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스경제 = 김하림 기자] 아워홈으로선 2023년은 다사다난했다고 평할 만하다.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남매의 난’에서 구지은 부회장이 힘겹게 승리를 거둔 것부터 시작하여 잼버리 ‘곰팡이 달걀’ 이슈, 식품위생법 위반 고발 등 잊을 만하면 입방아에 올랐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는 이달 2~3일 예정된 여성가족위원회 국정감사에 아워홈 구지은 부회장을 부르겠다고 나섰다. 국감은 아워홈의 올해 마지막 난관이 될까.

(좌)구본성 전 부회장 (우)구지은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좌)구본성 전 부회장 (우)구지은 부회장 [사진 = 연합뉴스 제공]

◇ 2015년부터 이어진 경영권 분쟁, 최종 승자는 구지은 부회장?

지난해 5월 사망한 아워홈 구자학 명예회장은 LG그룹 구인회 초대 회장의 삼남이다. 구 명예회장은 2000년 LG유통 식품서비스 부문을 갖고 나와 아워홈을 설립했다. 구 명예회장은 삼성그룹 이병철 초대회장의 차녀 이숙희씨와 결혼해 아들 하나와 딸 셋을 두었다. 장남 구본성 전 부회장, 장녀 구미현씨, 차녀 캘리스코 구명진 대표이사, 삼녀 구지은 부회장이다.

소위 ‘남매의 난’이라 불리는, 구 명예회장의 자녀들 간 경영 분쟁이 시작된 것은 2015년이다. 구지은 부회장은 2004년부터 아워홈에서 일하며 경영에 참여해왔고, 2015년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고 있었다. 그런데 삼성경제연구소 등 외부에서 일하던 구본성 전 부회장이 LG家 특유의 ‘장자승계’ 원칙을 내세우며 2015년 대표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그러나 2021년 구본성 전 부회장이 보복 운전으로 상대 차량을 파손하고 운전자를 밀어붙인 혐의로 1심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상황이 반전됐다. 이 사건으로 구본성 전 부회장은 정기주총을 통해 대표이사 자리에서 해임됐다. 구지은 부회장은 2021년 6월 아워홈으로 복귀하며 경영권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아직은 구지은 부회장의 자리가 굳건하다고 말하기 힘들다. 아워홈 지분은 구본성 전 부회장이 38.56%, 구지은 부회장이 20.67%, 구미현씨가 19.28%. 캘리스코 구명진 대표이사가 19.6%씩 갖고 있다. 두 언니가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구지은 부회장의 위상은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21년 배당금 1000억원을, 올해 4월 배당금 2996억원을 요구하는 등 지속적으로 구지은 부회장에게 압박을 가해왔다. 지난하게 이어진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가 구본성 전 부회장의 배당금 요구를 기각하며 일단 일단락됐다. 더불어 지난달 아워홈이 구본성 전 부회장을 60억원가량의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하는 등 구지은 부회장 측의 공세가 강해지는 형국이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서 오너 일가가 권력 다툼으로 회사 명운을 좌지우지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4월 아워홈 노조는 주주총회가 열린 본사 앞에서 오너 일가의 ‘천문학적 막장 배당’을 규탄하는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구본성 전 부회장이 배당금으로 요구한 2996억원은 아워홈의 지난해 영업이익(537억원)의 5배 이상 되는 액수였다.

[사진 = 아워홈 제공]
[사진 = 아워홈 제공]

◇ 여가위, 국감장에서 아워홈에 ‘잼버리 파행’ 책임 물을까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이달 2일 예정된 국정감사 증인 신청 명단에 아워홈 구지은 부회장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이번 여가위 국감의 메인이 ‘잼버리’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아워홈은 지난 8월 전라북도 새만금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의 공식 후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아워홈은 잼버리를 해외 사업 확장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구지은 부회장이 직접 새만금을 찾아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 이틀째 아워홈이 참가자들에게 아침 식사로 지급한 달걀 일부가 상한 것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곰팡이가 검출된 달걀은 1만9000여개 중 7개다. 아워홈 관계자는 “문제의 달걀을 납품한 것은 잼버리 조직위원회가 권고해 계약한 지역업체”라며 “아워홈은 식자재 보관 및 운송 과정에 콜드체인 시스템을 적용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 9월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아워홈을 식품위생법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처에 고발했다. 서민위에 따르면 아워홈 파주지점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지점 내 불량한 위생상태를 보고 식약처에 민원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해당 지점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한 사실을 확인하고 파주시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파주시는 지난 5월 식품위생법 제44조를 적용해 아워홈에 영업정지 15일 처분을 내렸으나 아워홈의 항소로 7일로 감경됐다. 파주시 위생과에 따르면 아워홈이 파주시에 행정소송을 제기해 아직 영업정지 처분이 시행되지는 않았다. 서민위는 “아워홈은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행정처분이 내려졌음에도 잼버리 공급납품업체로 지정된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아워홈은 문제가 된 식재료는 사용한 게 아니라 보관 중이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위생 상태를 고발한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에 대해 문의하자 “한 사람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간사 간의 협의가 끝나지 않아 국감 최종 증인 채택에 아워홈이 오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경영권을 위협받고 있는 구지은 부회장에게는 국감 증인 신청 명단에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한편, 아워홈 구지은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보스턴대학교 대학원에서 인사관리학을 공부했다. 2004년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아워홈에 입사했으며 2015년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2016년 자회사 캘리스코로 옮겼다가 2021년 아워홈 대표이사 자리에 복귀했다. 아워홈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1조7408억원)보다 5.44% 상승한 1조8354억원이었으며, 영업이익도 전년(257억원)보다 109% 증가한 53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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