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유정환 기자] ‘뉴트로(New+retro)’, ‘영트로(Young+retro)’,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등 관련 신조어가 꾸준히 생겨날 정도로 젊은 세대 중심의 레트로에 대한 관심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젠 엄연한 소비 트렌드가 된 레트로·복고 문화의 열기는 어느새 게임 업계로도 이어지면서 레트로 게임은 이제 별도의 게임 장르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열풍에 비해 정작 레트로게임을 주로 유통하는 ‘오프라인 레트로게임샵’의 처지는 다르다. 그 어느 분야보다 생존게임이 치열한 자영업계에서는 언제나 성공과 실패의 명암이 공존한다지만 그중에서도 레트로 게임 사업은 ‘서브컬처’ 성격이 짙어 실질적인 소비층이 일부 마니아에게 국한될 수 있기에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 1월 발표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이용자들의 오프라인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이용자가 몰리는 상권의 섹터가 좁아져 더욱 심화된 현상으로 다양한 이용자들이 몰리는 주요 도시의 핵심 상권에 위치한 곳이나 상업 시설, 유흥가 등에 있는 게임 시설의 경우 매출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의 일반적인 동네로드숍 등이 위치한 B급 상권은 경쟁력 상실로 임대료도 쉽게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힘겨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서브컬처’인 레트로 게임을 너무나도 사랑해 그 마음 하나로 업(業)을 삼아버린 3人이 있다. 그리고 나이스경제가 그들의 낭만으로 가득 채워진 게임샵 3곳, 구로 ‘레트로 각종아재 보물창고’ 박각종 대표, 성수 ‘가족오락관’ 민경록 대표, 양재 ‘몬스터 만물상’ 김재현 대표를 각각 찾아가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았다.

(위쪽부터)‘레트로 각종아재 보물창고’ 박각종 대표, 성수 ‘가족오락관’ 민경록 대표, 양재 ‘몬스터 만물상’ 김재현 대표. [사진 = 유정환 기자]
(위쪽부터)‘레트로 각종아재 보물창고’ 박각종 대표, 성수 ‘가족오락관’ 민경록 대표, 양재 ‘몬스터 만물상’ 김재현 대표. [사진 = 유정환 기자]

- 레트로게임샵을 차리게 된 배경은?

■ (박 대표) 어렸을 때부터 오락실도 좋아하고 게임샵에 가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얼추 1998년부터 게임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 현재까지 이어져 소장하고 있는 것들이 상당히 있었는데 한 유튜브 채널에서 ‘컬렉터’ 이미지로 소개됐다. 이를 계기로 ‘레트로 각종아재’란 채널 이름으로 유튜브에 입문했고 게임 관련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다 보니 국내 게임샵을 많이 접했다. 그러다 문득 ‘왜 우리나라에 게임샵이 많이 없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게 ‘내가 한번 하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이어져 매장을 차리게 됐다. 현재 오픈한 지 3개월 정도 됐다.

(민 대표) 이제 한 2년 정도 됐다. 한 1년 정도 온라인으로만 운영했다가 코로나가 터지고 하고 있던 영어 강사를 그만두고 아예 전업하게 됐다. 게임은 한 6살쯤 제믹스에서 화면이 움직이는 게 좋아서 그냥 틀어놓고 멍하니 보다가 초등학생 때부터 즐겨 했다. 이후엔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가서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했던 게임들이 지금은 레토르 게임이라고 불리게 되더라(웃음).

- 매출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공개해줄 수 있나?

■ (박 대표)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출이 얼마큼 나온다고 밝히기보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돈이 많이 되진 않는다. 그거는 말할 수 있다.

(민 대표) 아슬아슬하게 유지되고 있다. 정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나름 이제 단골손님들도 생기고 레트로 게임에 한해서가 아닌 게임 자체가 성수기, 비수기가 있다. 학기 초나 겨울엔 게임을 많이 찾고 야외 활동이 많은 봄, 여름, 가을 한창일 땐 비교적 적다. 이제 영업을 몇 년 해보니까 시기에 맞춰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갈 수 있는 것 같다.

