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주 막판 나타난 두 가지 변수에 증시 분위기가 다소 부드러워졌다. 지난 한 주 세계 증시는 달러화 약세를 업은 유동성 장세에 편승해 비교적 선방했다. 국내 증시는 지난 주 후반에 전해진 미국 고용시장 둔화 조짐과 삼성전자의 감산 발표에 한 번 더 힘을 받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한 주간 13.55포인트(0.55%) 상승한 코스피는 주 첫날인 10일(이하 현지시간) 가볍게 첫발을 떼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7포인트(0.05%) 오른 2491.68로 출발한 뒤 상승폭을 키우더니 2500선을 여유 있게 넘어섰다. 코스피가 장중 2500선을 넘은 것은 지난해 12월 1일(2501.43)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먼저 분위기 변화를 주도한 것은 삼성전자의 실적 및 감산 발표였다. 삼성전자는 지난 7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 내용은 어닝쇼크 수준이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은 600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를 밑돌기는 14년 만에 처음이다. 반도체 분야 실적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의 추정치는 마이너스 3조~4조원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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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가 주목한 것은 이어진 삼성전자의 반도체 감산 발표였다. 그간 삼성전자가 위기 때마다 취해온 방법은 치킨게임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러던 삼성이 25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을 결정하자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경쟁사들이 추가 감산에 나서고, 그 결과 재고가 빠르게 소진돼 반도체 가격도 곧 회복될 것이란 계산이 그 배경을 이뤘다.

때맞춰 나온 미국의 3월 고용보고서도 증시 분위기를 개선하는데 일조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지난달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폭은 23만6000개였다. 시장 전망치(23만8000개)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으로서 미국 고용시장의 둔화 조짐을 알리는 신호로 인식될 만한 내용이었다. 시장은 특히 증가폭이 전달(31만1000개)에 비해 크게 축소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 노동자들의 시간당 평균임금 증가율이 다소 낮아진 것도 증시엔 나쁘지 않은 소식이었다. 3월 평균 인상률은 4.2%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지난 주 나온 미 노동부의 고용보고서는 고용과 임금 상황 호조에서 비롯돼온 물가 상승 압력이 한층 약화될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의 약화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이는 시장도 간절히 기대하는 바다. 일각에선 고용이 지속해서 둔화하면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까지 나왔다.

한 가지 걸림돌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경기 침체 우려다. 우려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미국의 경기 침체와 그로 인한 경착륙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긍정적이지만 그 원인이 경기 침체 임박이라면 증시로서도 마냥 달가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진 =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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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당장 기대하는 것은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이다. 이번 주엔 연준의 향후 움직임을 가늠할 주요 변수들이 다수 등장한다. 대표적인 것이 12일 나란히 발표되는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3월 의사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예상하는 3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4%다. 2월 상승률은 0.5%였다.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전달의 6.0%보다 크게 낮아진 5.1%일 것으로 전망됐다. 전년 동기 대비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 9.1%로 정점을 찍은 뒤 7~9월 8%대, 10~11월 7%대, 12월~올해 2월 6%대를 기록하는 등 점차 낮아졌다. 그러다 이번엔 5%를 갓 넘기는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 것이다. 물가 흐름을 살펴본 전문가들은 연준이 차기 FOMC 회의(5월 2~3일)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그 상태를 연말까지 이어갈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다른 일각에선 연준이 연내에 기준금리 인하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같은 날 나오는 3월 FOMC 의사록도 증시에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달 회의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최종금리 전망치로 5.00~5.25%를 제시했었다. 이번에 공개되는 회의록에서 시장이 찾아내고자 하는 것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다. 통화정책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회의록을 통해 확인된다면 시장 분위기는 한결 부드러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 위원들의 공개 발언도 줄줄이 이어진다. 그 중 눈길을 줄 만한 이로는 닐 카시카리 매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를 꼽을 수 있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새로이 FOMC 투표위원 명단에 들어간 인물로서 연초부터 매파적 의견 제시로 주목받았었다. 그가 공개한 문제의 글은 올해 연준의 기준금리가 5.4%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11일엔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시장의 대체적 관측은 동결 쪽에 쏠려 있다.

뉴욕증시와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는 이번 주에도 계속된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27포인트(0.05%) 오른 2491.68로 개장한 뒤 상승폭을 더 키운 결과 2512.08로 하루 거래를 마쳤다. 전장 대비 상승폭은 21.67포인트(0.87%)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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