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이번 주 증시가 주목할 최대 이벤트는 오는 22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관련 성명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최대 궁금증은 기준금리를 동결할지, 0.25%포인트 인상(베이비 스텝)할지로 압축돼 있다.

시장의 전망은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한 이후 변화 과정을 거쳤다. 사태 직후엔 고금리가 파산의 원흉으로 지목된 탓에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 심지어 인하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러나 시장이 냉정을 일부 회복하면서부터는 다시 기준금리 인상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미 당국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진화 덕분에 SVB 사태는 미국 금융 시스템 전반을 위협하는 단계로는 나가지 않을 것이란 믿음이 서서히 생겨난데 따른 결과다.

이는 다시 연준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본능을 자극할 것이란 분석으로 이어졌다. 다만,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금융 불안을 또 한 번 자극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완전히 떨쳐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듯 지난 17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은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베이비 스텝을 취할 확률을 80%로 제시했다. 툴에 나타난 기준금리 동결 확률은 20%였다. 베이비 스텝 확률은 하루 뒤인 18일 62%(금리 동결 38%)로 다소 줄었으나 여전히 우세한 흐름을 보여주었다.

유력 투자은행들의 전망도 두 가지로 갈린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와 JP모건은 베이비 스텝을, 골드만삭스는 기준금리 동결을 점치고 있다. 수일 사이에 빅 스텝(0.50%포인트 인상) 전망은 거의 사라졌다.

연준의 결정에 대한 전망은 남은 하루 동안에도 변할 수 있다. 금융 불안의 여파가 뉴욕 시그니처 파산, 퍼스트리퍼블릭 및 크레디트스위스(CS) 위기설을 넘어 더 확산될지 여부가 관건이다. 연준 또한 기준금리 결정에 앞서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SVB 사태 이후 대체로 연준이 매파적 행보를 자제할 것이라는 기대 하에 움직이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이는 최근의 주가 흐름을 통해 확인됐다. SVB 파산 결정 전날인 지난 9일과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7일의 뉴욕증시 종가를 따져보면, 다우존스30은 1.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04% 하락했다. 파산 사태를 둘러싼 소음이 요란했던 것에 비하면 낙폭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오히려 2.6% 상승했다. 지난 한 주 동안의 변화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스닥과 S&P500은 각각 4.4%, 1.43% 상승했고, 다우는 0.15% 하락했다.

지난 한 주간 코스피는 종가 기준으로 2394.59(10일)→2395.69(17일)의 흐름을 보였다. 0%대의 미미한 폭이지만 결과는 상승이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788.60에서 797.39로 1.1% 상승했다.

[사진 = AFP/연합뉴스]
19일 스위스 베른에서 진행된 UBS의 크레디트스위스(CS) 인수 발표 회견에서 악셀 레만 CS 이사회 의장(왼쪽)이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 = AFP/연합뉴스]

시장 분위기는 이번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베이비 스텝을 밟을 경우 당분간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처럼 금융 불안 기미에 아랑곳하지 않고 빅 스텝을 단행한다면 투자 심리는 크게 흔들릴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16일 ECB는 이사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3.00%에서 3.50%로 인상했다. ECB는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도 나란히 0.50%포인트씩 인상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는 미국발 금융 불안의 파장을 다스리기 위해 반드시 기준금리를 조절할 필요는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ECB의 결정엔 금융 불안 대응과 물가안정 노력은 별개의 과제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만약 연준도 그 같은 인식을 공유한다면 이번 주 FOMC 회의에서 의외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가능성이 크지 않다 할지라도 시장은 빅 스텝을 동시에 상정한 채 당분간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물가와 금융안정 사이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고 강조하면서 “금리 결정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연준의 매파적 태도가 완화될 여지는 있겠으나 금리 인상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정책 외에 CS의 붕괴 위기를 타개할 수단이 무엇이었는지는 19일 스위스 정부와 스위스 국립은행(SNB)의 발표를 통해 바로 확인됐다. 발표 내용은 UBS가 CS를 인수한다는 것이었다. 스위스 최대 은행인 UBS에는 미국 자본이 대거 투입돼 있다. 미국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곳이란 의미다. 이 일로 급한 불은 꺼졌지만 위험을 UBS가 떠안았다는 점에서 불씨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의 주가 흐름과 관련, 전문가들은 기술주 중심으로 나타나는 주가 상승이 테크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 완화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빅테크주의 경우 그 자체가 안전자산이란 인식까지 보태지면서 더 큰 폭의 상승 흐름을 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기술주가 금리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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