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이번 주 증시 키워드는 원/달러 환율과 미국의 고물가 지속, 미 경제의 ‘노 랜딩(No Landing)’ 가능성 증대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들 요소는 대체로 증시엔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듯 보인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하순부터 1200원대로 내려선 뒤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으나 최근 수일간 130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강달러 기조가 재현되자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외국인 자본의 유출 속도가 빨라졌다.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는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섰고, 그 규모가 7700억원에 이르렀다. 이로써 지난 주 코스피지수는 전주 대비 27.61포인트(1.13%) 하락해 2423.61을 기록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코스피가 당분간 2400~2500선에서 정체된 가운데 움직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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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의 상승 추세는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가 지금의 1.25%포인트보다 더 커질 것이란 예상과 관련돼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다음 달 21~22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문제를 논의한다. 시장은 기준금리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간 인상폭이 0.25%포인트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빅스텝(0.50%포인트 인상)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든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안 그래도 불안감을 자극할 만큼 벌어진 한·미 간 금리 격차는 더욱 커진다. 금리 격차 확대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수입물가가 더 상승하고 결국 국내물가도 덩달아 상승압력을 키우게 된다. 국내물가의 상승폭 확대는 한은의 인내심을 무너뜨려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주 기준금리 동결 발표 직후 물가가 2%에 근접해간다는 사실이 자료로써 확인되기 이전에 금리 인하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취지를 밝혔다. 이 총재는 또 지난번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다섯 명의 위원이 기준금리 3.75%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음을 알렸다.

미국 변수들은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을 키우는 쪽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첫 번째 요소가 연준의 긴축 강화 가능성 확대다. 연준은 그 동안 미국 경제의 경착륙을 우려해 조심스러운 긴축 행보를 취해왔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경제가 예상 외로 활력을 유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경제는 지난해 4분기에 2.7%(전기 대비 연율)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이런 성장 흐름은 고물가에도 꺾이지 않고 지속되는 미국인들의 소비에서 비롯됐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2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이 현실화되자 일각에서는 미국 경제가 착륙 없이 다시 비상하는 ‘노 랜딩’을 연출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고용 시장의 탄탄한 흐름 속에서 제기되는 ‘노 랜딩’ 전망은 연준의 긴축 발걸음을 한결 가볍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긴축 지속 명분은 미국의 소비자물가 흐름에 의해 다시 한 번 강화되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발표된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작년 12월 0.2%), 전년 동기 대비로는 5.4%(작년 12월 5.3%) 상승했다. 1월 들어 물가 상승폭이 다시 커졌음을 알 수 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다 잘 대변해주는 근원PCE 가격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1월 근원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6%(작년 12월 0.4%), 전년 동기 대비로는 4.7%(작년 12월 4.6%) 상승했다.

PCE 물가는 연준이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지켜보는 물가 지표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품목별 물가 상승률을 종합해 집계되는 것과 달리 PCE 가격지수는 소비자들이 실제로 마트 등에서 물건을 구입한 값을 토대로 산출된다. 물가 흐름을 보다 정확히 반영해 준다는 점에서 신뢰성이 더 높다는 평을 듣는다.

상무부의 1월 PCE 가격지수 발표가 나오자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아직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 폭이 점차 축소되는 것)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해 투자자들을 긴장시켰다. 지난번 FOMC 회의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제시한 ‘디스인플레이션’ 진단을 반박하는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옐런 장관은 연준 의장 출신이자 파월 의장의 직전 전임자다.

이번 주에도 연준 위원들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들이 몇 개 예고돼 있다. 공개 발언에 나서는 이들은 필립 제퍼슨(27일), 크리스토퍼 월러(3월 2일), 미셸 보우만 연준 이사(3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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