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기영 기자] 지난 주 증시는 미국 국채 금리의 고공 행진과 이스라엘-하마스 간 긴장감 고조 탓에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금요일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는 전주 대비 81.15포인트(3.30%)나 하락했다. 같은 기간 뉴욕증시에서도 3대 주요지수들이 일제히 내려앉았다. 각 지수의 주간 하락률은 다우존스30 1.6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2.39%, 나스닥 3.16% 등이었다.

코스피의 경우 외국인이 모처럼 순매수로 돌아서 한 주 동안 누적 규모를 6400억원으로 키웠고, 개인도 140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주가를 떠받치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외 증시를 흔든 원인 중 하나는 미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이었다. 10년물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마의 5%벽을 돌파했을 정도로 상승세가 강했다. 미 장기 국채 금리의 상승은 대체로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긍정적일 때 나타난다. 2년물 등 단기 국채 금리가 중앙은행 기준금리의 영향을 주로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내 키부츠 현장. [사진 = UPI/연합뉴스]
하마스의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내 키부츠 현장. [사진 = UPI/연합뉴스]

실제로 최근 공개된 미국의 경제지표들은 미국 경제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신호를 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용 및 소비 관련 지표들이다. 이들 지표는 미국의 고용시장이 여전히 탄탄하고 소비 증가율도 기대 이상임을 보여주었다.

미 국채 금리의 상승세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지난주 뉴욕경제클럽 발언을 통해 한 번 더 자극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그의 발언엔 매파적 내용들이 적지 않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너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9월 인플레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덜 고무적이었다”며 “나와 동료들은 인플레를 장기적으로 2%까지 낮추기 위해 하나로 뭉쳐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강성 발언은 미 시장금리를 한 번 더 자극한 것으로 분석됐다.

문제는 시장금리 상승이 투자자들에게는 고금리 장기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점이었다. 시장금리 상승이 중앙은행의 긴축 조치를 대신해주는 측면도 있지만 결국은 기준금리 상승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 또한 증시의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남아 있다.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진입과 양측 간 지상전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시장은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 연합뉴스]
[그래픽 = 연합뉴스]

한 가지 기대되는 것은 곧 공개될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분기 실적이다. 지난주엔 분기 실적이 국채금리 상승 등 돌발요소에 묻혀버렸지만 이번 주부터 다시 증시의 주요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주목할 대상은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을 비롯해 메타 플랫폼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기업들의 실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들 기업 중에서도 알파벳과 메타의 실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뉴욕증시 기술기업들의 실적이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켜준다면 가자지구를 둘러싼 분쟁 리스크와 국채금리 이상 상승 등 돌발 악재들의 부정적 영향도 크게 약화될 수 있다.

이번 주 증시를 움직이게 할 기타 변수로는 26일(이하 현지시간) 발표될 미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을 꼽을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전문가들이 전망하는 GDP 성장률 수준은 4.5%(전기 대비 연율)다. 이는 2분기 확정치인 2.1%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 다음날 나오는 9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또한 눈여겨 보아야 할 대상이다. PCE지수는 연준이 소비자물가지수(CPI)보다 선호하는 지표로 알려져 있다. 9월 PCE지수의 전월 대비 상승률은 0.4%일 것으로 예상된다. 8월 PCE지수 상승률과 동일한 수치다.

음식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PCE지수 상승률은 전월 대비 0.3%, 전년 동기 대비 3.7%일 것으로 전망된다. 8월 근원PCE지수의 전월 및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은 각각 0.1%와 3.9%였다.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주에도 공개 발언에 나선다. 25일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사회과학·공공정책 관련 강연에서 개회사를 하기로 예정돼 있다. 하지만 이달 31일 시작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설정된 블랙아웃 기간이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만큼 통화정책 관련 발언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23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4.93포인트(0.21%) 내린 2370.07에서 출발한 뒤 2357.02에 장을 마감했다. 지난 주 금요일 종가 대비 하락폭은 17.98포인트(0.7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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