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 주 중반 이후 국내외 투자자들 사이에 새로 등장한 키워드는 미국의 경기침체였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의사록을 공개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의사록 내용 중 시장의 눈길을 강하게 잡아끈 것이 경기침체라는 표현이었다. 올해 하반기에 미국에서 약한 경기침체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시장을 신중한 분위기로 몰아간 것이다. 의사록에는 올해 후반에 완만한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돼 있었다. 회복하는데 2년 정도가 걸릴 것이란 전망도 곁들여졌다. 이와 함께 미국의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장기 성장 추이에 비해 훨씬 낮은 속도로 성장할 것이란 예상도 담겨 있었다.

표현이 조심스러웠던 탓인지 시장의 반응은 돌발적이지 않았다. 다만, 신중을 기하며 향후 제시되는 데이터에 주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문이 많아졌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지난 주 뉴욕증시는 상승폭이 크진 않았지만 3대 주요지수가 모두 오른 채 한 주 거래를 마쳤다. S&P500과 다우지수는 1% 내외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나스닥은 0.3% 상승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한 주일 내내 상승세가 이어진 덕에 81.08포인트(3.26%)의 주간 상승이 기록됐다.

코스피 상승세는 주 후반으로 가면서 완만해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 이후의 연속 상승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던 데다 미국 경기침체 키워드가 부상하자 투자자들이 조심성을 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말 직전에 전해진 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이 조심성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지난 14일 텍사스주 샌 안토니오에서의 한 컨퍼런스 행사 때 나온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의 발언이었다.

월러 이사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하고 인플레이션도 목표치를 크게 웃돈다”고 진단하면서 긴축정책 유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1분기 데이터를 기반으로 볼 때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고 생산과 고용이 견고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시장은 강하고 인플레이션은 목표치를 훨씬 웃돌고 있으므로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도 긴 기간 동안 긴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를 덧붙였다.

[사진 = AP/연합뉴스]
[사진 = AP/연합뉴스]

그의 발언은 연준이 오는 5월 2~3일의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5.00~5.25%로 만들었다가 연내에 금리 인하로 방향을 틀 것이란 시장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의 견해는 소매판매가 둔화되고 있고, 임금 상승세도 다소 완만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물가 인상을 압박하는 요인들로 남아 있다는 연준 내부의 인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와 관련, “실물지표 결과에 대한 시장의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미국의 소매판매와 고용, 임금 동향 등 경제지표에 증시가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경기침체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주에도 연준 위원들은 줄줄이 공개발언에 나선다. 이들의 공개 발언은 차기 FOMC 블랙아웃이 시작되는 이번 주말 직전까지 이어진다. 17일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18일 미셸 보먼 연준 이사에 이어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 등이 차례로 연단에 오른다.

상장기업들의 1분기 실적발표는 이번 주에도 뉴욕증시와 코스피 모두에서 예정돼 있다. 19일 발간되는 연준 베이지북(경제동향 보고서)도 눈길을 줄 만한 대상이다. 이번 베이지북은 3월 FOMC 의사록에 언급된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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