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자 그 여파가 국내 증시에까지 밀려들었다. 미국의 신용 등급 강등이 미국 국채 금리를 상승시키며 금리 변동성을 키운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

뉴욕증시에서는 지난 한 주 동안 3대 주요지수가 하락 흐름을 나타냈다. 대표적 지수인 S&P500은 2.27%, 다우와 나스닥은 각각 1.11%, 2.85% 하락했다. 그에 비하면 코스피는 주간 하락률이 0.21%에 그쳐 비교적 선방했다는 평을 들었다. 직접적 지수 하락 원인은 미국발 악재에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에 적극성을 보인 것이었다.

미국 국채 수익률 증가를 두고는 수급 상황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들이 제기됐다. 하지만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이를 시장금리 상승의 요인으로 해석하려는 기류가 형성됐다. 국채 금리 상승이 몰고 올 시장금리 상승은 증시엔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은 기업들의 차입 비용을 늘림으로써 수익률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으로는 경기침체를 몰고 올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특히 성장주와 기술주에 주는 충격이 커질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연합뉴스 자료사진 ]
뉴욕증권거래소의 트레이더. [연합뉴스 자료사진 ]

시장금리가 기준금리의 영향을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둘이 연동해 움직이는 탓에 시장금리 상승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때맞춰 나온 미국의 고용지표도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를 키웠다. 지난 4일 미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7월 고용지표는 다소 혼란스러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7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전월 대비 18만7000명 증가해 시장 전망치(20만명 증가)에 다소 못 미쳤다. 하지만 실업률은 기대 이하로 내려가며 지난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3.5%)를 나타냈다.

고용 증가세가 둔화된데 반해 임금 상승률은 4.36%로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임금 상승률이 높다는 것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아직 줄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이는 고용이 크게 악화되지 않는 가운데 인플레 압력이 감소돼 경기가 연착륙되기를 바라는 연준의 기대와 거리가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이 9월(19~20일, 이하 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인플레 압력이 점차 완화되고 미국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연준의 기존 판단이 그 배경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높은 상태를 장기간 이어갈 조짐을 보인다면 연준은 언제든 입장을 바꿀 수 있다. 그 요인 중 하나가 미국인들의 임금 인상률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다. CPI 상승률은 연준의 통화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다. 따라서 10일 발표되는 미국의 7월 CPI는 연준이 다음달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추가인상할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6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를 기록했었다. 근원CPI 상승률은 4.8%였다. 이 같은 결과는 미국에서의 인플레이션이 점차 완화되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문제는 7월에도 기조가 유지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7월 CPI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은 전달치보다 0.3%포인트 높아진 3.3%다. 7월 근원CPI 상승률 전망치는 4.7%다. 시장 전망이 맞아떨어진다면 미국의 고물가 현상이 꽤나 오래 지속될 것이란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 수 있다. 그에 발맞춰 연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할 필요성도 커지게 된다.

7월 CPI 발표 다음날 나오는 동월 생산자물가지수(PPI)를 함께 참고하면 미국내 물가 흐름을 보다 정확히 가늠해볼 수 있다. PPI는 CPI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연준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중 하나가 통화정책에 관여하는 위원들의 발언이다. 이번 주에도 그들의 공개 발언이 여럿 예정돼 있다. 7일엔 미셸 보먼 연준 이사와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가, 8일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와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각각 연설대에 선다.

한편 7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11.22포인트(0.43%) 내려간 2591.58에 개장한 뒤 대체로 약보합세를 이어갔다. 지수는 결국 전장 대비 22.09포인트(0.85%) 하락한 2580.71로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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