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미국의 끈질긴 긴축에 위축돼온 코스피가 부동산 시장 불안이란 새로운 중국 리스크를 만났다. 그 바람에 지난 한 주 동안 코스피는 86.76포인트(3.35%) 하락하는 등 약세 흐름을 보였다. 이달 초와 비교하면 지수 하락폭은 지난 18일 종가 기준으로 160 이상을 기록했다. 이달 들어 코스피는 1일과 9일을 제외하고는 모든 영업일에 마이너스 기록을 남겼을 정도로 부진한 흐름을 나타냈다.

지난 주 코스피는 중국 부동산 시장 불안에서 비롯된 악영향에 크게 흔들렸다. 중국의 거대 부동산 기업 비구이위안이 채권 이자를 갚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빠진 것이 원인이었다. 디폴트가 민간기업뿐 아니라 위안양 등 국영기업으로 전이될 것이란 우려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에 중국 인민은행이 정책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대응 의지가 엿보이지 않은 탓에 증시가 악영향을 받았다. 국내 증시에서는 위안화 환율 상승 움직임에 동조해 원화가 평가절하되면서 외국인들의 적극적인 매도 움직임이 나타났다.

중국 인민은행 베이징 본사. [사진 = 연합뉴스]
중국 인민은행 베이징 본사. [사진 = 연합뉴스]

최근 중국 경제는 안 그래도 답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7월 경제 지표들은 생산과 소비 동반감소, 실업률 상승 등의 안 좋은 흐름을 보여주었다. 그 와중에 7월 물가는 1년 전보다 0.3% 하락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져들었다는 진단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중국 경제의 최근 흐름은 장기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달가운 모습일 수 없다. 중국내 부동산 시장 불안은 서둘러 해소되지 않으면 중국 경제 회복에 적지 않은 장애물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부동산 산업은 중국 경제의 20% 정도를 감당해주는 중요한 분야다. 중국 인민은행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듯 지난 주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등을 내린데 이어 21일(이하 현지시간)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45%로 0.1%포인트 인하했다. LPR은 중국의 기준금리에 해당한다.

장기 변수로 자리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견고한 긴축 기조는 여전히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물가와 함께 긴축 완화를 가로막는 2차 변수는 강한 흐름을 이어가는 미국 경제다. 여기에 더해 요즘엔 미국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4% 초중반대의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연준의 긴축 장기화 의지를 자극하고 있다.

미국 장기국채 금리의 고공행진은 채권 수급 상황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 상승은 기술주 가격의 상승을 가로막는 악재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강한 흐름은 연착륙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과 인플레이션 억제 의지를 동시에 키워주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엔 시장이 예상했던 것 이상의 매파적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서울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 = 연합뉴스]

보다 뚜렷한 연준 내부 분위기는 오는 25일 잭슨홀 미팅에서 있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연설을 통해 엿볼 수 있다. 파월 의장은 심포지엄 이틀째인 이날 경제 전망을 주제로 연설에 나선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연은)이 매년 이맘때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 세계 금융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진행하는 행사다. 지난해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행사에서 파월 의장이 매파적 발언을 쏟아내자 뉴욕증시는 물론 세계증시 전체가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이번 연설에서 추가 긴축 필요성을 언급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온통 연준이 긴축 행보를 중단할지 한 발 더 내딛을지에 모아져 있다. 긴축 경로상 이미 종착점 언저리에 도달해 있는 만큼 연준이 고금리 상태를 언제까지 지속하려 할지 또한 주요 관심사로 부상해 있다.

연준의 향후 움직임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기타 연준 위원들의 공개발언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22일)엔 미셸 보먼 연준 이사와 오스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가 제각각 공개연설에 나선다.

투자자들이 눈여겨 보아야 할 또 하나의 사안은 뉴욕증시에서 가장 핫한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의 2분기(5~7월) 실적이다. 엔비디아가 지난 5월 발표한 1분기(2~4월) 실적은 시장의 예상치를 50% 이상 웃돌았었다. 그 덕에 엔비디아는 물론 뉴욕증시의 기술주, 나아가 뉴욕증시 전반에 한동안 활기가 돌았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00%가량 급등했다.

국내의 주요 이벤트로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21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7.20포인트(0.29%) 오른 2511.70으로 출발한 뒤 강보합 흐름을 이어갔다. 종가는 전장 대비 4.30포인트(0.17%) 오른 2508.8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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