%)보다 큰 0.5%를 기록했다.

연이어 발표된 생산자물가지수(PPI)도 고물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데 일조했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P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7%, 전년 동월 대비 6.0%였다. 전월 대비로는 지난해 6월 이후 최대폭이다. 전월 대비와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 모두 예상치를 웃도는 것이어서 시장은 다시 혼란에 빠져들었다. 이들 자료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말한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 상승폭이 점차 작아짐) 발언을 무색하게 할 만한 것들이었다. 도매물가 지표인 PPI는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지닌다.

물가가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끈끈한 속성을 드러내면서 연준의 긴축 기조가 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도 덩달아 커졌다.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 인하로 방향을 전환할 것이란 기대는 더 이상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마트의  합성 이미지.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마트의 합성 이미지.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이런 분위기에서 통화정책을 다루는 연준 위원 몇몇이 매파적 발언을 내놓자 시장 분위기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일부 위원들은 연준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빅스텝) 올릴 가능성을 시사해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 상단이 지금의 4.75%에서 5.50%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거론되기에 이르렀다. 빅스텝 한 번에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 한 번, 또는 베이비스텝 세 번이 향후 FOMC 회의에서 취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민감성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은 연준 내부 분위기가 어떻게 조성되고 있는지를 시사해줄 단서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그 대상은 오는 22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될 지난번 FOMC회의 의사록과 그 이틀 뒤 발표되는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다. 이번 주 간간이 언론에 공개될 연준 위원들의 발언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달 1일 끝난 FOMC 회의의 의사록은 연준 내부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매파적 발언이 있었는지 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번 회의에서 연준은 만장일치로 베이비스텝 결정을 내렸었다. 그러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추가 금리 인상 등과 관련해 소수 의견이 제기됐을 가능성도 있다.

오는 24일 발표될 미 1월 PCE 물가는 소매물가 동향을 보다 광범위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연준이 CPI보다 더 관심 있게 지켜보는 지표다. 연준은 특히 근원PCE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수렴하는지를 신경을 곤두세운 채 지켜보며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PCE 가격지수는 실생활에서 일어난 소비 지출을 기반으로 산출되기 때문에 통화량의 변화를 보다 정확히 보여주는 지표로 인정받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모습. [사진 = 연합뉴스]

1월 근원PCE 상승률(전년 동월 대비)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는 전월과 같은 수준인 4.4%다. 전월 대비 상승률 전망치는 0.5%다. 0.5%는 전달의 상승률보다 0.2%포인트 높은 수치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기저효과를 반영하는 측면이 강한 반면, 전월 대비 수치는 현재의 실질적 물가 흐름을 보여준다는 점을 고려하자면 낙관적이라 할 수 없는 전망이다. PCE 물가가 CPI보다 서비스물가를 보다 충실히 반영한다는 점도 염두에 둘 만하다. 이를 토대로 추측하자면 PCE 물가 상승폭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워진다. 현재 서비스물가는 미국에서도 고물가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번 주에도 연준 위원들은 앞다퉈 공개발언에 나선다. 이들의 발언 흐름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는지도 투자자들이 지켜보아야 할 포인트다. 공개 발언에 나서는 이는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22일)와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23일), 필립 제퍼슨 연준 이사,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이상 24일) 등이다.

오는 23일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문제를 논의한다. 지난달에 이어 또 한 차례 베이비스텝을 밟을지 여부가 주된 관심사다.

전망은 엇갈린다. 연준의 기조 유지가 유력해지면서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지금(상단 기준 1.25%포인트)보다 커질 수 있다는 점은 한은 기준금리 인상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고 있는 점도 한은의 긴축 강화 필요성을 키우고 있다. 반면 국내 경제가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고, 정부가 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시중은행들을 압박하고 있는 현 상황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을 망설이게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뉴욕증시는 20일(월) 대통령의 날을 맞아 하루 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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