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주엔 코스피와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들이 비교적 큰 폭으로 동반상승하는 흐름을 보였다. 코스피는 5거래일 연속 하락 후 4일째 내리 상승행진을 거듭한 결과 4% 이상의 주간 상승률을 기록하며 2620대를 회복했다. 뉴욕증시 3주요 지수는 지난 한 주 동안 각각 2~3%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나스닥지수는 나란히 연고점을 경신하며 투자 분위기를 긍정적 방향으로 이끌었다.

지수 상승의 주된 원인은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에 대한 기대감 증폭이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주 한국은행이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다음 주(현지시간 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 = 미국 퍼듀대 홈피 캡처/연합뉴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사진 = 미국 퍼듀대 홈피 캡처/연합뉴스]

시장은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행진을 이달 추가 인상 결정과 함께 멈출 것이란 기대를 키우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한은이 더 이상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형성돼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연준과 한은이 내년 초 쯤부터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타나면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피벗에 대한 기대를 자극한 것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 둔화였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2.7%(전년 동기 대비)로 내려갔다. 2%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에 비해 3.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수치는 2%대 진입에 대한 기대를 키워준 데다 시장의 예상치보다 낮게 나왔다는 점에서 크게 눈길을 끌었다.

미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 또한 전년 동기 대비 0.1% 상승하는데 그쳐 변화된 분위기에 화답하는 흐름을 나타냈다. 생산자물가는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로서 의미를 지닌다.

때맞춰 전해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의 사임 소식도 연준의 긴축 완화에 대한 기대를 키웠다. 18명의 FOMC 위원 중에서 가장 강경한 매파로 인식돼 있던 그가 다음 달 대학 교수로 이직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시장 일각에서 연준 내부 분위기가 보다 온건해질 것이란 기대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자리한 연방준비제도(연준). [사진 = 신화/연합뉴스]
미국 워싱턴DC에 자리한 연방준비제도(연준). [사진 = 신화/연합뉴스]

17일 오전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은 연준 기준금리 인상이 이달 종료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가 커져 있음을 보여주었다. 11월에 연준 기준금리가 한 번 더 오를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가장 확률이 높은 연말 및 내년 초 기준금리 수준은 5.25~5.50%로 나타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의 기준금리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연준의 중장기 통화정책 방향은 18일 발표되는 미국의 소비 및 생산지표를 통해 보다 정확히 가늠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지표는 미국 경제가 향후 연착륙할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부드러워진 지금의 증시 분위기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주요 변수는 기업들의 실적이다. 이번 주에도 다수 기업이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국내에서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사들이 실적을 내놓는다. 미국에서도 뱅크오브아메리가(BoA),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금융사를 비롯해 넷플릭스, 테슬라, IBM, 존슨앤드존슨, 아메리칸항공,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거대 기업들이 제각각 분기 실적을 내놓는다.

어닝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이제부터의 투자 분위기는 실적에 대한 시장의 반응에 따라 달라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졌다.

한편 이제부터 다음 주 후반부까지는 연준 위원들의 통화정책 관련 공개발언을 들을 수 없다. FOMC 회의를 앞두고 지난 주말부터 관련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이 시작된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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