(김 대표) 국내 게임산업이 소비되는 게 크지 않다. 요즘 추세가 DL게임이기도 하고 물리 매체를 좋아하고 매장에 방문하는 것을 번거롭게 생각하지 않는 한정적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거라 매출이 오락가락한다. 비가 많이 오거나 날씨가 춥거나 하면 매장에 손님이 올 수가 없다. 단골분들이야 찾아오는데 단골 외에 손님들은 오기가 너무 힘들다.

구로 ‘레트로 각종아재 보물창고’. [사진 = 유정환 기자]
구로 ‘레트로 각종아재 보물창고’. [사진 = 유정환 기자]

- 레트로 게임이 여전히 소비되는 이유는?

■ (박 대표) 유행하고 똑같다. 옛날에 유행했던 옷 같은 것들이 한 20년 지나면 다시 또 유행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아무래도 추억을 그리워하는 분들이 많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요새 게임이 아무리 좋아도 옛날 게 생각난다. 어렸을 때 너무 재밌게 했던 추억들이 있는데 그땐 돈이 없었다. 근데 지금은 이제 어느 정도 여유가 되고 경제력이 있으니 그 물건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것 같다.

(민 대표) 레트로 게임을 찾는 분들은 단순 수집가들도 있지만 게임 자체를 즐기는 분들이 더 많다. 제 생각엔 게임은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옛날에 발매됐던, 어제 발매됐든 즐겨보지 못한 게임은 전부 새로운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이것도(한 게임을 손으로 집으면서) 20~30년 전에 발매됐지만 내가 오늘 구입해 플레이하면 새로운 게임이다. 그냥 게임을 새로운 게임으로 즐기는 것이다. 오히려 레트로 게임의 경우 구하기 힘든 게임을 구해서 하는 거니까 더 재밌을 수도 있다.

- 손님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오는 이유는?

■ (박 대표) 최신 게임의 경우 어차피 새 상품이니 상태 확인의 필요가 적은데 레트로게임은 중고제품이 많다 보니 물건 상태 확인이 중요하다. 자기 눈으로 직접 물건을 확인하지 않고 구매하면 미처 확인 못 한 하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직접 봤을 때 같은 하자라도 사람마다 체감되는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온라인에 올라간 제품은 매장의 10% 정도다. 그렇기에 직접 오셔서 구매하는 게 더 빠르다. 제가 올리기 전에 그냥 먼저 구매하는 분들이 임자니까(웃음). 또 선택의 폭도 더 넓어지고 말이다.

(민 대표) 오프라인 운영의 경우 컴플레인이 없다. 미리 고지되고 자기 눈으로 보고 선택하기 때문에 최대한 제품을 상세하게 확인하고 기종별로 테스트할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 그런데 온라인 구매 경우엔 ‘작동이 안 됩니다’, ‘사진이랑 봤을 때랑 달라요’라는 식으로 종종 문의가 온다. 근데 게임들이 대체로 20년, 30년, 40년 오래된 기계들이라 관리에 따라 게임 작동 여부가 달라질 수 있어 작동이 안 되는 경우 우리는 손해를 전부 안는 식으로 전량 회수한다. 그러니 레트로 게임을 처음 접하는 분들은 직접 와서 이게 정말 괜찮은지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오프라인 매장은 필수적이다.

(김 대표) 성향이라고 생각한다. 오는 분들은 대부분 쉬러 오는 분들이 꽤 많다. 원래 온라인은 결제하면 바로 끝이니 훨씬 편하다. 근데 여기 매장에 방문하는 분들은 여기서 사는 게 편하다. 직접 보고 모르는 거 물어보면 되고 그 시간을 저와 서로 대화를 많이 하니 말이다. 구매 과정 자체가 하나의 취미가 된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성수 '가족오락관'. [사진 = 유정환 기자]
성수 '가족오락관'. [사진 = 유정환 기자]

- 매장이 정말 예쁘다, 어떤 콘셉트로 배치한 것인가?

