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성훈 기자] 제약 산업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긴 ‘박카스’의 아버지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이 향년 96세의 나이로 3일 별세했다.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강신호 동아쏘시오그룹 명예회장 [사진 = 동아쏘시오그룹 제공]

강신호 명예회장은 1927년 故 강중희 동아쏘시오그룹 창업주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그는 상경해 서울대학교 의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내과학 박사 학위를 따고 귀국했다. 귀국 후 1959년 부친 회사인 동아제약에 상무로 입사해 201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약 42년을 몸담았다.

경영에 뛰어든 지 고작 2년, 고인은 동아제약이 ‘매출 1위 제약사’ 타이틀을 수십 년간 지킬 수 있게 해준 국민 드링크를 만들었다. 술꾼을 보호하는 신, ‘박카스’는 그렇게 세상에 나타났다. 최초 알약 형태로 만들어졌을 때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이었지만 62년 일본에서 나온 최초 드링크 타입 피로해소제 ‘리포비탄D’를 보고 이듬해 출시한 드링크 타입 ‘박카스D’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오랫동안 국민 드링크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2000년대 들어 광동제약의 ‘비타 500’에 1위의 자리를 내주었지만 현재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강신호 명예회장은 박카스 외에도 최초로 합성한 아드리아마이신 유도체 항암제 ‘DA-125’를 탄생시키고 국내 최초이자 세계 4번째 발기부전치료제인 자이데나를 포함해 슈퍼 항생제 시벡스트로·당뇨병 치료제 슈가논 등 많은 국산 신약을 탄생시켰다. 피린계 감기약 판피린 F, 갱년기 보조제 하노백, 오렌지와 비타민C를 합친 동아식품의 탄산음료 오란씨와 나랑드 사이드도 강신호 명예회장의 작품이다.

‘생명보다 더 큰 가치는 없다’는 신념을 품고 평생을 살아온 그는 의약품 선진화를 통해 국민 건강 향상에 기여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1980년 경기도 안양에 우수의약품 제조관리기준(KGMP)에 맞는 현대식 공장을 준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업계 최초 GMP 시설 지정, 제약업계 최초 기업부설 연구소 설립 등을 비롯해 우수한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힘썼다. 특히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인 기업부설 연구소가 그 신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꼽힌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때까지 재기 넘치는 인생을 산 강신호 명예회장은 늘 기업의 공적 책임감을 갖고 살았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사회라는 의미가 담긴 ‘쏘시오(SOCIO)’를 사용해 동아제약그룹을 동아쏘시오그룹으로 명칭을 바꿀 정도였다. 1987년 수석문화재단을 설립, 장학 사업과 평생교육 사업을 비롯해 교육복지 사업 등을 후원해 현재까지 수석문화재단의 장학생이 1900명이 넘을 정도다. 또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을 맡아 11년간 산업계의 기술개발 활동을 지원했으며 1993년 신기술 인정(KT마크) 제도를 마련해 성공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과학기술 분야 최고 훈장인 창조상 수훈이 그의 빛나는 노력을 증명해준다.

“약(藥) 자는 풀(艸) 밑에 즐거울 락(樂) 자로 만들어져 있어요. 내 평생 소망은 앞으로 세계적인 치료제와 신약을 많이 개발해서 결국엔 약이 필요 없는 즐거운 세상이 빨리 오도록 공헌하는 거요.”

20년 전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밝힌 고인의 소망이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평생을 헌신하며 사회적 책임에 앞장선 강 명예회장의 장례는 동아쏘시오그룹 그룹장으로 치러진다. 유족은 아들 강정석·강문석·강우석씨, 딸 강인경·강영록·강윤경씨. 빈소는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이며 5일 오전 6시 30분 진행된다. 장지는 경북 상주시 이안면 대현리 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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