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주 막판 돌출된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소식에 국내외 증시 분위기가 잠시 냉랭해졌다. 은행 폐쇄 이틀 만에 미국 정부가 무제한 지급보증을 약속함으로써 안도감이 빠르게 퍼졌지만 한 주 출발 시점의 불안감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었다.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한때나마 급격히 위축됐던 만큼 완전한 회복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상황을 조심스레 관망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당분간은 증시에서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란 전망도 많아졌다. 변동성 장세는 적어도 다음 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회의가 끝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준은 오는 21~22일(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진행한다. 회의가 임박해오면서 지난 주말부터는 연준의 블랙아웃이 시작돼 FOMC 위원들의 통화정책 관련 공개발언도 일시 중지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진 = 연합뉴스]

그러나 증시는 여전히 연준 내부의 기류를 어림할 단서를 찾는데 골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특히 SVB 파산 사태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기에 바빠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연준의 행보가 보다 조심스러워질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분석들은 SVB 파산이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에서 비롯됐다는 인식과 연관돼 있다. 실제로 이번 사태는 고금리 기조 탓에 기업들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현실과 무관치 않았다.

SVB 파산 사태가 특정 분야 전문은행의 문제일 수만은 없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SVB와 거래해온 캘리포니아 기반의 기술기업이나 스타트업을 넘어 산업계 전반에 유동성 위기가 잠재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영역에서의 일시적 현상일망정 기업들의 유동성 위기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를 촉발시킬 수 있다. 사태가 조기에 완전하게 수습되지 않을 경우 연준의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 정부가 발 빠른 대처에 나섰고, 미국 대형은행들의 재정 건전성이 강화된 상황이어서 SVB 파산이 몰고올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SVB 사태 직후 미국의 은행 시스템이 견조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SVB 내부 모습. [사진 = 연합뉴스]
SVB 출입통로 모습. [사진 = 연합뉴스]

SVB 사태의 파장이 비교적 빠르게 약화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나타난 연준의 다음 주 기준금리 인상폭 전망은 SVB 파산 직후만 해도 0.25%포인트 우세 쪽이었다. 그러나 주말 동안 0.50%포인트 인상 전망이 70%에 육박할 만큼 높아졌다. 0.25%포인트 인상 전망은 약 60%에서 30%선으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증시에서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증대될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FOMC를 앞두고 미국 물가와 소비지표 발표가 대기하고 있어서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크게 관심을 두어야 할 지표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다. 2월 CPI는 다음 주 FOMC가 열리기 전에 발표될 경제 관련 지표 중 가장 중요한 변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소속 전문가들이 예상한 2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6.1%, 전월 대비로는 0.5%다. 1월 CPI의 전년 동기 대비 및 전월 대비 상승률은 각각 6.4%, 0.5%였다. 전월 대비 상승률은 1월과 같고 1년 전 대비 상승률은 0.3%포인트 낮아질 것이란 의미다. 전망치대로라면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아직 유의미한 하락 흐름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할 수 있다.

근원CPI 전망치 또한 미국 소비자물가가 끈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을 가능성을 말해주었다. WSJ가 전망한 2월 근원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5.5%, 전월 대비 0.4%였다. 1월의 5.6%, 0.4%와 비슷한 수준이다.

한편 13일 코스피는 SVB 사태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가운데 개장했으나, 오후 들어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지수는 전장보다 5.86포인트(0.24%) 오른 2400.45로 출발한 뒤 등락을 거쳐 상승마감했다. 종가는 전장 대비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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