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주 뉴욕증시는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공개 발언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미팅 발언을 무난히 소화해내며 비교적 안정된 모습으로 마지막 날 거래를 마무리했다.

뉴욕증시에서는 파월 의장의 오전 연설이 있었던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 3대 주요지수가 모두 소폭 상승한 가운데 거래를 마쳤다. 다우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나스닥은 각각 전장보다 0.73%, 0.67%, 0.94% 상승했다.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 내용이 시장의 예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판단 하에 투자자들이 대체로 차분한 반응을 보인 것이 원인이었다.

파월 의장의 이날 발언은 내용 자체로 보면 매파적이라 할 만 했다. 파월 의장은 연설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지속해서 하락한다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 긴축적으로 통화정책을 유지하겠다”라며 “적절하다 판단된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준은 경제가 둔화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유통업체 입구에 놓인 구인 광고판. [사진 = AP/연합뉴스]
미국 유통업체 입구에 놓인 구인 광고판. [사진 = AP/연합뉴스]

종합하자면,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뚜렷한 징후가 보이지 않으면서 미국 경제가 예상외의 성장 흐름을 이어간다면 긴축을 지금보다 더 강화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고 정리할 수 있다. 그의 발언이 아니더라도 경제 성장이 추세 이상으로 지속될 경우 중앙은행으로서는 부담 없이 고물가와의 싸움에 나설 수 있다. 탄탄한 성장은 고금리 부담을 상쇄시켜주면서 고용과 임금을 늘리고 이는 다시 물가를 끌어올리는 연쇄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파월의 매파적 발언에도 불구하고 당일 뉴욕증시는 특별히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해석을 공유하며 차분한 모습을 이어갔다. 그가 추후 기준금리를 경제지표에 따라 정하겠다고 재차 강조한 점도 연준의 입장에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았다.

반면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5일 국내 증시 투자자들은 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어떤 내용을 말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경계심을 유지했다. 파월 의장의 ‘경제 전망’ 주제 잭슨홀 연설은 한국시간으로는 25일 늦은 밤에 진행됐다.

뉴욕증시에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주가가 차익 실현 움직임에 의해 하락한 점도 이날 코스피 지수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에 하루 전 2540선 턱밑까지 상승했던 코스피는 다시 2520선 아래로 내려가며 2519.14에 머문 채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큰 관심을 모았던 엔비디아는 지난 24일 2분기(5~7월) 실적발표를 통해 시장의 기대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오히려 조정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간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이 너무 가파르게 진행된 결과 차익 실현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난 탓이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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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중 투자자들이 주목할 변수는 31일 발표되는 미국의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와 그 다음날 나오는 8월 고용보고서다. 파월 의장이 향후 기준금리 결정을 지표에 따라 하겠다고 누차 밝혀온 만큼 이들 지표는 다음달 19~20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시장이 예상하는 미국의 7월 근원PCE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4.2%다. 2021년 9월 이후 최저치인 전달의 4.1%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크게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연준이 설정한 목표 수준에 비하면 여전히 높다고 평할 수밖에 없다. 전월 대비 7월 PCE 물가 상승률은 0.2%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의 8월 신규 고용(비농업 부문)은 전달보다 다소 둔화됐을 것을 예상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예상 수준은 16만5000명이다. 전달 증가폭은 18만7000명이었다.

이들 지표보다 한발 앞서 30일 발표되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주목할 만한 사안이다. 속보치(2.4%)에 이은 수정치인 만큼 관심도가 떨어질 수 있지만, 만약 속보치와 오차가 생긴다면 시장에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확정치 발표가 남아 있기 때문에 파장의 크기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너무 높으면 연준 기준금리 인상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너무 낮아지면 경기 침체 우려를 유발시킨다는 점에서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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