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한·미 증시 모두 지난 한 주 동안 약보합세를 면치 못했다. 특히 코스피의 경우 지난달 중순 이후 2500~2600 사이의 좁은 박스권에 갇힌 채 답답한 흐름을 이어왔다. 국제유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긴축을 보다 장기화하거나 강화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그러잖아도 오름세에 있던 국제유가는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조치 연장을 발표한 이후 배럴당 90달러를 넘나드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시장에선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길 가능성이 거론되기 시작했다.

유가 상승은 모처럼 잡히는 줄 알았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자극 받는 대상은 에너지 가격만이 아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공산품과 기타 서비스요금 등을 연쇄적으로 끌어올려 물가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이에 대한 우려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우는 직접적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마당에 미국 경제마저 강한 모습을 보이며 연준의 인플레 파이터 본능을 부추기고 있는 게 요즘의 형국이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증시에서는 연준이 서서히 긴축을 접는 쪽으로 통화정책을 전환해나갈 것이란 기대가 퍼져 있었다. 그 기대는 주가에도 어느 정도 반영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그런 기대가 사라지면서 주가는 강한 조정 압력을 받게 됐다.

투자자들은 오는 13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8월 CPI 결과에 따라 다음주(19~2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내려질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 내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전문가들은 연준이 이달을 건너 뛴 뒤 그 다음(10월 31일~11월 1일)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이 전망하는 11월 1일 기준금리 동결 발표 확률은 53.5%로 내려가 있다. 이 수치는 최근 수일 동안 조금씩 내려가는 추세를 보였다. 반면 11월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5.50~5.75%로 올릴 확률은 43.5%로 전보다 높게 집계됐다. 기준금리가 5.75~6.00%로 인상될 확률은 3.0%였다.

이달 또는 11월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지 여부는 8월 CPI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중요한 것이 기조물가 지표인 근원CPI다. 가격이 급상승 중인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지수가 안정된 흐름을 보여준다면 연준도 긴축을 자제하려는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잠시 상승 반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예상하는 8월 CPI 상승률은 전월 대비 0.6%, 전년 동기 대비 3.6%다. 이는 7월의 0.2%, 3.2%보다 높은 수치들이다.

뉴욕증시의 트레이더.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뉴욕증시의 트레이더. [사진 =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제외지수인 근원CPI는 전월 대비 0.2%, 전년 동기 대비 4.3% 상승했을 것으로 전망됐다. 7월 집계치는 0.2% 및 4.7%였다. 근원CPI 전망이 적중한다면 미국의 기조 물가는 지난달에도 안정적 흐름을 지속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국제유가 추가상승이 장기화할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 한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하려 할 수도 있다. 단, 근원물가 수준 자체가 물가 안정 목표치(2%)보다 크게 높다는 점을 고려해 현행 고금리 기조는 한동안 더 이어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금리정책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주요 변수는 14일 발표되는 미국의 8월 소매판매다. 현지 전문가들은 8월 소매판매 상승률이 전달의 0.7%보다 낮은 0.1%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소매판매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드러낸다면 기준금리 인상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

12일 공개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시장 보고서와 14일 열리는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회의도 연준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들이다.

이번 주엔 연준 이사들의 공개발언을 들을 수 없다. 다음 주 FOMC 회의를 전후해 설정된 블랙아웃 기간에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11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2.20포인트(0.09%) 오른 2549.88로 출발한 뒤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다 8일 종가보다 9.20포인트(0.36%) 오른 2556.88에 하루 거래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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