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국내 증시가 이차전지 사태를 만나 덜컹대고 있다. 증시가 느닷없이 이차전지 열풍에 휩싸이면서 혼미한 분위기 속으로 빨려든 것이다. 지난주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경제상황의 호조에 힘입어 주요 지수들이 상승행진을 이어갔으나 국내 증시는 이차전지 급등락 영향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요동이 심했던 곳은 코스닥 시장이었다.

유탄은 코스피로도 날아들었다. 지난주 코스피는 장중 2650선을 넘보다가 이차전지 약세의 여파로 상승분을 반납했다.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의 코스피 종가는 전주 대비 1.44포인트 하락한 2608.32에 머물렀다.

이차전지가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떠오르자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 주가들이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군중심리에 휩쓸려 움직이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그런 현상은 주식예탁금이 갑자기 증가한데서도 엿보인다. 예탁금의 급증은 ‘영끌’ 투자 대기세력이 늘어났을 가능성을 말해준다. 이에 전문가들은 단기 수급 동향을 살피기보다 분야별·상장사별 펀더멘털에 차분히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현명한 투자 자세라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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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증시는 지난 주 미국경제의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3대 지수가 모두 상승했고, 특히 나스닥은 2% 이상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미국 경제는 2분기 성장률(전기 대비 연율)이 2.4%를 기록했고, 주간 실업보험 청구자 수가 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연착륙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6월 개인소비지출이 전달 대비 0.5% 증가하는 등 소비지표도 긍정적인 것으로 집계됐다.

물가지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여주었다.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3.0%로 내려간데 이어 같은 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작년 동기 대비 4.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준이 보다 선호하는 PCE 가격지수의 6월 상승률 수치는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다.

이 같은 데이타들로 인해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 상황에 접어들고 있다는 기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미국 경제가 이상적인 성장 환경을 갖춰가고 있다는 생각이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더 이상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했던 말과 궤를 같이한다.

문제는 미국 내 물가가 연준의 목표 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골디락스 환경은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으로 내려갈 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 파월 연준 의장도 아직 높은 수준에 있는 인플레이션을 거론하며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물가 하락이 더디게 진행된다면 통화정책 방향의 전환 시점도 시장의 기대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두고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BoFA)와 씨티그룹 등은 기준금리가 한 번 더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연준 최종금리가 5.50~5.75%에 이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5.25~5.50%로 인상한 다음날인 지난 27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4.25%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소식을 전하면서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었다. 그는 하루 전 파월 연준 의장이 했던 발언을 되뇌이듯 9월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수도, 동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예정돼 있는 국내외 주요 발표로는 7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2일, 통계청)와 미국의 7월 고용보고서(4일, 미 노동부)가 있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월 들어 모처럼 2%대(2.7%)로 내려갔지만 하락 흐름이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7월중엔 기상 이변에 의한 농작물 및 가축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 행사에서 6월 물가지표가 기저효과의 영향을 받았다는 취지를 밝히며 물가가 연말까지 3%대로 올라갈 것 같다고 말했었다. 기준금리 인하를 섣불리 말할 단계가 아직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한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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