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국내외 증시를 짓누르던 큰 변수 하나가 해소됐다. 미국 행정부와 의회는 ‘X데이트’가 임박하자 예상대로 지난주 막판 부채한도를 늘리는데 합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합의내용이 담긴 국가재정책임법에 즉시 서명함으로써 시장의 기대에 서둘러 부응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긍정적 효과는 미국의 고용지표에서도 발현됐다. 지난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고용보고서는 시장에 엇갈리는 신호를 주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5월 비농업부문의 신규 고용은 시장 전망치 19만명을 크게 웃도는 33만9000명에 달했다. 그러나 실업률이 3.7%로 상승했고, 주간 노동시간 평균치도 감소했다. 임금 상승 속도의 완화 흐름이 감지된 점도 고용시장에 대한 일관된 평가를 어렵게 했다.

종합적으로 볼 때 고용보고서 내용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의지가 더 이상 강화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장의 기대를 자극했다. 특히 임금 상승 속도의 둔화는 물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연준의 우려를 일정 부분 누그러뜨리는 작용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재무부 청사. [사진 =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 청사. [사진 = 연합뉴스]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다음 주(13~14일, 이하 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달 이후의 기준금리 경로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다음주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일부 FOMC 위원들은 연준이 이번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스킵’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 중 한명인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상 건너뛰기(Skip)를 원한다는 자신의 기대를 구체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이런 가운데 각종 경제지표가 긍정적으로 나타나자 시장 일각에선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상황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골디락스란 음식이 먹기 좋을 만큼 적당히 따듯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지금의 미국 경기가 과열되지도 냉각 상태에 있지도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큰 변수가 사라지고 경기상황에 대한 긍정적 진단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당분간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란 기대가 뉴욕증시와 코스피시장 모두에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주가가 단기적으로 상승하면 으레 견제심리가 발동하곤 한다는 점이다. 미국 디폴트 위험 해소가 결과적으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채무불이행 위험은 해소됐지만 미 정부가 부족한 현금 마련을 위해 국채를 대량 발행하면 시중 유동성이 그만큼 흡수된다는 점이 그 이유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JP모건은 미 정부의 부채한도 상향조정으로 국채가 추가 발행되면 시장에서 1조1000억 달러(약 1438조원)의 유동성이 흡수될 것이라 전망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시장에선 자연스레 긴축효과가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미 재무부가 시간을 두고 국채 발행 물량을 조절해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채의 대량 발행 효과는 기준금리 인상과 다를 바 없다는 게 JP모건의 분석인 듯하다.

이번 주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이렇다 할 변수는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올해 블랙아웃 스케줄상 이번 달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가 해당 기간으로 설정돼 있어서 연준 관계자들의 통화정책 관련 발언도 기대할 수 없다. 연준은 FOMC 회의에 참석하는 위원들로 하여금 블랙아웃 기간 동안엔 통화정책에 대한 견해나 분석을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달 FOMC 회의를 앞두고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로는 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꼽을 수 있다. 지수 발표 예정일은 FOMC 회의 첫날(13일)이다.

6일 코스피 시장은 현충일 공휴일을 맞아 하루 휴장한다.

한편 5일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 마지막 영업일을 기해 약 1년 만에 2600을 돌파한 여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07포인트(0.62%) 오른 2617.43에 개장한 뒤 비슷한 수준의 상승폭을 유지했다. 그 결과 코스피 종가는 전장 대비 14.05포인트(0.54%) 오른 2615.41을 기록하며 2600대 다지기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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