■ (민 대표) 단순히 게임샵이 아닌 스튜디오 목적으로도 활용하려 인테리어했다. 그래서 종종 인디 가수들이 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기도 하고 주변 상인들도 와 제품 사진을 배경으로 찍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게임 기종별로 샵에 전시하지만 기종 연관성보다 이미지적인 유사성을 우선으로 두고 전시한다. 레이싱게임끼리 묶거나 스포츠 게임끼리 묶고 ‘드래곤볼’게임은 기종은 다르더라도 함께 둔다. 사실 라이트 유저들은 기종 개념보단 카테고리를 두고 접근하는 것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 가격이 변동하는 레트로게임을 리셀 문화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 (박 대표) 리셀이라고 생각하면 좀 팍팍하다고 생각한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사서 소장하거나 플레이하면 이게 가격이 떨어져도 그만이고 올라가면 괜히 기분 좋은, 그런 거다.

- 매장에 레트로 게임의 특징도 많은데 이외에도 여러 피규어, 프라모델이 보인다.

■ (김 대표) 일단 이름이 만물상이다(웃음). 엄청난 샵을 만든다는 건 아니지만 빈 부분은 없도록 하려 한다. 우선 오는 손님이 게임 하나만을 좋아하지 않는다. 게임 좋아하는 분들 대부분 게임 음악도 좋아하고 게임 캐릭터 피규어도 좋아하고 상품들이 연결됐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다양하게 제품군이 계속 구성이 되더라. 의도한 것은 아니다. 전시된 피규어들은 단골손님들이 매장에 놨으면 좋겠다고 준 거다.

양재 ‘몬스터 만물상’. [사진 = 유정환 기자]
양재 ‘몬스터 만물상’. [사진 = 유정환 기자]

-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 (박 대표) 최신 게임은 가격이 명확하지만 레트로 게임은 아무래도 오래된 것도 있고 물건 상태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우리 매장은 가격을 전부 제품에 붙여놓기 때문에 손님들이 바로 볼 수 있다. 그러니 가볍게 보고 가격이 맞으면 구매를 하고 가격이 안 맞으면 그냥 내려놓으면 된다. 그런데 가격에 대해 ‘그 게임이 어디는 얼마던데 여기는 왜 더 비싸냐’라는 식의 손님 항의가 들어오면 대응이 난감하고 어렵다.

- 8년 경영자로서 게임샵을 운영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해준다면?

■ (김 대표) 게임 가게를 한다는 것은 자영업자를 하는 거다. 사업을 하는 것이니 ‘이 일은 내가 잘 모르지만 할 거야’가 불가능하다. 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 기본적으로 자영업 관련 세금, 직접 수입하는 것들이 많기에 통관 세금도 있고 해외 거래처와 컨택도 해야 한다. 한국의 게임 가게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이와 같은 준비가 부족한 것이 큰 요인이라 본다. 관련 배경지식도 요구되는 부분이 많아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 매장에 간판이 없더라, 그럼에도 손님이 잘 찾아오는 이유는?

■ (김 대표)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제품은 정비해 판매하고 있다. 기계 같은 경우도 다 직접 손을 봐서 판매한다. 그러다 보니 뭐든지 오래 걸린다. 하나하나 체크하고 클리닝하고 정비한다. 옛날 게임 팩 같은 경우 안에 건전지가 들어가는데 세이브가 안 되면 납땜을 다시 해서 건전지를 간다. 노이즈가 있으면 스피커 떼서 다른 파츠로 교체해 판매한다. 그렇게 해서 제품이 나오는데 우리 매장 찾는 분들은 보통 그런 거를 보고 온다. 그런 과정을 알고 있어서 좀 더 신뢰를 얻었는지 간판도 없는 매장인데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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